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김남재(요도)
작품명 : 빙마전설
출판사 : 청어람
요도전설, 수호령, 독왕전설, 지존귀환에 이은 다섯 번째 작품이다. 독왕전설은 중간에 흐름이 한 번 끊겼었던 관계로 다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지만, 다른 작품들은 모두 접해보았고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표지도 깔끔하고 제목도 마음에 드는 터라 고민하지 않고 빌리게 되었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북해빙궁의 소궁주 설무린. 용모도 빼어나고, 자질은 출중하며, 무공에 미친 사나이. 그가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이야기다. 1,2권은 도입부인지라 부담없이 접했지만 2권 말미 부터 본격적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것 같다. 3권 수정만 남았다고 작가분이 말씀하셨으니 곧 다음 권이 나오리라 본다. 여기서는 작품 빙마전설 보다 작가 김남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자 한다.
작가 김남재의 문장은 단순하다. 묘사가 휘황찬란하지 않고, 간략한 문장으로 호흡을 짧게 유지하는 문체이다. 또한 치밀한 스토리 구성을 장점으로 하는 작가도 아니다. 하지만 그의 글은 항상 인기가 있고 대중에게 사랑받는다. 본인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임준욱, 장경, 이우형을 꼽는다. 사람사는 향기가 물씬 풍기는 다정한 임준욱, 다정하지만 고독한 장경, 울음샘을 항상 자극하는 이우형. 최근에는 한백림과 장영훈이 추가되려고 준비중이다. 이들만 생각하면 나는 항상 행복하다 ^^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인기있는 작가는 그들만의 장점이 항상 존재한다. 그렇다면 김남재의 글이 호평을 받고 인기가 많은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그의 문장은 간략하다. 자질구레한 묘사를 즐기지 않고, 호흡을 빠르게 유지한다. 최근 한수오 작가의 노는칼을 보았다.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문장이었다. 전작보다 나아진 묘사력을 보여주며 중견작가의 역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장황한 묘사는 양날의 검이다. 독자를 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할 수 있는 반면에 자칫하면 글이 루즈해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작가 김남재는 그런 면은 배제한다. 간략한 상황설명과 대화로 독자들의 가독성을 높이고 있다. 그렇기에 대체적으로 취향을 타지 않으며 쉽게 읽힌다.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일을 벌이는 데에 신중하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용두사미의 글'을 예로 들어보자. 작가들은 가능하다면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대륙을 묘사하고 싶어한다. 그러다보면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여러가지 사건들이 중첩된다. 수많은 사건과 복선을 하나의 글에서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김남재의 글을 보면 결코 사건이 복잡하지 않다. 항상 주인공의 주변에서 사건이 전개되며, 눈이 다른 곳으로 빠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머리 속에 오래 남는다. 수많은 인물들이 나와서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비중이 큰 소설들을 보자. 과연 그 글을 읽고 나서 몇 달 동안 그 스토리를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머리가 지극히 좋지 않고서는 출판주기가 약간만 늘어져서 곧 흥미를 잃어버리기 일쑤이다. 단순한 플롯은, 대여점 시스템 하에서 엄청난 힘이 된다. 1권부터 마지막권까지 대여점에서 꾸준히 나간다는 것의 의미를 작가들은 알고 있으리라 본다.
빙마전설의 작가 김남재. 본인이 냉정하게 평가하기에 그는 문장력과 구성력이 탁월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의도적인지, 우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중적인 글을 쓰고 있다. 그만의 스타일은 이번 작품 빙마전설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으며,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감히 그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글에 약간의 힘이 더 실렸으면 한다. 감정에 몰입해야 하는 때가 있다면 서정적인 묘사나 독백을 통해 독자를 확 잡아당겨야 하고, 전투씬이 있다면 그 박력으로 인해 손에 땀을 쥐게 해야 한다. 그런 역량이 갖추어진다면 그는 무협계에서 손꼽히는 대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작품성만이 전부는 아니다. 대중성이 없는 작품성은 반쪽자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작가 김남재는 이미 한 마리의 토끼는 잡은 셈이다.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