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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8.24 02:20
조회
1,013

작가명 : 노무라 미즈키

작품명 : 「문학소녀」와 얽매인 바보 - 문학소녀 시리즈 3권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발행일 : 2008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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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이 책 책장이 모자라!"

어느 날 토오코 선배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중간 부분이 찢겨나가 책장이 모자랐다─. 역시나, 이야기를 먹어버릴 정도로 깊이 사랑하고 있는 '문학소녀'가 이 일을 그냥 넘어갈 리 없다. 폭주하는 토오코에게 휘말려, 무슨 이유에서인지 코노하와 같은 반의 친구 아쿠타가와는 문화제 때 연극에 출연하게 되는데….

우연히 보게 된 같은 반 친구의 마음 속 어둠. 궁지에 몰려 더해가는 광기.

과거에 얽매여 움직이지 못하는 영혼을, '문학소녀'는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인가?

입에서 녹을 정도로 달콤하면서도 조금 쌉싸래한 맛의 학원 미스터리, 문학소녀 시리즈 제 3탄!

-------------------------------

주인공 이노우에 코노하는 한때 그 누구보다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바보처럼 즐거웠고, 그런 나날이 끝없이 이어질 거라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자신의 죄로 인해 그 행복은 깨어지고, 그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얻음과 동시에 그 여인을 잃고, 진정한 '사귐'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문예부 선배인 아마노 토오코 선배는 평범한 음식에서는 맛을 느끼지 못하고, '이야기'를 맛을 느끼며 책장을 씹어먹는 '문학소녀'입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면을 쓰고 행동하는 코노하에게 다가와 어느세인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코노하의 급우인 아쿠타가와 카즈시는 매우 성실한 소년입니다. 허나 그의 성실함은 크나큰 상처 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상처를 입어 왔습니다. 그에게는 자신의 성실함을 위해 자신의 '진심'을 줄 수 없었고, 그 성실함은 자신과 자신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문학소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들은 책이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과거에서 얻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곪을 뿐이며, 그 인물의 모든것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인간 실격', '폭풍의 언덕'에 이어, 이번 3권의 '원작'은 일본 다이쇼 시대의 작가 무샤노코지 사네아츠의 '우정'. 일본 근대 소설이라고 해도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정도라면 몇번씩 이름을 들어봤습니다만, 이번에는 작가도, 소설도 전혀 생소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인물과 줄거리는 책 내에서 전부 소개가 되니 읽는데 불편함은 없습니다.

'우정'은 삼각관계 이야기입니다. 화자인 각본가 노자와는 스기코를 사랑하고, 노자와의 친구인 소설가 오오미야는 노자와를 응원합니다. 하지만 스기코는 오오미야를 사랑하게 되고, 오오미야는 우정을 위해 그녀의 마음을 계속 거부하지만 그녀의 지속적인 구애에 마음이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스기코에게 멀어지기 위해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지만, 그럼에도 편지로 자신에게 애정을 표하는 스기코를 결국 영국으로 불러들이며, 노자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리고, 노자와는 절망하면서도 외로움을 견디고 살아가게 된다는 이야기.

문학 소녀는 보통 세 가지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됩니다. 각각 코노하의 이야기, 그 권의 중심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원작'입니다.

이노우에 코노하는 크나큰 상처를 입은 과거가 있습니다. 매우 사랑하던 여인을 잃었고, 그것을 끊임없이 후회하고 있습니다.

각 권의 중심 인물들 또한 매우 큰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그 고민은 끝없는 자괴로 빠져들기도 하고, 광기의 폭발로도, 극단적인 애증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에, 그리고 그 상처에 대처하는 방식에 코노하는 자신의 상처와 자신의 입장을 겹쳐보며 괴로워합니다.

각 권의 중심인물들은 각기 '원작'에 매여 있습니다. 그 캐릭터들은 '원작'에서 자신을 보고, 자신의 상처와 고민과 직접 대면하게 되며 그것에 마주합니다. 이번 권에서 아쿠타가와가 '우정'을 연극하게 되면서 자신의 배역이자, 결국 친구에게서 여자를 빼았는 역할인 '오오미야'에 자신을 겹쳐보며 고민하듯.

