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What a girl wants 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보고나서 문득 괴선
에 대한 생각이 들었고 또 연재가 마무리 됐기에 그동안의 감상을 한번
적어봅니다.
일단 잘 쓴 글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작을 봤던 사
람들이 가지는 기대를 만족시켜 줄 정도였나 하면, 조금 주저를 하게 됩
니다.(물론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 어떤 부분이 그런 주저함을 만드는
지 What a girl wants란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연재
한담에 제가 운녹산의 심정에 대한 것과 영화처럼 그려지는 문장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과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합쳐보니 나름대
로 그 주저함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격정의 부족이라고 할까요. 음, 제 글솜씨가 딸려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느낀 점을 적어 내려가죠.
주인공이 2권이 돼서야 나온다는 건 결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대부분 운녹산을 주인공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아니었
다면 그게 미진했던 부분이겠죠. 2권에 나올 운청산을 생각하여 1권에서
운녹산이 어정쩡한 상태로 있을 게 아니라 1권에서 확실한 주인공으로 만
드는 게 더 나았을 걸로 생각합니다. (그럼 1권이 다 지나도록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겠다는 말은 안 나왔을지도 모르죠. ^^;;) 그리고 그렇게 했
어도 2권에서 청산이 주인공 자리를 물려받는 것에는 별 지장이 없었을
것으로 봅니다. (혹시 임준욱님이 2권에 나올 청산을 너무 의식해서 무의
식적으로 1권에서 주인공이 흐려진 게 아닐까요? 그냥 추측해봅니다.)
여기서 잠시 눈을 감고 괴선 5권까지의 줄거리를 생각해보죠.
운가의 소가주인 운녹산의 활약과 실패. 형제들의 죽음.
청산의 태어남과 죽은 숙부들 영혼의 빙의.
외면하는 아버지 운녹산. 청산의 어려운 어린 시절.
곤륜에서 크는 청산. 다시 세상에 나온 청산.
청산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 그래서 뛰어든 정명단.
당우리와의 만남. 세상을 알아가고 차츰 자신을 찾음.
싸움. 당우리의 죽음. 폭주.
다시 눈을 뜨고 생각해보면, 괴선의 제일 큰 줄기는 운녹산과 운청산
사이의 갈등(과 갈등의 해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청산의 성장
기, 철검을 되찾는 사건, 천궁의 등장 등은 (빠질 수 없긴 하지만 다른
에피소드로 대치가 가능합니다) 메인 테마가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어떤 형태로든 운녹산, 청산 부자의 갈등이 증폭되었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밋밋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늦게 나온다, 그림처럼 떠
오르는 글쓰기가 어색하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구요. 메인 테마가 기둥처
럼 떡하니 받치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한 느낌이 드니 다른 좋은 부
분들이 어색해 보였던 게 아닐까요?
사실 괴선에서 그림처럼 보여주는 글쓰기는 탄복할 만 합니다. 정말 영
화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준욱님도 말씀하셨지만
술법소설이기에 당연한 거구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와호장룡이란 영화
에서 호수 위의 결투씬 같은 부분을 보면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거 뿐이거든요. 전체적인 내용과 멋진 화면이 조화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괴선에서 그림처럼 떠오르는 글쓰기도 그런 면에서 조금
따로 논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림같은 글쓰기란 자체는 성공적이었지만
말입니다.
제가 아쉬웠던 부분은 운녹산이 좀더 강렬하게 그려지고 청산과의 갈등
이 좀더 불거졌다면 (당연히 갈등의 해소 장면도 필요하겠죠. 물론 이건
6권에 나오겠지만요.) 지금보다 전체적인 조화가 더 잘 이루어지지 않았
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가분이시기에 특히나 내시는 책마다 필력
이 더해가는 걸 보는 기쁨이 컸기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해 봤습니다. 물
론 다음 작품에선 더 뛰어난 모습 보이실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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