제목 : 엘더스크롤 - 나락의 도시(1부), 영혼의 군주(2부)
작가 : 그렉 키이즈
출판사 : 제우 미디어
높은 자유도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던 엘더스크롤 시리즈가 게임의 세계관을 토대로 두 권의 소설이 쓰여졌다. 여기서 게임 원작 소설이란 사실 때문에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으나, 이 두 권의 책은 너무나 훌륭하게 게임 속을 벗어나 ‘엘더스크롤’이란 소설로서의 타이틀을 확립했다. 게임을 플레이 했던 사람들 나름의 재미요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전혀 새로운 모습의 판타지가 펼쳐질 것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평화롭던 대륙을 향해 다가오는 위협, 하늘을 나는 섬 ‘움브리엘’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겉모습이 더한 모순이 느껴질 정도로 끔찍하고 잔혹한 이 거대 공중도시는 지나치는 땅위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켜 온갖 괴물들을 일으키고, 그 파멸적인 힘을 앞세워 제국으로 향한다.
실수투성이에 모험을 좋아하는 소녀 연금술사 ‘아나이그’와, 그녀의 소꿉친구인 아르고니언(파충류 인간) ‘글림’은 우연한 계기로 하늘을 나는 약을 마신 후 이 섬에 도착하게 된다. 섬을 막기 위해 나서기 앞서, 당장 목숨부터 보존해야 할 위협에 처한 둘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섬 외부로 부터의 도움을 기다린다.
수많은 모험으로 제국 최고의 영웅이자 모험가로 알려진 황태자 ‘아트레비스’는 넘치는 정의감으로 무장한 사내다. 그런 그에게 하늘을 나는 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섬에 갇힌 아나이그의 연락이 닿으며 새로운 모험을 준비한다. 허나 그 모험엔 그가 꿈꿔오며 봐왔던 모험도, 당연하듯 받아들였던 정의조차 없었다. 그의 눈을 가려온 거짓된 벽이 무너져내리는 순간, 독자들과 함께 황태자의 진짜 모험이 시작되었다.
이밖에도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은 다양하다. 이 시리즈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다크엘프 ‘설’도 그렇고, 황태자의 뒤를 추적하는 감찰사 ‘콜린’도 소설 속에서 맹활약한다.
외국의 판타지 소설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점을 꼽자면 아마 ‘현실성’이 아닌가 싶다. 그들의 판타지는 그저 동화가 아니다. 아름다운 모습의 부유섬 ‘움브리엘’이 가진 잔혹한 이면성도 그러하고, 황태자 아트레비스가 모험 중 경험한 일들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바라는 대로 아름답기만 하진 않다는 것. 넘어서기에 벅찰 정도로 강한 시련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것.
하늘을 나는 비약? 이차원의 괴물을 소환하는 이능? 물론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성은 그들을 특별하게 보이게끔 한다. 하지만 ‘움브리엘’이란 거대한 적을 앞둔 시점에서 그들의 힘은 바다 위에 던져진 자갈이냐, 바위냐의 차이일 뿐.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른 목적을 위해, 다른 신념을 갖고 행동 했던 그들은 앞을 막아선 공통된 절망을 타파하기 위해 애쓰고, 그 과정에서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간다. 끝끝내 절망을 넘어선 순간, 그들은 각자의 세상을 과거와는 좀 더 다르게 볼 수 있게 됐다.
특별할 것 없던 그들이 ‘영웅’이 될 때, 어쩌면 그것은 ‘성숙’을 위한 과정이 아니었을까?
실제 이 게임을 플레이 해봤던 입장을 떠나, 필자는 소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서서히 밝혀지는 섬의 비밀, 덩달아 껍질을 벗기 시작한 제국에 감춰진 음모까지 필자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차츰 성장해가는 황태자와, 그의 곁에서 딱딱하지만 깊은 정을 보이는 다크엘프 설의 모습도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책 자체가 굉장히 영리하게 쓰여졌다. 게임의 설정들을 마냥 길게 늘어놓은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글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엘더스크롤이란 세계를 처음 경험하는 독자들도 어렵지 않게 이해하고 글에 빠져들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취향차이란 것이 존재하기 마련이니 맞지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천천히라도 시간을 갖고 읽어본다면, 절대 시간 낭비는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책을 읽고도 한참이나 머리를 맴돌았던 부분을 적으며 마무리 하겠다.
“지금 네 모습을 봐라. 사내대장부, 진정한 영웅호걸이 아니더냐.”
황제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애정 어린 눈길로 아트레비스를 바라보았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아버지. 이번 사건으로 제가 뭘 깨우쳤든 간에 영웅이 된 건 결코 아닙니다. 설이야말로 영웅이었죠. 아나이그, 글림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저 성벽 밖에서 싸우다 죽은 수많은 병사들이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진정한 영웅이죠.”
<엘더스크롤 - 영혼의 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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