코노하와 아마노 선배는 무언가 의문스러운 일을 마주하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중심 인물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원작'의 이야기 또한 진행되어 갑니다. 토오코 선배의 입에서 '원작'의 해설이 흘러나옴에 따라 인물들의 감정과 사건의 진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따라갑니다. 이미 '완성된 원작'을 완성된 형태로 사용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녹여냅니다.

사람은 살아가며 끊임없이 상처입고, 자신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 어리석음의 결과를 기록한 것이 '책'이란 형태로 남습니다. 그렇기에 '문학소녀'인 아마노 토오코는 '원작'을 토대로 '상상'합니다. 이 책의 장르는 '미스테리'입니다. 하지만, 밀실 살인 사건 따위는 없지요. 이 책에서 쫒는 '진실'은 '범인의 정체' 같은 것이 아닙니다. 문학소녀는 이야기를 토대로 '이면의 진실'을 상상하고, 그런 그들을 구원할 방법을 만들어냅니다. 어그러진 현실을 '이야기'를 통해 바로잡는것이 '문학소녀'의 역할입니다. 그녀가 추리하는 것은 '인간 사이의 관계'입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싸구려 패러디가 아닌 원작에 대한 최고의 경의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한 인간을 구원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을 작가에게 들려주는 그런 책이니까요.

서술 하나하나가 깨끗합니다. 모든 책장에 캐릭터의 감정이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아프게, 그리고 때로는 격정적으로 흘러넘칩니다. 결코 자극적이지 않게, 허나 눈을 땔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 치는 소설입니다. 모든 장면이 의미가 있고, 모든 장면이 생동감 넘칩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캐릭터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진실되게 다가오고, 그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환희와 성장을 가슴 따뜻하게 느낍니다.

이번 권은 특히 그런 면에서 만족스럽기도 합니다. 아픔을 마주하고 직접적으로 성장하는 아이가 있고, 담담하게 아픔을 받아들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시리즈 전체의 메인 스트림인 '코노하'의 이야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존재, '사랑했던 여인'이 이야기의 무대에 다시 등장할 준비를 던집니다. 이 한권의 내적으로도, 시리즈 전체적으로도 중요한 이야기이며, 흥미를 돋구는 부분입니다.

그와는 별개로 1,2권과는 달리 '원작'의 관여 정도가 밸런스를 잘 맞췄습니다. 1권처럼 강요되지도, 2권처럼 마냥 의존하지만도 않고, 작 중의 '장치'로 주의 깊게 승화시킵니다.

아아, 정말 다음권이 읽고 싶어 집니다. 아니, 그 전에 무샤노코지의 '우정'이 읽고 싶어요. 사실 '인간 실격'이랑 '폭풍의 언덕'도 읽고 싶지만 못 읽었습니다. 다음 권은 '오페라의 유령'이었던 가요?  이것도 못 읽어 봤습니다만 다행이도 이건 영화로는 본 적이 있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책이 읽고싶어 지는 책이니, 책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찬 '문학소녀'의 매력은 정말이지 대단하다고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Comment ' 2

  • 작성자
    탐구
    작성일
    09.08.24 10:16
    No. 1

    감상이 정성스럽네요. 꼭 문학소녀를 읽고 싶다는 감정이 마구 솟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8 카이샤르
    작성일
    09.08.24 13:10
    No. 2

    라이트 노벨 장르중에서 제가 유일하게 전권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죠.

    주인공의 연약함이 마음에 안들어서 감상문을 안올리고 있을 뿐이지, 사실 작품수준은 굉장히 뛰어난 편입죠.

    원작의 기본 플롯의 어레인지 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원작의 소개겸 해서 고전의 힘이랄까, 예전 문학이라는 작품의 시대를 초월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면에서 참 좋은 작품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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