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특기. 그러니까 남들보다 뚜렷이 잘 하는것에는 고하를 나누기 쉽습니다.
‘그것도 특기냐?’ 등의.
그런데 취미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 뒤에 따라오는 답 중에
‘독서랑 영화감상이요’ 라는 말에는 마치 중고등학교 HR시간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스키랑 골프요’ 같은 말에는 활동적이라는 느낌을 받고
‘게임이요’ 라는 말에는 무엇인가 흠집내기 좋은 대답이라는 인상을 가집니다.
‘난 판타지랑 무협책 읽는걸 좋아해’ 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 없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우리네가 밝히는 취미의 고하는 상대적으로 그 행위의 사회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습니까?
불과 십여년 전만 하더라도, 게임을 취미로 한다고 밝히는사람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땐, 오락과 취미를 구분하기도 했고, ‘그따위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그 사람의 격을 낮춰보기도 했으니까요.
요즘은 그래도 이전보다는 좀 더 인식의 폭이 넓어졌고, 서로 상대의 취미를 존중하는 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이전에 우리가 오타쿠라 부르며 경멸 혹은 기피했던 취미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키덜트산업이라는 말을 쓸 만큼 시장경제에 영향을 끼칠만큼 커지면서, 외면했던 것 들의 가치가 의외로 높고, 인정 해 줘야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면으로 보면, 지금의 장르소설은 예전 컴퓨터가 갓 보급될 시절, 혹은 그 이전 오락실 세대에게 한창 공부할 나이의 학생의 취미가 그것이라면 ‘나중에 커서 뭐가되려고’ 하고 바라보던 어른들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정담에서 설왕설래하고있는 ‘고상한 취미’와 ‘저급한취미’는 개인마다 카테고리의 범주가 다르겠지만, 분명 주관적인 잣대는 있을겁니다.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가치관, 그리고 전반적인 사회의 인식 등이 영향을 끼치는거죠.
‘귀족 스포츠’에서 ‘접대용 스포츠’로 격하되었다가 ‘일반 스포츠’로 자리잡은 골프처럼요.
장르를 좋아해 많이 보고, 그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장르는 저급한 취미이다. 라고 말하는것은 상당히 바보같은 짓이죠.
너희는 저급한 취미를 가지고있다. 물론 나도 포함되었고.
뭐 이런 말 아니겠습니까?
사회적인 인식과 지위는 늘 변하기 마련입니다.
장르소설로 창출되는 이익의 파이가 커진다면, 또는 이 계통의 퀄리티가 높아져 가치부여를 하는 이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지금의 인식과는 또 달라지겠죠.
과거 게임이 취미였다 말하던 것과, 요즘 게임이 취미라 말하는것은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여전히 있지만, 그래도 전보다 훨씬 많이 보급되었고, 하다못해 작은 앱게임이라도 한두번 해본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우리들끼리 고상하네마네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습니다.
원론적으로, 개인의 취미에 고하를 나누는것은 잘못되었다. 말한다면 그 말은 옳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다 그렇지 않고, 시선이라는게 그렇게 획일적이지 못하지 않습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이 취미를 버릴것도 아니지 않나요?
우리, 취향존중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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