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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진가소사(陳家小史)

작성자
Lv.56 댓잎소리
작성
09.08.18 20:48
조회
4,053

작가명 : 항몽 (박상준)

작품명 : 진가소사

출판사 : 동아발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내겐 정말 흥미로웠던 작품이었습니다.

  

1. 성실한 글쓰기.

‘창작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1) 형식으로 주석판이 따로 나온 책이 있는데, 그 책은 본문보다 주석이 더 많습니다.

진가소사는 그 작품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달린 주석을 보면서 작가의 창작과정이 얼마나 정직하고 성실했는지 읽는 내내 느끼게 했습니다.

첫 번째 주석은 명나라 무과 실시연도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 주석은 양광이란 지역이 광동,광서라는 풀이입니다.

이런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성스런 집필이, 이 작품을 진씨 집 아버지와 아들의 일대기(傳, 記)가 아닌 작은 사(史)로 사실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또 이야기에서 스치는 무술역사와 공간, 그리고 숱한 노래들-무협 소설 중에 가장 많은 시와 노래가 등장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에 대한 주석이 작가가 그리는 무림 강호에 대한 설정을 성실하게 뒷받침해줍니다.

물론 이래서 모자란 점도 있는데요, 천천히 읽어야 이야기의 제 맛을 느끼는데 이즈음의 급한 세대에 그런 자세가 쉽게 나오겠습니까?

2. 머리부터 발끝까지 탄탄한 구성, 생동감 있는 이야기

‘해그림자가 동쪽으로 길어질 무렵, 석양으로 가득한 길은 고즈넉하기만 했다.’

‘그해 화창한 어느 가을날의 일이었다.’

1권 첫 문장과 6권 마지막 문장인데요, 이 사이에 작가의 설정은 돌같이 단단합니다. 오류를 찾을 수가 없어서 읽는데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런 탄탄한 이야기틀 속에서 작중인물이 생기를 얻어 작가의 뜻과 달리 그들의 생각대로 길을 가는데도--2) 작품은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등장하는 인물들이 비벼 되는 이야기와 사건들은  강물이 되어 흘러갑니다.

그렇기에 진가소사는 돌 같고 물 같습니다.

3. 상처입은 아버지와 아들을 건너, 그 주변인의 따뜻한 이야기.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에 대한 무협은  임준욱작가의 농풍답정록이나 陳加笑傳, 촌검무인등에서 감동적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요, 이 작품은 그 맥을 충분히 살려가고 있습니다. 드라마처럼 빠르게 감동시키는 것보다는 출판사 광고대로 수채화 같습니다.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사람이란 상처를 입고 입히는 개인이요 또한 이러한 유아독존의 개인을 넘어서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관계 속의 사람입니다. 작가는 그래서

‘네가 사마귀라면 다른 약자를 해치려고 달려오는 수레에 대해 어떻게 하겠느냐’

라고 묻습니다. 주인공은 개인의 아픔과 고통을 경험하면서도 사부의 이 질문을 궁리합니다. 그러면서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게 되고, 약한 자를 돕기위해 과감히 행동합니다.

나도 작품이 종결되기까지 이 질문을 아주 가끔, 생각할 것 같습니다.  

4. 강호 서열과 무공에 대한 작가의 생각.

작품의 강호 무림에는 무공 서열--3) 이 없습니다.

천하제일인이 없습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정도입니다.

주인공 진 소명이 몇 번의 강적을 물리치고 협행을 해도 아직 별호가 없습니다.

다른 책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전음입밀도 딱 한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이기어검이나 강기는 이야기 속의 무공입니다.

검이 닿지 않아도 사람을 상하게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싸움은 치열합니다. 읽으면서 좋은 사람들이 다칠까봐 긴장하게 됩니다.

불타는 도박장 -상황이 떠 오르지않습니까, 불타는 도박장^^- 에서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면은 그 끝을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5. 문장

동사가 힘이다. 가능하면 부사라는 잡초는 피하라.--4) 는 말은 영어문장에 맞지만, 우리글에는 그렇지만도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글은 오히려 풍요로운 꾸밈어를 많이 써야 문장이 좋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선배작가들이 사용한 ‘시나브로, 는실난실하는’ 등의 꾸밈어가 많이 사용하는데요 처음 보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뜻이 잘 안 통해도  문장에 빛과 소리가 좋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습니다.

6. 대중성.

이런 작품이니 시장반응이 어떨지 짐작하실겝니다.

대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지역 대여점을 검색하고나서 몇 군데에 전화해서 빌려 읽었는데요, 내가 좀 불편하지만 앞으로 그 대여점을 자주 찾을 생각입니다.

대여하거나 읽기가 쉽지 않은 분들도 시간나시면 한 번 보시기를 바랍니다.  6권까지 나왔습니다.

진가소사 따라하기^^

1) [나,황진이] 주석판-김탁환,푸른역사 작가의 말 중에서

2) [진가소사] -동아발해 4권을 마치며 중에서

3) ‘2차대전 무렵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강요하던 랭킹주의가 왜 2000년대에 한국에서 재현되야 하는지 안타깝다.’파우저교수  사람과 사람 2009.8.18일자 경향신문

3)을넣은 것은 작가가 진가소사에서 무공을 서열화하지 않은 이유하고는 관계없이 감상자의 개인적 생각임.

