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명절 때 모이면 어른들은 술상을 펴 놓고 옆에서 고스톱을 칩니다.
이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게 점수당 백원이고, 상한가 5천원입니다.
그래서 보통 만원 정도면 충분하게 놀게 됩니다. 어쩌다 쓰리고라도 나올 법한 큰 판이 되면 에이 식구끼린데, 하며 적당히 자르는 센스도 있지요.
서양 카드는 패가 안좋으면 나 죽어, 하며 포기하잖아요. 해 보다가도 중간에 패가 안나오거나 상대를 이길 가능성이 없어지면 그 때 죽어도 되구요. 고스톱은 받은 패가 아무리 안좋아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중간에 쓰리고를 맞게 생겼어도 포기하는 게 허용되지 않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반전을 노려야지요.
우리도,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은가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고 에이 나 죽어, 할 수 없잖아요.
중간에 대학 떨어졌다고, 사업 망했다고 나 죽을래, 그런 거 안되잖아요.
쇼당이라는 건 또 어떤가요. 어차피 나는 틀렸고 왕창 잃게 생겼을 때,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 둘을 경쟁시켜 그 판을 무효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최후의 반전이라 할 만 하지요.
식구끼리 20년 넘게 고스톱을 쳤는데 쇼당패를 붙일 실력이 된 건 한 5년 정도밖에 안되었네요.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계속 잃었고, 요 몇 년은 계속 따고 있습니다.
고스톱, 참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소설에 꼭 넣어 보고 싶습니다.
지나치면 패가망신.... 뭐는 안그렇던가요. 우리 인생이 다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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