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이번 저작권법 전문개정안에 대한 장르작가의 입장으로써 저의 생각을 쓴 것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또한 한국 장르문학협회 추진위의 공식입장도 이와 같음을 덧붙여 둡니다.
◎저작권법 개정안.
이번에 새로 만들어지는 개정안에 대해서 크게 두가지를 다루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바로 대여권의 도입에 관해서 입니다.
1. 대여권.
대여권이라 함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저작자가 대여로 발생되는 수익을 대여점에서 징수할 수 있는 권리, 법적근거를 만드는 일입니다.
(1) 대여권의 개정초안.
“제47조(도서 대여에 대한 보상) ①제20조 단서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영리를 목적으로 인쇄의 방법으로 발행된 도서를 대여하는 자는 문화관광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에 의한 보상금을 당해 저작재산권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참고=제20조(배포권)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이 당해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을 받아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는 이를 계속하여 배포할 수 있다.)
이 47조가 이번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처음 만들어진 대여권에 대한 신설조항입니다.
여기에 대한 해설로써, -도서에 대해서는 지정단체에 의하여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지급방식 등에 대해서는 교과용 도서 보상금 규정을 준용함.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렇구나, 드디어 대여권이 신설되는 군...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법안을 자세히 검토해보면 정말 말도 되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대여권에 대한 주장은 일각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그 근본적인 권리에 대해서는 작가나, 독자, 나아가 대여점까지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그 동안 논의된 것들이 바로 아래에 열거한 3가지 방안입니다.
1) 시차제(時差制).
출간된 도서가 서점 시장에 배포되고 일정 기간 경과 후에 대여 시장에 배포되는 방식.
즉, 오늘 서점에 책이 깔리면 대여점에서는 3개월 뒤에 그 책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선징수제(先徵收制).
서점에 유통되는 도서와 대여점에 유통되는 도서의 가격을 다르게 하는 것.
예를 들어 서점용이 8천원이면, 대여점용은 9천원이라는 식입니다.
3) 후징수제(後徵收制).
각 대여점에 전산망을 구축, 실제 대여된 횟수와 금액에서 일정액을 징수하여 저작권자에게 지불하는 방식.
위의 3가지 중 첫 번째, 시차제는 대여점에서 신간을 취급할 수 없게 되므로, 편법이 판을 치게 될 것이고 잠재적으로 대여점 및 연관자들을 범죄자로 만들 위험성이 매우 큽니다. 당연히 현재도 심각한 문제인 불법파일의 온라인 유통이 극성을 부리게 되겠지요.
해서 포기.
두 번째, 선징수제는 두 가지 안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가격을 다르게 매기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그냥 대여점용, 서점용으로 작가가 선택할 권리만 달라는 것.
가장 선호되는 방식이고, 이것은 독자나 대여점이나 누구에게도 거의 추가 부담이 가지 않는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청회에서 발표된 법안은 그 3가지 안 중 가장 말이 안된다고 하여 아예 논외(論外)가 되었던 후징수제인 겁니다.
왜 말이 안될까요?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든다는 겁니다.
현재 만화출판사와 총판간에 네크워크 작업이 있이 4월 1일부터 가동되는데, 이 구축비용이 대충 15억원선입니다.
대여점까지 이렇게 네트워크로 전산화시키려면 대략 3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현재 남아있는 6000여개의 대여점과 만화방 1800개 정도에 그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수 유지에 드는 비용은 도저히 감당할 수준이 될 수가 없습니다.
한 달 평균매출이 300만원에도 미치기 어려운 대여점이 그걸 댈 수 있겠습니까?
매출이 300이라면, 책값에 점포세, 유지비등을 제외하고나면, 아마 실제 수입은 100만원이 되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을 과연 누가 할까요?
국가가 그 돈을 다 댑니까?
그렇다면 국민의 혈세(血稅)가 어이없이 낭비하는 일입니다.
아니면 영세한 대여점에서 그걸 해야 합니까?
그럼 대여점에 문을 닫으라는 소리에 다름이 아니게 됩니다.
무슨 수로 그 돈을 감당합니까?
