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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운의 비정강호 감상입니다.

작성자
Lv.51 미스터H
작성
07.07.26 13:20
조회
1,888

작가명 : 한상운

작품명 : 비정강호

출판사 : 영언문화사

이전에 써놓고 묵혀놨다 올려봅니다.

인간은 죽는다. 다만 서로에 의해서 죽는다.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았다. 작가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게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절망하게 만들었다.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그런 통찰력으로 세상을 볼수 있는

건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살았길래 보고싶지 않은 진실을 그렇게 실감나게 묘사할

수 있었을까.

고무 살점과 가짜 피가 난무하는 스플레터 영화야 환상으로 취급

하고 웃으면 서 볼수 있지만, 리얼한. 보고싶지 않은 잔인한 현실

같은 감당하기 어려운 이야기는 정말 읽고 싶어하지 않는 나인

데도,

붙잡은 채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한상운이란 괴물작가의 비정강호는 그런 소설이다.

주인공 홍장환은 과거 자신이 살기 위해 사부와 가장 절친한

친구를 배신했다. 그리고 그 양심의 가책으로 폐인처럼 3년을

보낸다. 그런데 결국 그런 폐인생활을 그만두게 만드는것은 결국

죽음의 공포다.

우정도 아니고 사랑도 아니며 협의지도의 협도 아니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죽음의 공포가 다시 그를 일으킨다.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했고, 두려워 했으며, 아버지의 계획덕분

에 아버지가 명문 무림세가의 가주로서 자리잡았기 때문에,

집을 뛰쳐나와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며 그가 쓰레기라고 생각한

이들사이에 자리잡는다.

쓰레기가 되버리겠다는 반발심리를 가지면서도 밑바닥의 인간

들을 경시하고 그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그는 어느새

쓰레기가 되어 버려 뒷골목의 거대 조직, 5지살의 하나인 전칠남

에게 중독되고야 만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야 도망치는 것이 부질없음을 알고야 만다.

그들이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이유가 홍씨가문의 지배자이자

가장 위험한 인물이었던 아버지가 납치당했기 때문이란 것을 안다.

그래서 홍장환은 독에 중독되어 만신창이로, 살아남기 위해 가장

가고 싶지 않던곳으로, 독에 중독되어 몽롱하게 돌아가는 시선

으로 집에 돌아온다.

탕아의 귀환이다.

배신당했기 때문에 밑바닥에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않기 위

하여, 위에 올라서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굴해지

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풍생이란 남자가 있다. 배신으로 인하여

그는 장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집착과 노력으로 뒷골목의 두목이 되었다.

그런 그에게, "대형"이란 존재가 접근한다. 반목하던 암흑가의

조직들을 하나로 묶고, 오지살 이라 칭하게 만들고, 그들에게

안온과 평화를 주었다. 그렇지만, 풍생은 만족하지 않았다.

배신의 가장 큰 상처는 배신 하지 배신당하지 않겠다는 자기

방어 본능이기에.

상처입은 그의 자존심은 이인자 따위로 만족할수 없는 것이기에.

홍가를 공격하라는 '대형'의 말을 배신하고 복건 뒷골목의 진짜

지배자가 되는 듯 했지만, 대형의 역습에 결국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엄습해 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죽음의 공포 때문에 그는 그를 지

탱해 오던 자신감을 잃는다. 당황했고, 약해졌고, 물러진다.

그렇지만...

역시 한상운 답다는 말이상을 할수 없는 독특한 인간 군상. 상처

받고 두려움에 떠는 "인간". 이 둘만으로도 비정강호의 독특한

스펙트럼이 드러난다.

삼년만에. 그간 방치했던 가족간의 상처를 드러내고, 아버지의

납치자를 알아내야 하는 홍장환. 그가 그로서 존재 했던 수십년간

죽음의 공포에서 도망치고 도망쳐 오던 장님 건달 풍생.

무협이란 장르 문학에서는 흔치 않게도, 추리물의 성격을 띄고

있는 비정강호는, 흔치 않은 만큼 강렬한 두뇌 싸움과 그로 인한

재미를 안겨준다. 또한 이번 작품에선 배배 꼬인 블랙 유머를 버

리고 담담하고 진지하게 덧붙여 나가는 문체 또한 숨을 막히게

만든다.

그리고 울게 만든다.

