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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09.09.28 02:12
조회
1,988

작가명 : 마스다 쇼지

작품명 : 하루카 - 천공의 야마타이국

출판사 : 신영미디어 디라이트노벨

발행일 : 2009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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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큐브』『나의 시체를 넘어서 가라』etc.

최고의 게임 크리에이터 마스다 쇼지가 선사하는 판타지 대작!!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직전, 어떤 사건으로 정학을 당한 나는 기분 전환 겸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창고를 뒤지던 중, 한 장의 청동거울을 발견했다.

그러자 갑자기 거울에서 빛이 나더니 한 소녀의 얼굴이 떠올라 나에게 말을 거는 게 아닌가! 신기하다 생각하면서도 이끌려 도착한 곳은 놀라지 마시라, 3세기! 그리고 하늘엔 『야마타이 국』이 떠 있었다!!

종족을 넘어선 전쟁의 한복판에서 전개되는 시공을 넘나드는 원거리 연애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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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블로그 서비스 이글루스의 '랫츠리뷰' 이벤트로 '하루카 - 천공의 야마타이국'과 '하루카 - 염천의 야마타이국'으로 이루어진 하루카 상하권 세트를 선물받았습니다. 이전 '엔더의 게임'에 이어 렛츠리뷰 당첨은 2번째. 이번에도 분량이 만만치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천공'은 585페이지, '염천'은 637페이지라는 미칠듯한 두깨.

492페이지짜리 엔더의 게임도 기간 내에 리뷰하기 아슬아슬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는 정말 죽었구나 하고 벌벌 떨었습니다만, 작품 자체가 가볍게 술술 넘어가는 분위기라 오히려 한결 편했던 것 같네요. 아니 뭐, '천공'을 막 다 읽었을 뿐이고, '염천'은 아직 초입입니다만.

1. 디라이트 노벨

아마 2008년도 말~2009년도 초 쯤에 등장한 신생 라이트노벨 브랜드라고 알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신영미디어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만, 이번에 하루카과 같이 온 팜플렛을 보니 그 유명한 '할리퀸 로맨스'를 수입하는 회사더군요. 그 외에 로맨스 위주의 다양한 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쪽이야 제 주 분야와 워낙 동 떨어져 있으니 넘어가고.

하여간 NT의 초기 선점 효과야 말할 것도 없고, '공의 경계'와 '강철의 연금술사 소설판'으로 확실하게 눈길을 사로잡은 EX 노벨, 그리고 당시 인기리에 방영중이던 '제로의 사역마'를 출간함으로 인해 단번에 주목을 끄는데 성공한 J 노블, 그리고 '국산 라이트노벨 브랜드'라는 것 자체만으로 충분한 관심을 끈(물론 공모전의 역할도 큽니다) 시드 노벨 등 여러 라이트노벨 브랜드들은 첫 등장부터 상당한 화재 요소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라이트 노벨은 그런게 없었지요. 뭐, 이미 좋은 작품을 다른 브랜드에서 다 쓸어간 시점이었으니 어쩔수 없기도 합니다만, 디라이트 노벨은 이 '초반 공세'가 정말이지 약했습니다. 딱히 화제작을 들고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 대대적인 광고를 벌인 것도 아니지요.. 아니, 광고를 하긴 했는데, 초기 라인업 자체가 그다지 주목을 끌만한 작품이 없었기에 '묻히는 분위기'였습니다.

발매 이후에도 그다지 입소문으로라도 사람을 끌 만큼 큰 호평을 받은 소설도 없었고, 계속해서 책을 몇달에 한권씩이라도 내고 있긴 합니다만, '듣보잡' 수준을 못 벗어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M노벨인가 하는 것처럼 그야말로 소리소문 없이 나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줄 알았더니 갑자기 또 툭 하니 던지고 또 다시 잠적하는 답이 없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만;;

허나 그런 디라이트노벨의 출간작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소설이 이 '하루카'. 권당 1만원이 넘는 가격에 5백 페이지가 넘는 두깨. 그리고 도저히 최근 트랜드라고 할 수 없는 '정통파'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표지와 소개. 단번에 '이것이야말로 디라이트노벨이 준비한 비장의 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차별화된 작품'이라 출간 당시에는 꽤나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확실히 주목을 끌긴 했는지, 제가 이번에 받은 '하루카'는 2쇄본이었습니다. 아마 디라이트노벨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 아닐까요?

2. 훑어보기

소속 야구부가 1년간 활동 정지를 당하고, 그 원인이 된 폭력 사건을 일으킨 야구부 선배를 때렸다가 정학 처분을 당하고, 더불어 며칠전 대만인 교포 3세라는 것을 밝혔다가 사실은 인종차별주의자였던 여자친구에게 차였으며, 지방 의원인 아버지가 미성년자와 매춘을 해서 어머니는 친가 타이페이로 비행기를 타고 나른 상황이라는 그야말로 그림으로 그린듯한 악제가 겹친 고등학교 소년 '하리 마사미'. 성과 앞의 한자 하나를 따서 중국식으로 읽어서 '초세이'.

기분 전환겸 여행을 떠나기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집 안에 온갖 잡동사니가 있는 거대한 창고를 뒤지다 발견한 청동 거울. 그리고 그 거울에 비친 소녀의 얼굴과 '이쪽으로 와 줘'라는 목소리.

얼떨결에 거울 속으로 들어간 소년은 바위에 꽂혀있던 '천상의 역창'을 뽑고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구세주'로 대접받습니다.

소년이 도착한 곳은 3세기 일본, 삼국지 위지왜인전에 등장하는 일본 최초의 국가 '야마타이 국'. 여왕 히미코가 다스리는 야마타이국은 큐슈 남쪽 하늘에 떠 있는 섬 '야마타이 국'을 중심으로 한 부족국가 연합입니다. 허나, 야마타이 국이 떨어질 위기에 처하자 '이치다이리츠'라는 조직의 반란이 일어나 전쟁이 벌어진 상태.