시설을 해두면 끝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시스템을 해놓고, 대여점에서 수기(手記)를 하던지, 기록하지 않으면 그걸 감시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상주 감시할 인력을 배치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게 처음 막대한 투자외에도 끊임없이 유지.보수를 해야만 하는데, 그 모두가 대여점에서 내는 보상금을 가지고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그 ‘지정단체’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여점을 괴롭힐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지고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런 기형적인 모습이 나온 이유는 뜻밖에도 아주 간단합니다.
도서를 음반, 영화 등과 같이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정말 너무 어이없지 않습니까?
간단히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MP3만 가지고 생각해볼까요?
가수/작곡가/작사가/연주자/기획자/유통까지.... 음악쪽은 아주 복잡해서 ‘지정단체’가 있어서 그걸 협의하고 나누지 않으면 어렵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소설이나 만화는 아주 간단합니다.
소설은 작가와 출판사.
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을 가진 곳은 이 두 곳 뿐입니다.
관리 단체를 둘 이유가 없는 거지요.
보상이 필요하다면 두 번째 안처럼, 그냥 책에다 얼마를 덧붙여서 그 판매액을 작가와 출판사가 정해진 비율로 나누면 끝입니다.
수수료가 발생하거나 시장에 충격을 줄 이유가 없고, 추가 부담도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 대여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미 외국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여만화 쪽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만화에서도 당연히 보상금을 주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럼 정작 우리나라 작가들에게는 별 이득도 없이 일본만화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어이없는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겁니다.
특별한 방안을 제정하여 막지 않는 한, 상호호혜주의에 의해서 피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가뜩이나 대일무역 적자로 인해 허덕이는데, 대체 왜 만들어지는지도 모를 “저작권 대행업체”를 위해서 이런 법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대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까요?
제가 이 일로 인해 국회에 가서 들었던 것은 “저작권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어떤 법도 만들지 않겠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이 순리이므로, 그 말을 믿었더니 나온 법이 저 3안입니다.
최악이고 누구도 원하지 않을.
<<대여권>>을 만드는 이유가 작가를 위해서라면, 작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작가들이 원하는 대여권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그런데도 굳이 이렇게 어렵게 일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 대여권에 관한 우리의 입장.
1) 어떤 경우에도 현재의 법안은 강력히 반대한다.
2)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저작권자가 대여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3) 만약 현재 초안대로의 대여권을 주겠다면, 우리는 이 대여권을 포기하고 대여권법이 철회되거나, 유보하여 다시 논의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위 내용이 이번 개정안을 보고 내린 우리의 결론입니다.
오죽하면 공청회에서 패널로 나온 만화가들은 “우리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법을 원하지 않았다!” 라고 울분을 토했을까요?
(이 법이 통과되면 만화 자체도 대부분이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될 걸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저 또한 이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따졌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새로 검토하겠다는 답만 마지막에 들었습니다.
임의단체를 만들어서, 수수료를 걷게 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법안.
그로인해서 누구의 로비등이 구체적으로 떠도는 흉흉한 상황.
국회는 왜 이런 일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만약 저 법이 통과된다면 대여점은 고사(枯死)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통과와 동시에 대여점 50%는 문을 닫을 걸로 예상되고, 1년 경과시 아마... 전체시장은 현재의 2~30%선으로 축소될 걸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그 보상금만큼 대여료가 올라가게 될 것이므로, 독자들에게는 작가에게 제대로 돌아가지도 않을 보상금을 추가부담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겁니다.
작가/독자/출판사/대여점...
당사자는 누구도 원치 않는 법.
누가 이걸 원하는 것일까요?
2. 저작권법 강화에 대하여.
(1)복제.전송의 중단
“②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복제전송의 중단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즉시 그 저작물 등의 복제전송을 중단시키고 당해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는 자(이하 “복제전송자”라 한다)및 권리주장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여야 한다.”
(2) 저작권질서 확립, 친고죄에 대한 예외.
“제137조(고소) 이 장의 죄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 다만,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1. 업으로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제133조 제1항 및 제133조 제2항제3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참고=133조(권리의 침해죄) ①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4조의 규정에 의한 권리를 제외한다)를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오해가 있는 듯 하여 덧붙입니다.
이 133조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입니다.
또한 도서만이 아니라, mp3/영화/그림 등 모든 저작권에 공통되는 것이기에 참고적으로 밝혀둔 겁니다.
