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소림의 서에 대한 비평이 있기에 잠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나이가 먹으면 먹을 수록, 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 수록
명품의 향을 느끼고 그 가치를 짐작하는 눈높이가 올라가긴 하지만
반면에 머리 속에 '관념'이나 '제약' 혹은 '사상'이 쌓여가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에 벗어나는 작품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나빠집니다.
나이 어린 분들은 혹은 무협지에 처음 입문하신 분들은,
지금은 욕하고 수준이 낮다 평하는 작품을 읽고도 크나큰 즐거움을 얻지 않았습니까?
무협소설의 가치 중 일부를, 우울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재미'에 있다 한다면
독자의 수준이나 나이를 고려하여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다 하겠습니다.
근래에 문득 눈이 높아진다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지간한 작품에선 그 맛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 아닙니까. 책을 읽으며 느끼는
공감각적 미각이 예민해 졌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선 그만큼 둔화되어
있다는 것을 부정하기 힘듭니다.
제가 어렸을 적 책을 읽으며 느꼈던 잔 재미들과, 다채롭게 뻗어나가는 상상의
나래 속에서 찾아냈던 무수한 감정들을 어느샌가 뺏긴 것이 아닐까 슬픔이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소림의 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소림의 서는 출판물로서는 약간의 손색이 있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전개는 뭐 근래 신무협의 홍수속에 자리잡은 '일반적인 룰'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필체라던가 인물표현에 있어선
모자라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요.
만약 소림의 서 1권을 읽던 날, 저에게 무언가 해야할 일이 있었다면
소림의 서는 그대로 덮어져 그 위로 먼지가 쌓였을 겁니다.
그런 가운데에서 저는 책을 읽던 중간중간마다, 이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빠져들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유혹을 참아내고 1권 끝까지 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과연!
많은 새내기 작가들이 그렇듯이 '소림의 서' 작가도 소설을 써나가면서
점점 실력이 늘어가더군요.
초반만 보고 손쉽게 포기해도 될 만한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미숙한 면이 일면 남아 있지만, 2권 중반에 들어서서부터는 이 소설을
읽게된 것을 후회하지 않게 되었을 정도니까요.
과연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할까요?
아니면 그 안에서 재미를 발견하려 노력한 정성에 그 의미가 있는 걸까요?
소림의 서 또한, 나름대로 재밌는 코드를 하나 잡아 냈습니다.
그것은 읽어보시면 압니다만, 그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게슴치레한 시선을 보내며
책을 거칠게 다루지 마시고 곧 드러날 재미를 발견하는 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소림의 서를 진정 재밌게 읽으려면, 1권에서 던지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를
붙이게 되었으니 혹시 빌리신 분이 있다면 꼭 유의하시고 좀 참아가며 읽으시기
바랍니다.
반복해 말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1권에 잠시 엿보인 '유치함'을 참고 넘길 아량이 있다면 말입니다.
1권에서 찾아올 위기만 넘기면, 소설은 2~3권에선 더 큰 재미로 당신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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