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수어재
작품명 : 브라반트의 흑기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문피아에 올라온 추천을 보고 읽었습니다. 다 보고나니 그 밑에 칭찬하는 리플과, 별로라는 리플이 둘다 이해가 되더군요.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딱히 수작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봅니다.
우선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기전에 요즘 나오는 장르소설의 질을 어떻게 가늠하느냐 하는걸 우선 말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배경과 이야기가 잘 짜여있으면 그건 수작이라고 할수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도 배경이 천편일률적이거나 묘사가 부족하거나, 묘사를 했는데 이야기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책뒤에 설정집을 보는 느낌이면 좋은 작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배경설정이 참신하고, 손에 잡힐듯이 인물과 장소, 시대상황등이나오면서 이야기에 맥을 끊지 않는다고 해도,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으면 그것도 좋은 작품이라고 보긴 힘듭니다. 다만 작가의 역량이라는게 대부분 어느한쪽만 좋은 경우는 제 생각엔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이야기 진행이 재미있게 잘되면 주변설정도 그럭저럭은 짜 놓는 편이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들도 있기 마련이고, 이 작품의 작가는 딱 설정은 잘 짜놓고 설정도 잘 녹아들어있는데 이야기 자체가 재미없는 케이스라고 봅니다.
물론 어느한쪽만 잘했는데도 그럭저럭 재밌는 작품도 많죠. 김정률씨가 대표적인데, 이 분 같은경우에는 위에서 소개한 걸 넘어서 이야기도 뻔하고, 배경설정도 뻔한데 이야기의 완급만으로 많은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케이스죠. 저는 취향이 안 맞긴 하지만, 여하튼 그런 뻔함으로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작품을 쓴다는게 대단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런 케이스는 아닌것 같군요.
우선 이 작품에서 잘 나가던 현대인물이 과거로 가면서 겪는 쇼크를 그럭저럭 잘 표현했다고 봅니다. 대개 회귀,퓨전물에서 이런요소가 잘 부각되지않는데, 사실 이런 장면이 없다고 해서 그 작품들을 탓할건 못된다고 봅니다. 어디까지나 선택의 문제죠. 현실적으로 과거로 가면 당연히 쇼크를 받고 미쳐버리는것도 있을수 있는일이지만 장르소설에서 그런거 다 따지면 글의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이라, 그런 심리변화를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도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작품처럼 그런 묘사를 썩 납득이 가게 해놓으면서 이야기 진행도 된다면 가산점을 줄 만하다는거죠.
두번째로 알게모르게 그 시대적인 묘사를 잘했다고 봅니다. 과거로 가긴했는데 이게 과건지 현댄지 구분도 안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같은 경우에는 과거로 갔다.. 그러니까 현대에 비해서 위생도 불결하고 의식수준도 낮고, 여하튼 시궁창인 면을 장면마다 짤막짤막하게 잘 묘사를 했다고 봅니다.
그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전에 저도 오오~ 괜찮네 하면서 보고 있었습니다만.. 2권까지 보고나서는 3권을 보고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유는 위에서 말했듯이 전체적인 이야기, 작품의 줄거리, 스토리가 재미없고, 그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의 행동이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이 일명 '땡깡'을 부려서 해결되는 장면이 너무 많습니다.아무리 주인공 보정이라는게 있다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특히 전쟁중에 마을주민들을 매달아놓고 죽이려 했을때혼자달려나가서 해결하는 장면은 실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과거로 가서 노예가 되는 과정의 심리묘사는 괜찮았지만 그후의 행동패턴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중반까지는 죽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자포자기패턴이라 이해가 가지만 정신차리고 난 후에도 똑같은건 눈살이 찌푸려지더군요.
또 주인공이 말빨로 해결하는 장면도 꽤 거슬리는데, 특히 용병단에 들어오고 나서가 더 그렇죠.. 일본드라마도 아니고 웅변한번 했다하면 "오오~" ㅇ_ㅇ; 물론 이런 장면은 어디가나 나오는거지만 같은 대상에게 같은 인물이 같은패턴으로 이런식의 장면이 많이 나오니 식상하기도 하고, 납득이 안 가기도 하고 그러죠. 이런 소설에서 말빨로 남들을 감화시키는건 어쩔수없는 장치지만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겁니다. 하긴 이거야 이 방면에서 명작소리듣는 하얀늑대들 1부에서도 위화감이 없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어려운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책을 보면서 거슬릴 정도라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전체적인 스토리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했기 때문에 왈가왈부하기가 좀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긴 힘들것 같고, 아마 이런 장르의 정석으로 가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2권에서도 끼가 보이긴 하죠. 성벽 쌓는거랑 이것저것 현대식으로 바꾸어 나가는게. 다만 1~2권까지 작가님이 이야기를 풀어놓는 실력을 보면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만들 정도의 역량이 잘 보이지 않아서 크게 기대가 되지 않네요. 그나마 기대할건 현실세계에 주인공의 육체가 남아있다는거.. 그게 뭔가 떡밥이라면 좋겠지만 이거는 그냥 엔딩때 깨어나서 감격적인 해후로 끝날확률도 높은거고.
마지막으로 이건 주관적인면이 많은거지만, 작가님의 필력이 좋지는 않더군요. 글을 이끌어나가는 완급이라거나, 인물과 대화와 서술의 자연스러움이라던가, 사용하는 어휘수준이라던가. 필력이라는 면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게 다음권을 별로 기대안하는 주된이유기도 한데..
여하튼 꽤나 혹평을 했습니다만, 쏟아지는 양판소들보단 그래도 작가님이 고민도 하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쓴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긴 합니다. 성의가 보인다고 할까요. 하지만 그 성의라는게 설정에 너무 많이 쏟아부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아니라면 스토리텔러로서 작가님이 부족하다던가. 여하튼 3권을 보고2권까지와 차이가 없다면 거기서 그만 둘 정도의 작품으로 저에게는 느껴지네요
ps. 작가님 전작에 민영드바르라는 작품이 있던데 이건 어떻죠? 보신분 있으면 리플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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