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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1 큰곰
작성
03.11.28 14:33
조회
1,963

  최근에 두 편의 무협을 읽었습니다. 월인님의 <두령>과 장상수님의 <삼우인기담>이었죠. 둘 다 재미있다는 평을 들었고 기대를 가지고 읽었습니다. 확실히 재미는 있더군요. 그러나 그 뒷맛은 사못 달랐습니다.

  <두령>이야 주인공들의 의리를 강조하면서 호쾌한 무협 스타일이고 <삼우인기담>은 한사건을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신선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일단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둘 다 남자들에게는 좋아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죠. 그러나 그 방식이 달랐습니다.

  <두령>은 주인공(장천호인가요?)이 자신의 수하들을 위해 헌신하고 수하들은 두령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남자들이 중요시하는 의리라는 덕목에 충실합니다. <사마쌍협>의 설수범과 자운엽을 합쳐놓은 듯한 장천호라는 캐릭터는 고독한 영웅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기지요. 게다가 그를 따르는 수하들은 구파일방과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들... 그들이 가식과 허영의 틀을 깨고 서로를 형제처럼 아끼고 두령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은 <대부>같은 갱스터 무비의 마피아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그들이 악당이라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가족같은 끈끈한 의리와 자신들만의 가치관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뭐 스토리가 다소 전형적이라는 느낌도 들고 감정의 과잉이라고 여겨지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런 결점들에도 불구하고 <두령>은 사람의 감성적인 측면에 확실히 어필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하와 동료에게는 한없이 자상하지만 상대에게는 무자비하고 냉철한 모습... 표지와 글 후반에 나오는 두목 원숭이 이야기가 더욱 와닿더군요. 아무튼 제 취향에는 딱맞는 소설이었습니다. 저번 공동구매 때 이 작품을 놓친 것이 새삼 아쉬울 정도였지요.

  <삼우인기담>... 뭐 재미는 있습니다. 신선하기도 하구요.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두 여자는 가문도 좋고 지혜도 있으며 무공이나 미모도 좋지요. 남자는 지위, 무공 뿐 아니라 성격까지 형편없구요. 이 세 남녀가 얽히며 일어나는 사건을 세 가지 시점에서 다르게 풀어나간 점에서는 대단히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남성의 우월함이 깔려있지요. 저도 남자입니다만 와룡강이나 기타 구무협에서 나오는 것처럼 남녀가 관계를 맺으면 여자가 남자에 복종하는 이러한 방식은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두 여자가 다 한 남자에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범해진 다음 그에게 끌리게 됩니다. 가문에 알려지면 수치이니까 죽어야 한다며 남자와 결혼을 하고는 그에게 새삼 정을 느끼게 된다거나 자신을 범한 남자를 죽이려 하면서도 그에게 정을 느끼게 되고 상대편 여자를 질투하는 내용... 남자쪽 입장에서는 못생기고 능력도 없는 남자가 꽃다운 여자 둘을 차지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게다가 4권에서는 무공도 세지고 성격까지 좋아집니다. 음약에 당해 어쩔수 없었던 두번째와는 달리 첫번째는 완전한 강간이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후회하지도 않고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죠. 뭐 특이한 주인공의 설정이라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물에게 빠지는 두 여자나 그 이후의 행보는 전부 남성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질 못하더군요. 남성 독자들에게는 남자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함으로써 어떤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뭐 재미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두 작품 다 수준급입니다. 그러나 제 취향에 따라서 본다면 <두령>은 만족, <삼우인기담>에는 아쉬움이 남는군요.

  


Comment ' 1

  • 작성자
    마니저아
    작성일
    03.11.29 20:14
    No. 1

    전 삼우인기담만 읽었습니다. 남성 우월주의 머 이런건 생각해보지 않았고요 한가지 사건에 대한 세사람의 다른 시각과 생각이 참 신선했습니다. 그 상황도 재미있었고요 안보신분들은 꼭 한 번 보시길 이런 소설도 있었구나 하실겁니다. 벌써 7~ 8 년은 된것 같은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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