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이길조
작품명 : 숭인문
출판사 : 발해
4권까지 만족하신 분은 계속 만족하실 만한 5권이었습니다.
다른 소설들에 비해서 숭인문은 전개적인 측면에 있어서 퍼즐 맞추기식 구성이 강한데요.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맞춰보면 인물화가 풍경화로 바뀐다든지 중요한 얼굴 몇 피스가 사라져서 퍼즐이 완성되지 못해도 AS신청도 못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숭인문은 각각의 사건에서 행동하는 인물들이 굉장히 많은데도 불구하고 (파티원이 아니라 문도들이 다 제멋대로 쏘다니죠.) 제대로 퍼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사실 너무 조각나서 글이 전개되는지라 마치 바벨탑을 쌓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조마조마합니다. 마지막까지 작가님 머리에 불나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숭인문이 몇 권으로 끝날지 예상하는 것도 일입니다. 초반에 읽을때에는 8권안팎에서 다시 헉 15권-20권으로 가는 대하소설급? 이랬다가 다시 8권까지 갈것 같다란 생각을 했습니다. 이건 소설 속에서 미래에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다란 예측이 제법나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마교교주 무림재패하다"란 소설이 있다면 서장에 마교교주가 무림을 지배한 뒤에 이러이러한 말을 남겼다 문장이 나오면 급실망을 하게됩니다. 보통 특별한 장치가 없는한 어차피 무림을 지배할 것을 아는데 더욱더 흥미떨어지게 만드는 소리라 글을 접게되게 만듭니다. 숭인문에서는 이 장치를 제대로 사용했습니다. 사건의 밀도로 보면 소설의 시간상으로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완결될 것 같은데 소설이 끝난 뒤에 나올 것 같은 미래를 끌어와서 과거나 현재의 사건으로 설명되는 인물을 완성시킵니다. 그런데 이번 5권에서 영감님의 뜬금없어 보이는 인물의 미래 언급은 어라?이거 좀 더 오래가는 거 아니야란 추측을 하다가 영감의 안목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바로 알려주는 잔인한 일을 벌입니다.(아니 오래 끌고간다면 끌고간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4권까지 종염방은 왈가닥여협처럼 성장시킬듯한 미래상을 보여주다가....이건 직접보셔야 합니다. 푸하하하. 이건 약간 오버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종염방의 행보는 양진위와 영감의 숭인문 정파론 대담과 연결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숭인문의 본질과 종염방의 행보가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도무백이 사문으로 돌아오면서 궁금했던 무공 수위도 나름 풀리고.
그리고 이번 5권에서 내용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임연연과 관련된 사건 쳐내기였습니다. 인물의 사소한 행동에 별의문을 갖지 않았는데 사건 하나를 빼먹는 걸로 인해서 재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장면을 넣지 않아 120%의 효과를 만들어냈지 않나싶습니다. 보면서 감탄했습니다. 이건 사실 알고보면 더 재미있을 수 있는데 임연연부부가 나오는 장면은 추리소설 읽듯 읽어주세요.
앞에도 언급했는데 이 글의 온전한 평가는 완결되는 순간 나올 것 같습니다. 제발 이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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