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한백림
작품명 : 천잠비룡포
출판사 : 청어람
많이 늦었지만 이제야 천잠비룡포를 9권까지 읽게 되었다. 6권 이후에 아껴서 재어두었다가 한번에 읽어보니 흐름이 끊기지 않아 몰입할 수 있어 더욱 큰 재미와 감동을 얻은 듯 하다. 9권을 다 읽고 덮고나니 당연히 뒷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더 읽지 못하는 아쉬움에 괴로웠다. 그리고 '이제는 2막이 내려가고 3막이 오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운룡이 오기륭을 만나고 남만에서 소마군과 함께 전장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가 1막이었다면 소연신을 만나 무공을 배운 후 천잠비룡포를 찾아 다니고, 그 와중에 만난 새로운 인연과 함께 뜻을 세우는 이야기가 2막인 듯 하다. 그리고 이제 남만으로 다시 내려가 예전의 복수를 마무리짓고 신마맹과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하는 3막이 오르는 느낌이다.
무적의 갑주, 전설의 방패라는 천잠비룡포는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주인공인 단운룡이 후일 소유하게 되는 보의이자 비룡제의 상징이 될 것이며 신마맹과의 전쟁에서 단운룡의 무공과의 상성으로 최대의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며 엄청난 활약을 할 것이다. 그리고 얽혀버리고 헝클어진 강설영과 단운룡의 관계가 어떻게 풀리게 될지도 천잠비룡포에 달렸다. 조금씩 밝혀지는 천잠비룡포의 실체와 재탄생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전설적 보의의 잠재력은 과연 어떨 것인지 기대가 크다.
처음에는 소마군에서 단운룡이 만난 아이들 하나하나가 어떠한 의미인지 그 소년들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도 하지 않고 보았다. 다만 단운룡이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면서 전장을 함께하는 전우라는 생각이었다. 단운룡의 그릇이 그들을 모두 포용하였기에 특별한 역할은 기대하지 않았다. 그들이 죽어버림으로써 주인공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것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도록 결심하게 하는 역할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강설영과 함께 천잠비룡포를 찾으러 가면서 만난 새로운 동료들의 무공 특징이 앞으로의 전쟁에서 칼, 창, 궁, 군사, 깃발, 북 등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하니 불현듯 예전의 소마군이 떠올랐다. 소마군의 흑로나 대산, 소봉, 우목, 반조, 하만과 같은 소년들이 상징하던 것이 군대의 구성요소였음을 다시금 깨달으면서 처음 남만에서의 전쟁 이야기가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장기나 체스가 전쟁을 축소화시켜 겨루는 놀이라고 보았을때 어릴적 소마군의 친구들은 체스의 말과 같은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는 단운룡이 친구들을 통해 전장을 더욱 생생하게 그리고 느끼고 배웠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제 신마맹과 전국을 아우르는 대전쟁을 시작하려는 마당에 그런 상징을 나타내는 새로운 동료들을 통해 전쟁을 생생하게 그려낼 것이라 암시하고 있다. 당연히 알았어야 하건만 너무 빠르게 읽어서 그랬는지 뒤늦게 알고서 혼자 좋아하는 느낌이다. 이제 상징적으로나마 군대의 구성을 마쳤으니 앞으로 단운룡과 동료들이 전쟁에서 어떤 화끈한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이해해버린 것들도 있지만 '천잠비룡포'는 아직도 찾지 못하고 제대로 이해 못한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다. 사부인 소연신이 가르쳐준 무공의 정체와 연원, 목적은 무엇이며 강설영의 어머니가 했던 '마치 철위강과 소연신이 바뀐것 같다'는 이야기에 대한 해답, 승부결에 대한 진실과 승부의 끝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날 것인가 등이 가장 궁금하다. 아마도 앞으로의 이야기를 보면서 드러나겠지만 또 뒤늦게 깨닫고 '아~'하고 감탄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너무너무 할 말이 많은 소설이다. 이렇게 할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소설은 처음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점때문에 책을 여러번 읽은 사람이더라도 머리가 아프기는 마찬가지일 것만 같다. 이렇게 방대한 스케일로 영웅들의 전기를 한 시대에 교차해서 그려나갈 수 있는 작가의 역량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계속 발전해 나가는 작가의 솜씨에 기쁘며 앞으로도 계속 기대하고 싶은 책이다.
P.S.
9권을 읽다가 소마군 인물들의 상징에 대한 것들이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아 소마군의 최후까지 다시 읽어보았는데 다시 읽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이 슬펐다.
'사부와 술을 마시는데 사부의 강권으로 소마군 최후의 이야기를 하는 단운룡. 가슴 한켠에 감쳐주었던 그 이야기를 애써 담담하게 하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그 눈물이 술잔에 담기고 그 술을 애써 목구멍으로 넘긴다.'
이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니 가슴 아픔이 깊게 와 닿아 소마군의 최후가 더욱 인상에 남는 느낌이다. 이런 장치를 사용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본문에 나오는 엽단평의 검법은 포공사의 전조검법이다. 6권을 보았을때는 자세한 설명도 나오지만 별뜻없이 받아들였었는데 생각해보니 예전 '판관 포청천'이라는 중국드라마에서 나오는 전조라는 인물을 차용하는 것이었다. 이런 걸 왜 이렇게 늦게 아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 정말 재밌게 봤었던 드라마였는데... 잠시 어릴 적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게 되면서 책이 더욱 흥미로워졌다.
천잠비룡포에 대한 감상글들을 찾아보면 연대표 및 각종 자료들이 많이 있는데 찬찬히 살펴보면 놀랍기도 하고 굉장히 재미있다. 또 독자의 질문에 작가님이 달아주는 댓글들을 살펴보며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점들을 간접적으로 알 수도 있다. 독자의 훌륭한 질문 뿐 아니라 작가의 친절한 답변에 작품 외적으로도 커다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참 좋다. 그래도 뭐랄까 컴퓨터로 봐서 그런지 눈도 아프고 한눈에 확 들어오지 않아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래서 가끔은 그중에서 정말 의미있는 것들을 뽑아 편집하여 따로 특별판 혹은 한정판 등으로 발행을 하던지 별책부록으로 서비스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증판축하 소식이 들리는 천잠비룡포가 더욱 많이 팔릴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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