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비화수 3권까지를 보고...
지금까지 진행된 천도비화수를 보고 한 마디로 평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왜 그런가를 이제 따져보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알다시피 천도비화수는 GO!무림이 주최한 제1회 신춘무협공모전을 통해 데뷔를 한 글이다.
그의 출판글은 입상 당시의 그 천도비화수가 아니다.
처음부분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새로 씌여졌다.
출판직전, 본인의 욕심으로 말미암아 다시 뜯어고치기도 했다.
그렇게 나간 글이 지금 시중에서 독자들이 볼 수 있는 천도비화수이니 그만큼 더 좋아졌다는 의미다.
천도비화수를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한다면...
잘 쓴 글이고, 작가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쓴 글만이라면 절반의 성공이란 평가는 걸맞지 않을 터이다.
그의 묘사는 무협적(武俠的)이라기 보다는 매우 문학적(文學的)이다.
곳곳에서 번져나오는 대사들, 묘사들은 순문학의 느낌이 상당히 짙으면서도 무협적인 느낌을 나름대로 잘 살리고 있어 문장만으로도 칭찬을 받을만 했다.
하지만 깨끗한 전개보다는 이따금 너무 작가의 생각이 심하게 깔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보니 의미의 전달보다는 오히려 문장의 화려함이 더 짙게 치장되는 일이 후반으로 가면서 커졌다.
한 아이의 등장에서,
그 아이가 난데없는 일 하나에 휘말려서 주위 사람들이 죽고...
참혹한 변을 당하는 상태에 빠져드는 과정과 복수를 위해서 나타나기 까지.....
흐르는 여러 가지들에서 미숙함이 드러남은 역시 옥의 티였다.
주인공을 너무 신격화하면서 사람들에게 어필하려고 애쓴 부분이라던가, 혹은 한 번 본 아이를... 무려 10년이 흐른 후에 바로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특이한 아이고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무리였다.
거기에 여주인공 격인 등로가 참혹한 지경에 빠졌지만 그 상황은 너무 쉽게 흘러가 버렸다.
단순히 강간을 당하는 여주인공을 흥밋거리로 묘사하지 하지않더라도, 그 처절함을 독자들에게 각인시켜주기 위해서는 좀 더 극적인 묘사가 생생히 전달되었어야 했다.
더구나 그 상황을 보는 뭔가 다른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도 등로를 구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대단한 안배(按配)를, 처절한 한(恨)을 심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하지만 10년 후에 등로는 그저 한 사람의 기녀(妓女)일 뿐이다.
과연 팔황맹에 맞서는 오룡련은 무엇을 했다는 걸까?
설정상의 무리가 아니었을까?
작가는 어떤 설정을 하면 매우 고심하면서 사건을 배치한다.
그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사건의 배치로 인해서 후일 발생될 일에 대한 개연성이다. 그리고 그러한 일로 일어날 일은 그 사건으로 인해 더 크게 증폭(增幅)될 힘을 가져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글의 전개가 가지는 힘이 되고, 권이 거듭될수록 독자를 빨아당기는 흡입력이 된다.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켜줌은 장르문학이 가지는 속성이고, 매우 중요한 부분의 하나이다.
그 기대를 또한 적절히 조절함은 바로 작가의 능력이 된다.
그런면에서 등로에의 기대는 매우 부족했다.
과연 어릴 때 나무에 새긴 그 기억 하나가 내 평생을 통해 지워지지 않는 일로써, 내 여자로서 각인될까?
옆에 사랑스럽고 예쁜 여인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볼 때, 그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현실적으로 끌어내기 위해서 하는 장치가 바로 설정이다.
그러한 면에서 천도비화수는 여러군데에서 설정상의 오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도비화수는 좋은 글이다.
그의 현란한 문장을 보는 재미는 여러 가지로 즐겁고, 도살등에 대한 그의 풍부한 지식은 그가 백정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까지 들도록 생생하다.
적지않게 사용된 한문의 사용에서도 거의 틀린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도 좋았고
자부(紫府)와 풍산(風山)을 도입하여 어떻게든 한국적인 맛을 살려보고자 하는 시도도 역시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부분이었다.
단순한 복수에서 모두를 위한 새 세상이라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목표설정도 좋은 생각일 수 밖에.
그러나 선도를 표방하는, 자부의 신공이...
천도를 얻어야 하는 주인공의 무공은 말 그대로 도살을 위한, 잔혹무비 그 자체다.
굳이 그렇게 죽임에 있어 많은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는가?
라는 의문은 지금도 여전하다.
적에게 복수를 한다.
그 잔인함은 당연히 복수라는 개연성으로 덮어지지만...
천부(天府)의 무공자체가 그렇게 표현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아직은 모자라다.
그러나 지금도 좋은 글이 천도비화수이고, 앞으로는 더욱 기대되는 글이 천도비화수이기에.
그렇기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표현을 썼다.
어쩌면 우리들은 후일, 무협 아티스트라고 불릴 한 사람의 탄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로서....
새해 연화정사(蓮花精舍)에서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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