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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43 만월(滿月)
작성
09.01.12 00:13
조회
2,801

작가명 : 촌부

작품명 : 우화등선, 자승자박

출판사 : 청어람

닮은 듯 다른 두 형제를 본 느낌입니다. 아니 이 경우는 쌍둥이가 각기 다른 옷을 입은 것이 더 맞는 표현인 듯 합니다. 그것도 흑과 백으로 명확한 차이가 나는 옷을 입은 느낌을 줍니다. 촌부님의 우화등선과 자승자박이 그런 느낌을 줍니다.

이 두 글을 읽은 지는 시간이 좀 되었습니다. 화공도담을 읽고 촌부님이 그린 세계가 너무 마음에 들기에 동네 책방을 뒤지니 두 가지 다 있어서 전부 한 번에 읽었습니다. 그 여운이 좀 있어서 감상글을 적으려다 지금 화공도담을 다시 읽고 이 두 글에 대한 감상을 적습니다.

사실 촌부님의 자승자박을 예전에 읽다가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지고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 잊자 잊자 하더니 자신이 누군지 조차 잊어 버린 장면에서 고이 반납을 했습니다. 그 이후로 깽판물이 펼쳐질 것이라 지레 짐작한 탓입니다. 그때 끝까지 다 읽었더라면 정말 행복한 순간을 먼저 맛보았을 텐데 안타깝네요. 오히려 우화등선과 자승자박을 몰아 볼 수 있었으니 더 잘된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승자박이란 소설, 그 장면 때문에 깽판물이라 생각 했지만 이야기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그 점에서 우화등선도 이 자승자박과 닮아 있습니다.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말이죠. 같은 작가의 작품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수 있지만 너무 닮아 있습니다.

그 두 소설의 차이점은 한 사람의 선택의 문제에서 차이가 납니다. 우화등선의 마선과 자승자박의 파천제, 그 두 사람의 선택이 쌍둥이의 옷 색깔을 다르게 했습니다.

차이점을 설명하기 전에 이 두 소설의 닮은 점을 말하겠습니다. 촌부님 특유의 따뜻한 세계 그것이 가장 닮은 점입니다. 우화등선의 주인공 청명은 나이가 상당히 많습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무당파에서 최연장자입니다. 그런데 그 청명의 외양은 아이와 같습니다. 인간지도를 배우기 위해 산에서 내려온 반선이기에 그렇습니다.

세상과 격리된채 순수하게 살아왔기에 때 한점 묻지 않은 아기 같은 순수를 보여 줍니다. 그 점은 자승자박의 파천제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파천제는 기억을 잊고 백지 같은 상태에서 무림을 떠돕니다. 그 역시 맑음을 그대로 유지한채 강호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닙니다.

세상을 모르는 두 사람이 순수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 덕입니다. 우화등선에서 청풍의 옆엔 맑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청풍이 아무리 나이가 많고 무당파의 최연장자라 하더라도 외양은 아이입니다. 그것도 엄청난 능력을 가진 아이. 그런 아이가 아무런 시기나 질투를 받지 않고 그 순수를 유지할 수 있는건 주변 사람들도 선하기 때문입니다.

자승자박의 파천제 역시 주변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악인들을 만났다면 파천제의 순수함은 끝까지 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백지와 같은 상태이기 때문에 그 백지에 때가 탓을 테지만 파천제가 기억을 잃고 만난 이들은 전부 그 파천제의 순수를 지킬 수 있을 만큼 순후 합니다.

주인공들이 맑고 티없으며 그 주변인들도 밝고 선하다는 것이 두 소설이 닮은 점입니다. 그리고 소설내에 흐르는 도가의 분위기 소설에 등장하는 신선들 역시 이 두 소설이 지닌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소설이 다른 옷을 입은건 앞서 말했듯이 두 사람의 선택 때문입니다. 우화등선의 마선과 자승자박의 파천제의 선택이 달랐기에 다른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마선과 파천제는 기구한 사람들입니다. 원인이 어떻게 되었든 간에 두 사람은 가족, 친지, 제자 등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을 세상의 탐욕 때문에 잃었습니다.

그 탐욕에 희생당한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손을 걷어 붙쳤고 다른 한 사람은 그 세상 사람들을 용서했습니다. 우화등선은 그 심판하려는 사람을 막는 이야기고 자승자박은 그 기구한 사람의 용서가 이야기의 중심축입니다.

아마 우화등선을 연재하면서 작가님은 마선을 불쌍하게 여긴 듯 합니다. 마선과 같은 꼴을 당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이 이 자승자박이니 말입니다. 마선의 분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파천제는 처절하게 세상의 탐욕에 당했습니다.

그런 그가 불구대천의 원수를 쉽게 용서할 수는 없기에 작가님은 한 가지 장치를 한 것 같습니다. 기억상실이란 것을 말이죠. 기억상실이 된 파천제가 기억을 되찾아 가면서 그 원수들에게 심판을 내리기 위해 공들여 자신이 한 작업을 스스로의 손으로 파기하고 막기 까지 합니다. 이 정도면 그냥 대인배가 아니죠. 복수의 끝이 없기에 자신의 손으로 그 끝을 보기 위함이며 이것을 이용한 암중의 세력의 손에 놀아 나지 않기 위함입니다.

두 소설 다 이런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흐름을 타다 중간에 멈춘듯한 느낌을 준다는게 좀 아쉽습니다. 시작은 독특했으나 그 독특함을 중반에선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끝은 깔끔하게 마무리 했습니다.

이 두 소설은 무협 소설이지만 촌부 작가가 보여 주고 싶었던건 단순히 치고 박는 쌈박질이 아닌듯 합니다. 인간을 혐오하지 말고 따뜻하게 쳐다 보자는 것. 사람을 불신하지 말고 사람의 선함을 믿고 나아가자는 걸 보여 주고 싶었던게 아닌가 합니다.

소설이든 영화든 애니메이션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잘 풀어 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트릭스는 현란한 그래픽으로 무장을 했지만 그 알맹이가 형편없었다면 명작이 되지 못했겠죠. 에반게리온 역시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그 애니의 무엇이 특별했을까요? 그래픽도 그 때 다른 애니들과 차이는 별로 없었고 메카닉은 멋있다기 보다는 괴기합니다.

두 작품은 그 알맹이, 특히 사람들간의 밀고 당김, 심리묘사와 이야기 자체가 탄탄했기에 아직도 사랑을 받는다고 봅니다. 이렇게 우화등선과 자승자박은 싸움이 주가 아닙니다. 무협소설이기에 전투 장면도 있지만 그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그런 점이 확실히 화공도담에서 더 두드러진것 같습니다. 좀있으면 화공도담 3권이 나올것이고 그것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번에도 암중의 세력이 적이 될것인지 의문이지만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는 것도 즐겁습니다.


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별가別歌
    작성일
    09.01.12 10:07
    No. 1

    하지만 마인이라고 하기엔 마선의 포스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요. 주인공들 외에는 인물들에 깊이 빠져드는 것을 작가 스스로가 막고 있는 느낌도 들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스트리스
    작성일
    09.01.12 16:48
    No. 2

    좋은 감상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느낀 바인데 글솜씨가 없어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했는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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