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백서현
작품명 : 데이 브레이커
출판사 : 대원씨아이 - 일리아드
음, 놀랐다. 정말 놀랐다. 이런 퀄리티라니...
나의 기대를 가볍게 뛰어넘어 보였다.
어제까지는 '백서현'을 알지 못했으나
오늘부터는 '백서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캐릭터들은 지극히 생동감 넘쳤고,
설정은 독창적이고 세밀하며 고풍스러웠다.
문장은 탄탄하고 매끄러워 술술 읽혔고
극적인 이야기 전개에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기에 두번에 걸친 반전... 대단하다.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건 살아있는 인물들이다.
상투적인 캐릭터도 있고 독특한 캐릭터도 있지만
중요한 건 모두가 각자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극히 비중 높은 에제스부터 별다른 출연도 없는 아이샤까지,
엄청나게 많은 인간, 요정, 마왕, 용, 신, 기타 등등이 출연하지만
각각을 모두 기억할 수 있다. 아...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은 만화적 연출까지 곁들이며, 그것이 결코 과하지 않다.
대화와 묘사의 가운데 자연스레 인물을 구현하고 독자에게
각인시키는 과정이 매끄럽기 이를데 없다. 끝내준다.
거기다 독창적이며 고전의 향기가 풍기는 세계관.
음유시인들의 이야기, 여명과 황혼, 용들과 제국, 거인,
마법사와 영혼, 기사와 마왕, 인간, 요정, 신들.......
나는 책을 읽는 두시간 내내 작가가 노래하는
이 매혹적인 세계에 빠져서 정신없이 취해 있었다.
그 시간만큼은 난 데이브레이커 속의 주민이었다.
그저 줄줄 나열하기만 하는 설정바보틱한 모습은
조금도 없고,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쏙쏙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신화적인 광경을 상상하는
나 자신을 깨닫곤 했다.
그것은 너무나 이국적이고, 아름답고,
동화적이면서도 생생해서, 푹~ 빠져들어 버렸다.
이야기는 느린 듯 출발하지만 곧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물 흐르듯 진행되는 이야기에는 전혀 막힘이 없었고,
중간 중간 강렬한 인상을 주는 크고 작은 반전은 끝내준다.
등장 인물이 엄청 많은데도 워낙 깔끔하게 구성해놔서
전혀 헷갈리지 않았고, 장면전환도 너무 부드러웠다.
각 사건은 전부 인과관계가 뚜렷해서 어색함이 없었고,
미리미리 복선과 암시를 통해서 독자에게 기대와 흥미를
갖도록 만들어 주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묘한
단서가 툭툭 던져지고, 비밀에 홀려 정신없이 읽게 된다.
이건 정말 돈 주고 사도 전혀 아깝지 않은 책이다.
작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얼마나 생각을 했는지,
책의 처음 몇장만 읽어도 손에 잡힐 듯 느껴진다.
쾌도난마때도 기대 이상이긴 했다.
그러나 일반적인 무협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1권에는 완결성도 독립성도 없었고,
수준은 높으나 어쨌든 보통의 무협소설이었다.
그러나 데이브레이커는 다르다.
1권만으로 충분히 완결성을 지니며,
훌륭한 하나의 『이야기』로써 독립되어 있다.
이 한권만을 읽어도 마치 몇권의 소설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밀도있고 짜임새가 좋다.
그리고 일러스트도 확실히 작품을 돕는 듯한 느낌.
쾌도난마는 퀄리티는 높았지만, 본문의 글과는
좀 따로 노는 느낌이랄까 그런 게 있었는데
데이브레이커에서는 제대로 작품 분위기를 살려준다.
소설삽화에서 중요한 건 글과의 조화이지
퀄리티니 뭐니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그림의 퀄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고.....
게다가 다음 권에 대한 암시도 흥미진진하다.
2권에서는 제국의 거대 학원인 '엘 무어'로
무대를 옮길 듯 하다. 학원이라는 배경에
백서현님의 이 소름끼치는 필력이 더해지면
어떤 결과물을 낼런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http://blog.naver.com/serpent/11002153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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