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남작군터
작품명 :
출판사 :
비평란에서 엄청난 찬성수를 기록한 비평을 예전에 보고 '이것도 양판소인가?'하면서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근데 최근에 요기에 추천글이 많아서 찾아봤지요.
그리고 염청난 몰입감을 가지고 5권을 독파했습니다. 결론은 제가 여기 감상을 쓴 이후 최초의 "초"강추네요.
비평란에서는 1권과 2권 초반의 내용을 가지고 기연을 만나는 구성으로 인해서 양판소쪽으로 몰아갔지만, 결국 작품 전체에서 정말 기연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쓸모가 밝혀지지 않은 "여신의 축복"정도가 되겠네요. 기사에게 유익할거 같다는 나무열매도 결국은 군것질 거리로 밝혀져서 나중에는 설사약정도로 취급되어 표현될 정도고, 구황작품이라는 고구마조차 타 작품에서는 영지의 배고픔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그런것이 아닌 그냥 별식 정도로 취급됩니다.
댓글들 보니까 작가분이 초반에 태클을 많이 받아서 나름대로 노선 수정을 한게 아닌가...하는데, 결국 사실주의 쪽으로 가는데 있어서 기연몰아주기가 아닌쪽으로 글을 풀어간것이 더 나은것이 아닌가 생각 되네요.
남작군터는 어찌보면 상당히 전형적입니다.
일반 한국형 판타지에 나오는 거의 모든 구성을 갖다쓰지요. 소드맛스타도 존재를 하고, 마나포인트나 마나로드 등등 무협에서 차용해서 갖다쓰는 한국형 표현들도 기본적으로 등장합니다. 오크도 초반 영지의 역경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아주 전형적으로 등장을 합니다.
딱히 이런게 나쁘다고 생각은 안합니다. 그렇게 따지면 무협도 욕먹어야지요. 아주 생뚱맞은 것보다, 독자에게 익숙한 배경을 사용하는 것이 몰입감에도 나쁘지 않겠지요. 단지 플롯이고 뭐고 죄다 짜집기 수준 양판소가 판치니까 배경갖다 쓰는것도 짜집기의 일종으로 보여서 욕먹는거지만, 작품 내적으로 독창성을 가지고 있다면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남작 군터의 독창성은 모두가 말했듯이 개연성 혹은 사실성입니다.
주인공은 그 시대의 귀족중 하나. 그렇다고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아닙니다. 머리가 좋냐...하면 그것도 아닌게 어렷을때 글익히는 것이 느려서 혼났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검에 소질이 있다고 하지만 여타 작품의 주인공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랍니다.
어느정도냐면......중급정도의 검사라고 하는데, 이 정도가 독자에게 강하게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군터가 전쟁터에 나가서 부터 마주치는 상대 기사들 중에서 군터보다 약한 넘이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물며 영지전을 하는 상대편의 뚱뚱한 변태 영주조차 알고보니 상급기사로 맞붙었을때 동귀어진을 노리고 싸울수 밖에 없게 나오지요. 군터가 푸념하듯 "나보다 약한 적이 하나도 없군.."하는 것을 독자도 느끼곤 합니다.
그렇다고 군터가 약하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읽는 내내 군터는 강한 인간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읽었습니다. 독자가 대리만족을 느낄수 있을만큼요. 그것은 그가 군주로서의 최고의 덕목을 가진 인간으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시대 귀족답게 고귀한 피를 따지기는 합니다만, 권위 이전에 진정한 가치에 촛점을 맞출줄 아는 아주 귀한 인간상으로 나옵니다. 덕분에 눈있는 자들은 그의 가치를 그 자신보다 더 먼저 알고 가까워지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스스로는 똑똑하지 못함에도 주위에 뛰어난 가신들이 그를 위해서 희생하고, 충성을 다하지요. 그리고 그것이 이상하지 않고 당연해 보일정도로........그는 매력있는 군주이고 인간입니다.
이십년전에 은하영웅전설을 처음 읽었을때...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까지 최선의 정치체제는 당연히 민주주의로 알고 있었지만, 그 작품에서는 민주주의는 최선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요. 영민한 군주 아래에서 단결한 국가는 오히려 부패한 민주주의 아래에서 생활하는 국가보다 더 강하고 행복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메인 주인공은 그런 부패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봉사하다가 죽어가지요. 보면서...정말 짜증나는 연합군의 부패한 정치가들에게 환멸을 느꼈고, 한편에서 이런 소설은 일본같이 개방된 나라에서나 씌여질수 있겠구나..하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반면...머리가 커지고 나서 다시 접하게 된 그 작품에서...역으로 차선일수 밖에 없는 민주주의가 우월할수 있구나..하고 다시 깨닫게 되었지요. 언제나 라인하르트 같은 황제와 뛰어난 신하들이 나올수 없기에..썩었어도 민주주의 하에서만이 정도이상의 힘이 나올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요.
군터를 읽으면서 별안간 은영전이 생각난것은.....군터는 바로 현명한 군주와 신하들이 노력하면 얼마나 국가를 제대로 키울수 있는가를 은영전 수준의 개연성과 현실감으로 보여줬기 때문이었습니다.
군터는 전투를 겪을때마다 겨우 겨우 살아날 만큼 고생을 하고 기껏 키워놓은 영지가 주변사정으로 갈아엎어져도, 그것이 작가의 주인공 굴리기로 비춰지지 않는것은.........군터는 그러한 역경 속에서도 어쨋든 뚜벅뚜벅 앞으로 나가고, 새로운 것을 얻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 얻는 것이 다른 작품같이 10갑자의 공력이나, 소드맛스타의 깨달음이 아닌, 현실에 대한 눈뜸이라든지, 목표를 잡아나가는 동기라든지...정도로 소박하지만, 그래도 독자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장을 작가는 보여주네요.
주의공이 비록 강하지 않지만........그리고 주인공 주변의 사람들이 초미남 미녀도 아니고, 기록적인 성장을 못하고..또 반이상이 죽어나가긴 합니다만.........
남작군터는 참으로 읽는 제가 행복하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12월에 5권이 나와서 6권 나오려면 한참이나 더 남았다는 것이 아쉽고, 완결전에 손을 댄것이 너무나 가슴아플 뿐입니다.
소드맛스타에 질리신 분, 괜찮은 영지물을 원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참으로 멋있는 영지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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