위 법안은 반드시 저작권자가 고소를 해야만 하던 것이 굳이 고소를 하지 않더라도 업이나, 영리목적의 저작권법 침해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과 항의를 하면 조금 더 빨리 위반저작물을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사자가 고발을 하지 않더라도, 또는 서로 합의를 하더라도 검찰이 계속해서 수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 또 “즉시”라고 해서 아주 엄격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우리 장르쪽의 저작권 침해사례는 이 업으로 하는 곳보다 일반인들의 불펌파일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다음, 네이버, 파란 등 카페 형식의 커뮤니티 제공 업체와 각 P2P업체를 이용해 불법적 저작권 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아래를 한 번 보시겠습니까?
다음의 경우입니다.
문학예술 카페 카테고리 밑으로 다음과 같은 숫자가 있음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소설(72475)
시(13362)
판타지/SF(8411)
문학일반(9994)
문학창작(11135)
문학작가/작품(3689) ...
그 소설 사이트(72475)와 판타지(8411) 두 쪽을 합하면 다음에만 무려 8만개의 카페가 있다는 의미인 거지요.
그중 대충 봐도 활동하는 곳이 5천이라면 회원 한곳 당 100명(회원들이 몇만에 이르는 카페들이 많은 건 아실 겁니다.)만 잡아도 무려 50만입니다.
물론 여기엔 활동하지 않는 사람들, 또 중복된 숫자가 많은 것도 사실일 겁니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사이트중 하나인 우리 GO!무림판타지의 하루 방문객이 최대 17만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 숫자는 정말 엄청나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거기서 문학을 공부하고, 발전적인 활동만 한다면 그 보다 좋은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걸 우리 모두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네이버에서부터 시작해서 각 포탈, 기타 사이트, 각종 P2P....
이 업체들을 이 불법파일 유통을 막지 않고서는 창작 자체가 무의미해질 지경에 이른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업으로, 영업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번 저작권법 강화에서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 정말 암울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알아서 조심해주시지 않는다면 법으로 금할 수 밖에 없겠지요.
위에서 보듯 지금도 5년이하, 5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할 정도로 강력한데도...요.
저희는 이 부분에 있어서, 업으로 뿐만 아니라 저작권을 침해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처하도록 내부적으로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런 음성적인 행위를 조장, 보호하고 있는 포탈도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여기서 네티즌들의 의문내지 항의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맨날 저작권만 강화되냐?
문화 컨텐츠는 다 죽으란 말이냐?
맞습니다.
저작권 강화는 적절해야 하고 또 조정 묘도 있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한 번 살펴 볼까요?
아주 간단히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홈을 꾸미고 단장하고 만들기 위해서, 왜 제가 쓴 소림사 전문(全文)이 그 사이트나, 카페의 자료실에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제 글은 홈을 예쁘게 꾸밀 수 있는 그림도 아니고, 귀를 즐겁게 해줄 음악도 아닙니다.
그저 책으로 봐야할 글입니다.
그것도 시처럼 한 두 페이지로 끝나는 짧은 글이 아니라, 수백페이지에 걸쳐서 길게 써진 소설인 겁니다.
이 경우는 저작권 강화와 문화컨텐츠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습니다.
그냥 댓가를 지불하기 싫은 분들의 견강부회(牽强附會)일 따름이지요.
도서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기본 입장입니다.
◎ 마치면서...
정말 장르를 사랑하시고, 또 정말 좋은 글을 계속해서 보기를 원하신다면 여러분이 나서서 저희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악법이 이대로 통과할 수 없도록, 항의해주십시오.
작가에게도, 독자에게도 나아가서는 국가에도 모두 불이익이 될 악법(惡法)입니다.
반대를 해도 원안(原案)대로 통과시키겠다고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옵니다.
누구를 위해서 원안대로 통과시키려는 걸까요?
저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긴 글 읽어주시느라고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덧말 : 약간의 수정이 발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덧말2 : 이 글은 다른 곳으로 퍼날라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원 홈페이지에는 이 글 원문을 그대로 가져가시지는 말아주세요. 뜻을 같이 하신다면 항의만...
2005년 3월 14일 새벽. 연화정사(蓮花精舍)에서 금강(金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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