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8.08.04 01:10
조회
957

제목 : 어느 정보사냥꾼의 고백, 1996

저자 : 이종언

출판 : 문예마당

작성 : 2008.03.13.

“이 세상에 결코 공짜란 없었으니.”

-즉흥 감상-

  처음, 이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는 소설책인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만하겠다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었는데요. 그런 기대감의 배신에 이어 정말이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그저 ‘막연하게’라는 것을 일깨워 줬다는 사실에, 조용히 깨달음의 시간을 제공해주었던 이번 책을 조금 소개해보자 합니다.

  책은, 커피 한 잔으로 시작되는 아침의 향기로 인사를 건네며, 이 책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만들어 지게 되었다는 등의 [프롤로그]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모 회사가 미국의 유명한 기업으로부터 수입했다는 건강식품이 지나친 과장 광고를 하는 것 같다고 하며 그 진상여부를 확인해달라는 의뢰, 1996년 세제적인 화두가 되었던 ‘코리안 게이트’사건의 핵심 인물의 현재 근황에 대한 의뢰, 특정 기업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 모습으로 평가 받고 있는가에 대한 인지도 분석의 의뢰, 우루과이라운드의 다자간 협상 결과 감귤 산업이 위기를 맞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제주도의 대책에 대한 의뢰 등 저자가 정보검색사로서 의뢰받게 되었던 내용들과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통한 직업으로서의 소개. 그리고 이런 ‘정보검색’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화 시대의 삶 속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등의 이야기가 자서전 마냥 펼쳐지게 됩니다.

  위의 간추림은 사실 책의 초반 일부분과 전반적인 내용일 뿐. 28개의 장으로서 그 밖의 다양한 의뢰와 저자가 미국 등의 외국에서 경험하게 되었던 재미있었던 일화, ‘정보검색사’에 대한 여러 방면에서의 인식과 역할 등, 늦은 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알딸딸하게 열기가 올라왔을 때 나올법한 지난 시절의 무용담을 듣는 것과 같이 편안한 기분으로 독서의 시간을 가져 볼 수 있었는데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부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던 어떤 사실에 대한 ‘현장경험’ 적 이야기들이 나왔었다보니 입체적인 감상의 상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보니, 한편으로는 자격증 위주가 아닌 정보검색에 대해 나름대로 철학적 자긍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살짝 추천서를 내밀어보고 싶어지더군요.

  정보. 그리고 검색이라.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우선 개인적인 두 가지 이야기를 해 볼까 하는데요.

  첫 번째로, 2007년. 지금 공부하고 있는 학과로 편입하고부터, 저는 ‘공짜’로 어떤 특정정보를 찾아주지 않겠노라고 지인 분들에게 공포를 했었습니다. 인터넷이라는 무한정보의 바다가 열리면서 시작된 정보의 파도가, 계속해서 발전하는 검색 엔진과 1인 미디어 시대의 주역인 홈페이지나 블로그, P2P 방식 등의 정보 생성․공유 장치를 통해 ‘정보의 쓰나마가 몰려온다!!’라며 비명 섞인 농담을 하던 저는, 작은 취미로부터 발전되어진 ‘정보탐색능력’에 대해 이것저것 제발 찾아달라는 의뢰를 심심치 않게 받기 시작했었는데요. 그것이 세월의 흐름 속에서 그 양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처리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고, 개인적인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자 결국에는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나?”와 같은 조건을 걸어버리기에 이르고 말았던 것입니다. 덕분에 다른 지역을 방문하게 될 경우에는 숙식을 제공받게 되거나, 책이나 물건 등 다양한 것들을 대가로 받게 되었었는데요. 그러한 과정을 통해 ‘남의 떡은 맛있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에서 발전해 ‘나에게는 그저 그런 것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있어서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것’ 이라는 필요에 따른 상대성원리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는, 위의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의 ‘작은 취미’에 대한 부분이 되겠는데요.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고 한 명의 작가를 알게 되면, 그 작가와 관련된 다른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이왕이면 오리지널 카피라이트로 목록까지 만들어서는 빠짐없이 순서대로 작품을 만나게 되었던 것을 시작으로, ‘정보검색’이라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술’들을 익힐 수 있었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국내 시장으로는 정식 유통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체계적으로 만나 들어가게 되자, 저의 활동 영역 안에서는 ‘마니아’나 ‘전문가’ 대접을 받기 시작함을 최근 들어 느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정보검색’의 중요성을 몸으로 익혀가고 있던 저에게, ‘정보검색사’에 대한 역사에서부터 사회적 위치나 직업전선에서의 진솔한 이야기는, 한편으로 ‘여기 또 한분의 잘나신 분이 있구나’라는 저자에 대한 다소 부정적인 인식까지 만들게 되었지만, 그래도 ‘현실’에 대한 논리적이며 분석적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었던바. 철학적인 부분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버린 것 같아, 이번에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것을 여기로 몇 개 옮겨볼까 하는데요.