그 어떤 감상도, 사형이나 다름없는 뒷골목 인생의 마지막 싸움

을 설명하기 힘들다. 살아남기 위해 해왔던 비굴함을 부정하는

단말마. 미약하지만 서로간에 이어지는 동지애,

그리고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생에 최초의 자존감.

풍생은 마침내 끝내 도망쳐오던 모든것을 스스로 인정하고

맞선다.

잔인하고, 독한 면모가, 어딘지 음습하고 기분 나쁘던 그의 모습

이었지만, 풍생의 마지막은. 살기위해 타협하지 않고, 굴종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은 빛났다.

진정으로 밝게 빛났다.

홍장환 또한, 배반 당하고서도, 생각지도 않은 진정한 대형에게

뒷통수를 맞고서도, 마침내 풍생의 뒤를 따르는 모습은-

...그저 눈물만 흘렀다.

어차피, 우리라는 객체는 사회라는 기계의 부속품이 될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정점이 되기는 힘들테니까. 그렇지만

한상운은 밑바닥 인생- 더이상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위악이라 할지라도 허용하지 않고 맞서라! 를 왜친다.

작가가 휘두르는 홍장환의 시선에 걸리는 불합리. 부정(不正).

허용하고 합의하면 더이상 쫓기지도,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지

않아도 되지만,

홍장환은 더 이상 편의를 위해 합의하려 들지 않는다.

풍생은 더 이상 두려움에게서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맞서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됬기 때문이다. 비록 패배할지라도.

그것은 공허한 정의를 위하여! 와는 달리 내게 다가왔다.

맞서자.

결국 넘어질지라도.

비록 패배할지라도.

한상운은 더욱 더 노회해졌다. 그 전작들도 나이를 가늠한다던가

전직을 의심케 하는. 미숙이 아닌 영악했고 완성되었던 작품들

이었으나 이번의 비정강호는 그 전작들 보다 더욱 발전하여

독자를 더욱 울고 웃게 만들었다. 일독을 권한다.

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네타가 있을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항복하는 것이 옳다.

싸워봐야 개죽음 당할것이 뻔하다.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고 훗날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게 평상시 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풍생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게 훗날이란 없었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더는 추한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창문으로 도망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생각도 곧 지워버렸다.

뛰어내리기도 전에 흑백쌍귀의 칼에 맞을것이 분명했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지쳤고 더이상 도망칠 곳도 없었다.

그는 지살성 풍생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뒷골목 건달에 불과했지만 건달에게도 나름의 품위와 자존심이 있다.

이제는 그 자존심을 지킬때다. 당당하게 맞서 싸울것이다. 풍생은 내공을 끌어올렸다.

청살기의 독을 억제할 최소한의 내공도 남기지 않았다. 마지막 한방울의 진원지기까지 뽑아냈다.

팔다리에 힘이 생겼지만 동시에 구토가 일어났다. 풍생은 억지로 토역(吐逆)을 참아냈다.

이상태로 얼마 버티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막고 있던 제방이 무너지자, 독은 물밀듯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흑백쌍귀와 싸울 힘이 생겼다. 칼 한 번에 그냥죽지는 않게 되었다. 풍생은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풀었다.

쾡한 구멍이 드러났다.

풍생은 짧게 말했다.

"덤벼."

ps. 신작 사계도 비정강호만한 대작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문피아 에서 연재중이니 한상운 검색 부탁드립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1 Juin
    작성일
    07.07.26 14:11
    No. 1

    사계 재밌더군요 책으로 빨리 나왔으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유랑강호
    작성일
    07.07.26 21:36
    No. 2

    어두운쪽을 확실하게 헤집어 놓는 작가라고 생각하는 1인... 양각양부터 정말 심상치 않은 모습...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동전
    작성일
    07.07.27 13:30
    No. 3

    저한테는 좌백님과 함께 이름만으로도 작품의 재미를 보장하는 작가분이시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8 운룡대팔식
    작성일
    07.08.01 05:27
    No. 4

    비정강호를 보면서 한국무협의 희망을 봤습니다... 무협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고 모두에게 외치고싶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죠!! 훗날 한국 무협을 평할때 항상 빠지지않는 작품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님의 감상글 덕분에 오랜만에 비정강호를 추억해보네요~~^^ 감사감사!!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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