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이딘
작품명 : 아렌
출판사 : 마루
심장이 굳어가는 불치의 병을 가진 아렌.
그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왕국의 수호룡에게 그를 맡기게 됩니다. 아렌은 특유의 붙임성있는 성격으로 드래곤과 마족, 엘프, 드워프와 강한 정을 나누지만 이윽고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출하여 세상에 나가게 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생긴 남자 꼬마아이입니다. 어떤 강한 존재에게도 어리광을 피울 수 있는 붙임성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주인공은 드래곤과 마족과 엘프와 드워프가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입니다. 자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기한 존재는 항상 그들을 놀라게 하며 관심을 가지게 만듭니다. 그렇게 그들을 빽으로 둔 불치병 주인공의 세상 사는 이야기를 우리는 읽게 됩니다.
여성향이 묻어나는 소설이라 등장인물들 사이의 감정이 끈끈한 편이며 좀더 정확히 이해가도록 설명하자면 판타지판 순정소설 분위기가 납니다.
여성작가가 주로 쓰는 순정만화나 인터넷 소설을 보면 어떤 과거의 사건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입하여 그로인한 자신의 상처가 대단한 양 이에 천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렌은 그 정도가 심한 편은 아니지만 그러한 사고형태가 등장인물에게 느껴집니다.
여성적 감수성으로 읽기에는 오히려 플러스적 요인이 되지만 만약 그러한 '감정적 집착'에 뭔가 거부감이 있는 남성독자라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물 사이의 관계라든가 여러가지 사건들에 감정적인 대화나 생각으로 접근하는 만큼 호불호가 갈릴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며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냥 소설의 풍이 그러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마치 단점처럼 말했지만 사실 이건 이 소설의 장점이자 재미의 한 축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재미는 첫째로 인물과 인물 사이에 끈끈한 정이 구축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소설을 이끄는 가장 강렬한 축이며 독자의 감정을 잘 자극하여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외모와 능력과 신분과 빽등을 고루 갖춘 주인공이 무한한 자유성을 갖고 세상에 나오는 데에서 즐거움이 있습니다.
든든한 뒷배경뿐만 아니라 예술적 기술이 뛰어나 악세사리나 조각 등을 잘 만드는 주인공이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심리가 지속적으로 생겨나기 마련이었고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줄거리를 다소 심하게 축약하여 '드래곤, 엘프, 마족, 드워프'라는 단어로 인해 무개념작으로 오인할 소지를 만들었으나 실제로는 이를 부드럽게 잘 이용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여성분들.
등장하는 드래곤이나 고위마족이 지나치게 주인공을 싸고도는 것을 빼고는 나름 성격에 위엄과 존재감이 있었기 때문에 데미지가 적은 편입니다. 일단 드래곤, 마족, 엘프, 드워프와 같은 서브캐릭터들이 오버하거나 나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입니다.
저같은 경우엔 두가지 부분에서 위험신호가 떴습니다.
자기자신에 대한 자만심이 지나친듯 오만불손한 삐딱함으로 무장하여 공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을 깔아뭉개는 주인공의 모습은 개인적인 관념상 데미지를 주었습니다.
또한 가끔 자신의 상처에 취해 상대방을 몰아세우며 훈계를 주는 모습이 아무래도 과민반응인지라, 어린녀석이 제 슬픔이 대단한 양 유세떤다는 생각에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붙임성있게 다른 사람에게 접근해서 점수를 따내는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때도 있었기 때문에 완전 비호감은 아니었습니다.
맘 편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므로 딱히 주인공에 대한 거부감만 생기지 않는다면 무리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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