  ‘정보 검색사는 다만 이들이 만든 자료를 찾아서 재분류함으로써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손쉽게 내용을 파악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p.37’

  ‘…도서관학의 한 분야로 발전하고 있는 까닭에…, p.198'

  거기에, p.224 에서는 ‘도서관학’이 ‘문헌정보학’으로 변하기 시작했던 상황에 대한 기록이 있는 등, 제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사서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기분에 이어, 이 ‘정보검색’이라는 것이 현재 공부하는 학문분야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그 밖으로 p.206과 p.210에서 서술되는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점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와 닿았다보니 정신적인 스승님으로 모셔볼까도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또한 ‘정보검색사’가 의뢰를 받을 때마다 느낀다는 고통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도 잘 되었다 생각된 p.211의 기록은, 읽는 동안 ’옳소!!‘라며 무릎을 치게 만들었습니다.

  어떠한 일이든 ‘그냥’ 발생하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떤 일이든 독자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상황과 필요’라는 연계성으로 얽힘을 말할 수 있겠는데요. 이 책의 저자와 이 ‘정보검색사’의 선구자라 설명되는 ‘슈 러그’라는 분 또한 ‘사서’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보아도, 이 세상은 점점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지 어떤 한 영역으로의 전문성만을 고집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정보검색사’의 의미 또한 단순한 전달자가 아닌 ‘힘’을 가진 존재로서의 변화에 대한 언급이, 이 책을 기준으로만 벌써 십여 년 전이라는 사실에 ‘나는 현재 어디에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까지 떠올려버리고 말았는데요. 저 또한 정보에 대한 단순 가공자나 전달자가 아닌, 그것을 이용하여 ‘저만의 힘’을 구축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동양에서의 ‘태극’에 관련된 이론만 보아도, 가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듯. 어느 한가지의 고립이 아닌 순환과 상호보완을 통해 무한히 발전하는 지식기반의 사회를 꿈꿔보며,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 한 가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정보를 요구하는 분들의 어이없는 ‘매너’ 부분을 통해 생각하게 된 것이지만, 사실상 공짜천국으로 보이는 인터넷을 통해 찾게 되는 정보라도 그것을 찾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며, 또한 그러한 정보 자원을 처음 만드는 분들의 노력 또한 존중해야 할 판인데, 지천으로 널린 정보를 자기가 못 찾겠다면서 바쁜 사람 붙잡고 부탁했으면서 결과물이 나오게 되면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날름 삼켜버리고는 입 닦아 버리시는 분들. 거기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했으며, 나쁜 사람은 없어도 나쁜 인연은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감사하는 마음에 대한 도덕과 윤리라는 개념이 상실되어버린 통신망의 세상이라도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중 이었다보니 말하는 것이지만, 정보망 또한 현실의 세상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또 하나의 삶의 터전이 되어가고 있듯. 어차피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편한 데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전 인류의 발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자신의 존재성 마냥 거짓으로 만드는 일이 없었으면 소원해 보는 바입니다. 그리고 적다보니 책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뜬 구름 잡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분명히 공짜는 없는 법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작권법이 강화되고 있다고 하니 큰일 터지기 전에 다들 정도를 걸어주셨으면 해봅니다.


Comment ' 3

  • 작성자
    Lv.15 LongRoad
    작성일
    08.08.04 02:07
    No. 1

    그건 그분이 처음부터 잘못한 겁니다.
    프로는 언제나 댓가를 받지 않고서 자신의 지식노동력을 제공하는 일을 해서는 안됩니다. 그순간 그는 프로가 아니라 아마추어가 될뿐이지요.
    물론 이 순간 지식노동가로서 소외받기는 하겠지만서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나뭇가지
    작성일
    08.08.04 02:19
    No. 2

    어릴때 EBS 정보검색사 대회(?)를 본적있습니다
    알타비스타, 야후등등에서 제시된 정보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프로 보면서 "저걸 왜 하는거지??" 라고 의문을 가졌습니다만 요즘 돌아가는걸 보면 답이 나오더군요.

