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는 게임 스탠리 패러블이 있습니다.
스토리 진행 자체가 중요한 스포일러라서 자세히는 설명할 수 없지만, 간단히 말해서 게임 나레이터와 갈등하는 일종의 메타픽션적인 게임입니다.
중요한건 나레이터의 말을 그냥 믿으면 안되고, 의심하고, 적대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 더 설명하고 싶다...)
지금까지 제가 봤던 게임시스템 레이드물들에선 게임UI의 틈을 파서 일종의 버그플레이를 하는 정도는 종종 봤지만,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스템 자체를 의심하는 이야기는 아직 못본것 같습니다.
레이드물에서 게임 시스템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걸 안좋아하시는 분이 꽤 있는 것 같아요.
게임 판타지에서 현대 판타지(레이드물)로 유행이 바뀌면서 이어진게 아닌가 싶은데, 대부분의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틀이고, 행동에 대한 보상과 능력의 상승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는건 맞는 것 같습니다.
그치만 그놈의 게임UI가 뭐길래, 몇십만년 인류의 역사에서 고작 2,30년 등장한 시스템을 가지고 각성을 하고 초능력을 얻는건가 싶은 감도 분명히 있죠. 판타지 속 신도 게임을 하나요? 뭐 한국인은 게임 유전자가 따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그러면 이 게임UI에 대해 좀더 파고들어간 이야기를 쓸 수도 있을것같아요.
일단 사람들 수치가 게임으로 전환되고 포탈/게이트/기타 등등이 형성되서 몬스터가 뛰쳐나와서 사람을 죽이는 것들을 설명하려면, 저는 신이나 외계인, 혹은 초월적 존재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시도했다는게 그나마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왜 하필 게임UI냐? 왜 하필 인간vs몬스터냐? 왜 원숭이 바퀴벌레 비둘기 각성은 없나? 이런 저런 것들을 설명하려면...
왠지 지적설계론 얘기같네요. 뭐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고.
대부분의 레이드물은 그냥 그렇게 됐으니까 그 새로운 체제안에서 싸우고 갑질하는걸로 끝나지만, 정말로 중요한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났을까가 아닐까요?
저 위에서 가정한대로 그게 외부 존재의 특별한 목적이라고 했을 때, 과연 그 특별한 목적이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건지 혹은 그 외부 존재를 신뢰할 수 있는 건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죠.
만약에 그게 인류를 적대시하는 입장이라면 어떨까요?
그때부턴 그 게임UI를 능력주는 고마우신 분이 아니라 적의 프로파간다 기계라고 가정해야 될수도 있습니다. 게임UI가 시키는대로 하면 분명 사회 0.01%가 되서 갑질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외부존재의 입장에서는 좋은 ‘먹이’를 위해서 미로를 달리는 실험용 생쥐의 처지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거니까요.
이 사실을 인식한 주인공은 매트릭스를 뛰쳐나오는 네오의 심정으로 사회에 저항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요. 전지전능한 적을 상대로 적이 준 게임UI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저항을 시작 할 수도 있겠고, 게임UI를 거부하고 다른 힘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게임UI가 주는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고, 게임UI의 감각의 범위를 확인해서 그걸 속이고, 게임UI의 명령에 따르는 사회체제와 다른 각성자들에게서 살아남을 필요가 있겠죠. 장대한 SF 첩보 두뇌 심리전이 펼쳐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허허.
결과는 아마 크툴루에 저항하는 인간 꼴이 나겠지만... 운이 좋으면 뭐 문어 괴물에 증기선 하나 꼬라박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이렇게 쓰고보니까 플롯구조가 네이버 웹툰 다이스랑 비슷하네요. 물론 거기는 몬스터와 싸우진 않지만요. 최근에 안봤는데 어떻게 됬으려나...
써보고싶은 이야기긴 한데, 그럴 시간도 없고... 무엇보다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써내려갈 엄청난 필력같은 건 갖고있지 않으니 아쉽네요.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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