초세이는 자신이 구세주로 선택된 것에는 의문을 가지지만, 너무나도 밝고 활기찬 소녀이자, 야마타이국의 신녀 '하루카'와 자신을 열렬하게 환영해 준 일단의 무리들을 위해 싸움에 나섭니다.

바람 종족인 텐구, 산 종족인 반인반수들, 강 종족인 갓파 등 여러 부족들이 히미코를 중심으로 모인 '불의 일족'. 허나, 그 실상은 거의 오합지졸이나 다름 없고, 신출귀몰하게 나타나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학살을 저지르는 이치다이리츠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상황. 초세이와 하루카, 그리고 불의 일족은 이치다이리츠의 다음 습격지를 알아내 그것을 막기 위해 출발합니다.

여러 싸움을 거치고, 많은 동료들의 목숨을 댓가로 압도적인 강함을 보이던 이치다이리츠의 세력 또한 점점 약해져갑니다. 하루카와 초세이는 점차 가까워져 갑니다. 그 가운데 초세이는 거울을 통해 현대와 과거를 몇번이고 오가며 이리저리 동분서주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치다이리츠의 진짜 목적과 자신이 이 세계로 오게 된 원인을 알아내고, 적의 우두머리의 앞에 하루카와 함께 도달한 초세이.

어찌어찌 현대로 돌아온 초세이는, 1년 후 현대에서 하루카와 제회하게 됩니다.

3.감상

이 '하루카'는 RPG게임으로 제작하다가 기획이 중도 폐기된 게임의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하여 쓴 물건이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일본의 이런 형식의 RPG 게임은 그야말로 '전형성'의 보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부분을 수정했지만 최대한 원 게임의 분위기와 맛을 살리려고 했다는 작가의 말 처럼, 이 소설은 자연히 그 '전형성'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스토리를 보자면, 그 '전형성'의 극이라 할 수 있는 열혈 소년의 이계진입 스토리입니다. 흔히들 '양판소'라 불리는 한국 물건에서도 한때 매우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물건이고, 일본에서도 꽤나 낡은 클리셰입니다. 사실, 스토리만 보자면 그다지 의외성 없는 물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서사 진행이 뛰어나느냐, 작품성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요. 그저 고등학생 소년과 고대의 미소녀가 이리 뛰고 저리뛰며 싸우고, 또 가끔 에로한(확실히 평범한 라이트노벨의 수위는 아닙니다) 장면을 보여주고, 음모에 맞써 싸우는 모습은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지언정 흠뻑 빠져들만한 무언가는 아닙니다.

문장 또한 프로 소설가가 아닌 게임 기획자의 소설이기에 상당히 질이 떨어집니다. 뚝뚝 끊기는 짧은 문장 위주의 1인칭으로, 그야말로 치졸한 남자아이 같은 직설적이고 단순한 문체로 진행됩니다.

허나 이 작품의 매력은 그 '우직한 전형' 그 자체에 있습니다. 서사에 있어서도 꼼수를 부리지 않고, 그저 활력 넘치고 생기 넘치는 '불의 일족'과 기괴한 '이치다이리츠' 무리와의 싸움을 그리고, 밝고 활기찬 하루카와 교류하여 목숨을 걸고 돌진할 수 있는 전사가 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기게 합니다. 꽤나 영상적인 면이 강조된 소설이고,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묘사되는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부족들의 모습, 이치다이리츠의 기괴한 모습과 적은 인원으로, 허나 큰 스케일로 펼쳐지는 그 '원시적인' 전투의 모습과 그것이 자연스레 펼쳐지는 세계의 모습은 마치 '원령공주'같은 고전 애니메이션을 보듯 독특한 분위기로 머리속에 자연스레 그려집니다.

표지에서 상상되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잔인하거나 야한 묘사가 많은 것도 특징. 생명력 넘치는 야생이 숨쉬는 고대의 분위기와 피와 살이 튀는 전장의 느낌을 그럭저럭 잘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리얼한' 물건을 기대할 수준은 아닙니다만.

전개에 있어서는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적을 기지와 희생으로 물리치는 그 상황이 꽤나 잘 묘사됩니다. '완전한 승리'는 결코 없이, 여러 페이지를 걸쳐 주인공과 교류해오던 이름 있는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고, 적의 술수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됩니다. 그 비참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전개되는 전쟁의 양상은 꽤나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다양한 캐릭터와, 그 중심이 되는 '하루카'라는 여자아이. 그리고 그 속에서 싸워가는 '초세이'. 이 둘의 관계가 어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지요. 상당히 초반부터 꼭 붙어다니는 것이 '로맨스'가 도무지 성립되지 않을정도로 싱겁기 짝이 없습니다만, 그 만큼 서로를 아무런 의심 없이 믿고 의지하는 기분 좋은 '열기'는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4. 마치며

여러모로 전개상 숨겨진 부분과, 복선으로만 등장한 부분이 많습니다. 후반에 가서는 마치 이런 RPG의 약속이라는 듯, 이야기가 비약하는 부분에서 끊기기 때문에, 하권 '염천'편을 읽기 전까지 확실한 감상을 쓰기는 무리일 것 같습니다.

물론 소위 양판소에서 무언가 발전한 물건이라거나, 강력하게 추천할 만한 명작까지는 아닙니다만, '우직하게 밀고나가는 그 순수함'이 남아있는 소설로서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설픈 철학도, 비꼼도 없습니다. 그저 오랜만에 정통파 용사(하반신으로 몰리는 피는 조금 더 많은 듯 합니다)의 이야기를 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 보셔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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