    제가 아는 분도 꼬박꼬박 레포트랑 자료들을 유료싸이트에 올리시는 분이 있습니다. 자기자료를 남한테 공짜로는 안준다고 하더군요.

    무한오타//저도 도서관에서 그냥 집은 책이 "거짓말쟁이 파라독스"인데 지금 몇주째 굉장히 고생하고 있습니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08.08.04 08:28
    No. 3

    LongRoad 님의 답글에 대해서... 음!! 프로라는 마음을 가지고 타올라보는 겁니다 하하하하핫 +ㅂ+/

    나뭇가지 님의 답글에 대해서... 오오 건투를 비옵니다 +ㅂ+ b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 인문도서 어느 정보사냥꾼의 고백 을 읽고 +3 Lv.22 무한오타 08.08.04 958 0
57 인문도서 배려-마음을 움직이는 힘 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08.08.03 864 1
56 인문도서 공공도서관의 지적자유 를 읽고 +3 Lv.22 무한오타 08.08.02 1,073 1
55 인문도서 1% 행운 을 읽고 +2 Lv.22 무한오타 08.08.01 658 1
54 인문도서 학교도서관 중심의 정보매체와 교수매체론 ... +4 Lv.22 무한오타 08.07.24 799 0
53 인문도서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You've GOT to ... +3 Lv.22 무한오타 08.07.22 1,564 2
52 인문도서 거짓된 진실 티아마스 08.07.21 709 1
51 인문도서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 를 읽고 +3 Lv.22 무한오타 08.07.18 1,130 1
50 인문도서 전략적 책읽기~~~ +1 Lv.99 단군한배검 08.07.15 807 1
49 인문도서 경제학 콘서트 Undercover Economist 를 읽고 +2 Lv.22 무한오타 08.07.15 795 2
48 인문도서 섹스의 진화 Why is sex fun?를 읽고 +4 Lv.22 무한오타 08.07.09 2,720 2
47 인문도서 키케로 Lv.31 자쿠 08.07.02 882 0
46 인문도서 이문열의 초한지를 읽고 +62 Lv.31 자쿠 08.06.30 3,026 1
45 인문도서 항우와 유방 +6 Lv.31 자쿠 08.06.26 1,203 0
44 인문도서 비가 오려는지 후텁지근한 밤이네요~ +1 Lv.1 요조숙녀4 08.06.26 700 1
43 인문도서 마시멜로 이야기 +3 Lv.1 206이가희 08.06.21 787 0
42 인문도서 일부일처제의 신화 +4 Lv.31 자쿠 08.06.20 2,190 0
41 인문도서 엘리자베스 1세 Lv.31 자쿠 08.06.15 845 2
40 인문도서 강다임님의 볼테르의 시계를 읽었습니다. +2 Lv.5 케이포룬 08.06.13 1,332 2
39 인문도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글쟁이라면 읽어... +1 Lv.1 천풍유협 08.06.13 1,339 0
38 인문도서 정보서비스론INFORMATION SERVICES을 읽고 Lv.22 무한오타 08.06.07 794 0
37 인문도서 조선의 귀신 +3 테프누트 08.05.16 1,665 0
36 인문도서 조정래의 인간연습을 읽고... 끌림 08.04.28 967 0
35 인문도서 로마의 일인자 +3 Lv.31 자쿠 08.03.25 2,009 1
34 인문도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읽고 +1 주일 08.03.17 847 0
33 인문도서 너무나 뒤늦게 알아버린 가공할만한 도서... +7 키체 08.03.16 3,850 0
32 인문도서 설득의 심리학Influence을 읽고 +4 Lv.22 무한오타 08.03.12 1,207 1
31 인문도서 비블리오 테라피(Bibliotherapy) +1 Lv.21 해모수아들 07.11.26 1,295 1
30 인문도서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 +7 Lv.1 우주토끼 07.09.19 2,373 4
29 인문도서 바다의 가야금/김충선이야기 +2 Lv.1 우주토끼 07.08.18 4,028 1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