4)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151쪽        


Comment ' 22

  • 작성자
    무영신마괴
    작성일
    09.08.18 21:26
    No. 1

    진가소사. 말이 필요없죠.!!
    강추입니다.ㅎㅎㅎ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크리스님
    작성일
    09.08.18 22:16
    No. 2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염^^

    진가소사 !! 윗분처럼 말이 필요없죠.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강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은선
    작성일
    09.08.18 22:30
    No. 3

    아...... '나, 황진이' 주석 스타일인가요? 흠 망설여지네. -ㅂ- 나, 황진이난 대왕 주석판도 있던데;;;; 커헉!!!!!! 아무튼 단단한 스토리라니, 한번 봐야겠군요. 저희 집으로 부터 30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던데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래피즈
    작성일
    09.08.18 22:46
    No. 4

    오늘 6권을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분이 심혈을 기울여서 썼다는 느낌이 드는 책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삼절서생
    작성일
    09.08.18 23:23
    No. 5

    좋은 글에는 이렇게 좋은 감상이 나오는군요.
    꼭 읽어 보겠습니다.
    추천 한방 누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낙일화주
    작성일
    09.08.18 23:34
    No. 6

    아..좋은 작품에 호응하는 멋진 감상글입니다.
    진가소사 정말 문피아 모든 분들께, 아니
    무협소설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강제로
    읽히고 싶은 작품이라고 할까요?

    2008~9년 2년 사이에 나온 작품 가운데

    무림사계
    진가소사
    숭인문

    세 작품을 최고로 칩니다.
    각 작품이 모두 다른 점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세작품은 우리나라 무협 소설 계에서도
    두드러지게 주목할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가랑이
    작성일
    09.08.19 00:34
    No. 7

    기대 없이 시간 보내기로 들었던 소설인데 푹 빠져버렸죠.
    잔잔하면서 지루하지 않고 헌데 책방에서 사라져버린..
    주인 아저씨 너무 밉소..
    대여점 아무리 돌아도 구할 수가 없어서
    2권까지밖에 못 읽었는데 왠만하면 그냥 포기할텐데
    뒷편 너무 보고싶네요.
    저도 추천강화 꼭 한번 읽어보세요.
    정말 잘 쓴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9.08.19 02:27
    No. 8

    정통무협의 향기...
    고리타분하게 느낄 수도 있지요.
    순수한 필력으론 거의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후회는늦다
    작성일
    09.08.19 03:11
    No. 9

    2009년은 숭인문과 진가소사를 믿고 가는 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곡신(谷神)
    작성일
    09.08.19 04:19
    No. 10

    역시 멋있는 작품에는 멋있는 감상문이 따라오네요.
    5권에서는 조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 6권은 대 만족이었지요. 이대로 쭉 갔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올드루키
    작성일
    09.08.19 06:15
    No. 11

    고민하시면서 공들여 글을 쓰시는 것이 보이는 분이죠. 존경스러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햇살나눔
    작성일
    09.08.19 09:15
    No. 12

    진가소사 읽으면서 이런 무협도 있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15년 동안 무협을 읽었는데 유일하게 구입해서 읽고 있는 책입니다.
    치열한 글쓰기... 이게 뭔지 보여 줍니다.
    항몽님 건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夜花
    작성일
    09.08.19 11:55
    No. 13

    정말 너무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숭인문과 진가소사 대박^^*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댓잎소리
    작성일
    09.08.19 13:13
    No. 14

    여러분들의 뜨거운 댓글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마음들이 작가님에게 조용한 박수가 되기를 바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忍之爲德
    작성일
    09.08.19 14:02
    No. 15

    구구절절 공감가는 감상입니다.
    올 한해 진가소사가 대박 치기를.... ^^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no*****
    작성일
    09.08.19 19:03
    No. 16

    권수가 진행되면서 일상과의 연관이 더욱더 그럴듯해 지는 느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고추장국
    작성일
    09.08.19 19:39
    No. 17

    사보지 않아 죄스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작가분 건승을 기원 한다는 말씀만 드리고 싶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단테의별
    작성일
    09.08.19 21:29
    No. 18

    정말 최고입니다...한편의 수채화 라는 말이 맞을듯합니다
    여백의 미 .......
    진씨 가문의 소소한 역사속으로....

    먼치킨에 심취하신분이라면 취향이 바뀌신후 보시길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행로난
    작성일
    09.08.20 08:31
    No. 19

    아주 매니아적이 소설입니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많이 팔린 책을 아니라는거죠.
    아이러니 하게도 너무 잘써서 외면 당한다고
    할까요..,.제가 유일하게 3시간정도 투자하면서
    읽는 소설인데 말입니다..다른글들은 1시간 내외.
    이성과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도 진중하고
    무게감있게 그리고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읽혀지지 않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08.20 09:53
    No. 20

    이미 구입하였습니다. 말이 필요없죠. 무협인생 15년간을 돌아보아도, 다섯 손가락안에 꼽히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최고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Badger
    작성일
    09.08.20 10:02
    No. 21

    6권이 조금 늦게 나온 걸 제외하면 정말 나무랄때가 없는 작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ask13579
    작성일
    09.08.20 18:09
    No. 22

    빌려 읽으면서 못사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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