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구
작품명 : 박빙
출판사 : 북박스
독자에게 소설이 대미지를 줬다함은, 적어도 그 작가에 대한 믿음이 어느정도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크게 위협하는 소설이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1년 사이에 제가 읽었던 소설 중에 가장 큰 대미지를 준 것이 정구님의 소설 '박빙'입니다. 신승을 통해 보여줬던 주인공 정각의 살내음 나는 '적당한 이기심, 적당한 인간미'. 술술 편하게 읽히는 간결한 문체는 최고의 작가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잘 풀어쓰는 작가'라는 평가는 충분했거든요.
하지만 그만큼 박빙은 저에게 큰 대미지를 남겼습니다. 뭐, 저는 킬링타임에 최적화된 네오양판형 그랜드소드맛스타 소설이야 낄낄거리며 잘보구요. 문체나 스토리마저 개판이면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니 1권 30페이지 에서라도 충분히 손텁니다. '에고 돈 버렸네'하고 잘만 포기하죠. 하지만 제가 봤던 신승의 이미지 때문에... 그리고 1권까지의 박빙은 여전히 적당히 이기적이고, 유치한 우리의 주인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잘만 봤습니다.
1권 초중반에 주인공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는 데요. 주인공은 그 여자도 자신을 좋아하는 줄 착각하게 됩니다. 그 미녀는 주인공을 싫어하구요. "햐~ 좋구나~". 요즘 무협이야 1처 2첩이 기본 세트, 3처 4첩은 선택인데 이렇게 인간미 나는 주인공이라~.
그래서 초반에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무협이라면 최소한의 성장요소는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주인공은 계속 그 여자에게 찌질거립니다. '계에에에소오오옥' 이요. 제가 2권을 빌렸는데 2권 말까지 계속, 더욱더 찌질거리더군요.
문체야 여전히 읽기 편했고, 스토리라인도 2권이니 평가할 것은 못됐다 치더라도... 주인공 2권까지 무공도, 인격도, 분위기 파악도, 머리쓰는 것도... 아무런 성장이 없는 무협은 간만에 충격이었습니다(뭐 무공은 2권 중반에 조금 성장하는 걸로 기억).
무협은 '협', '강함' 뭐 이런 대리만족을 추구하는 소설 장르고 그만큼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어느 소설보다 강하다고 할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박빙'은 제게 상당한 대미지 더군요. 어쨌든 무협이라 3권 이후에는 주인공은 여자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도 알게되겠고, 무공도 강해지리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지만... 더이상 '박빙'에는 손이 가질 않더군요. 눈조차 안돌아 가더라구요.
그래서 궁금합니다.
1. 도대체 '박빙'에서 주인공의 찌질 거림이 몇권에서 끝나나요?
2. 여러분이 혹시 심하게 대미지를 입은 소설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저도 좀 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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