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92 지나가는2
작성
04.07.22 13:54
조회
1,553

얼음과 불의 노래는 미국의 작가 George R. R. Martin이 쓴 판타지입니다. 1996년에 1부가 나와서 지금까지 3부 (...)까지 나왔구요, 7부 완결이 예상인 작품입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끌고, 전체 판타지 베스트 셀러 목록에 항상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인데 (1위는 지난 15년간 전부 9권이 나온 시간의 수레바퀴 시리즈 (The Wheel of Time)), 한국에선 잘 알려지지도 않고 별로 인기로 없는 것 같아 감상겸 소개겸 추천겸 해서 글을 올립니다.

얼음과 불의 노래 (이하 얼음불)의 시작은 무언가 초자연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어딘가 신비롭지만 그렇다고 마법이 나온 것도 아니고, 공포스러운 감도 있는 듯하지만 드러내놓고 악령이나 괴기스런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 서장 이후로 벌어지는 일들은 맨 앞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타 판타지에서는 흔하디 흔한 마법사니 9 써클, 혹은 엘프나 드워프 같은 건 하나도 등장하지 않고, 차라리 어떤 역사물을 보는 듯한 치밀한 설정과 현실적인 구성으로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얼음불의 세계는 일단 방대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주 무대는 웨스테로스라는 대륙인데, 그 외에도 바다 너머로 여러 다른 땅과 나라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웨스테로스는 또한 세븐 킹덤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야기는 웨스테로스의 국왕인 로버트 바라테온이 차디찬 북부의 지배자이며 자신의 친구인 에다드 스타크 영주를 방문하면서 시작합니다. 때는 왕국의 수상 격인 왕의 핸드 존 아린이 병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이고, 에다드 스타크는 마음에 내키지는 않지만 그의 대부이기도 했던 존 아린이 독살당했다는 의문을 품고 친구 로버트의 권유를 받아들여 그와 함께 남부로 떠나게 됩니다. 그 후로 여러 사건이 일어나고, 겉으로는 평화로웠지만 그 밑에 아직도 여러 불안 요소가 남아있던 세븐 킹덤은 로버트 바라테온 왕의 죽음을 계기로 사태가 것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고, 결국 곳곳에서 전화 (戰火)가 일어나게 됩니다.

  

얼음불에는 뚜렷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습니다. 일단 전개 자체가 단순히 한 챕터 한 챕터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챕터마다 등장 인물 중 한 명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풀어나가기 때문입니다. 1부의 주인공은 아마 네드 (에다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여러 독특한 인물들이 나오지요. 충직하고 명예롭지만 고지식한 면이 있는 네드, 가문과 자식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하는 용감한 여인 캐틀린 스타크, 그런 캐틀린에게 남편이 데려온 사생아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아온 존 스노우, 노래를 즐기고 동화 속의 왕자님과 화려한 왕궁의 삶을 꿈꾸는 스타크가의 장녀 산사, 천방지축인 여동생 아리아, 지혜롭지만 난장이인 까닭에 자기의 부친에게까지 천대와 무시를 당하며 자란 티리온 라니스터, 그리고 고아면서도 전대 왕조의 마지막 남은 자손으로서 부왕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야만인에게 팔려가는 공주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제가 그다지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나, 이처럼 가지각색의 인물들이 하나같이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모두 다양하게 묘사된 작품은 제가 읽은 판타지/무협 중에는 아마 얼음불이 최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러한 전개를 못 마땅해 하는 분들고 계시겠지만.

서구에서는 얼음불을 흔히 '12인의 시이저'나 '장미의 전쟁' (중세 잉글랜드의 랑카스터와 요크 가문이 수십년이나 대립한 이야기)와 비교하곤 합니다. '12인의 시이저'의 실제 역사에 못지 않게 모략과 암투가 만연하고, '장미의 전쟁'에 못지 않게 중세의 세력 다툼이나 배경, 역사 등을 뛰어나게 표현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얼음불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 이미 언급했 듯이 마법이나 고리타분한 타종족은 없지만, 어떤 신비함이 밑 배경으로 깔려 있습니다. 고대에 웨스테로스 전역을 휩쓸었다는 기이한 불사의 괴물 '아더들', 그에 맞서기 위해 지어진 수백 미터 높이에 수천 리 북부를 완전히 횡단하는 얼음과 돌의 장벽 '월(the Wall)', 남부에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도 북부에는 거의 원시 그대로 남아있는, 몸통에 얼굴이 새겨진 나무들의 숲, 그리고... 드래곤들도.

최근에 나오는 양산 판타지에 질려 다른 종류의 작품을 접하고 싶으신 분들에게는 얼음과 불의 노래를 적극 추천합니다. 다만 문제라면 책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고, 지난 8년 간 3부가 나왔지만 한국에는 2부까지밖에 번역 출간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 (국내판은 1부당 4권이네요)... 그리고 번역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글도 있지만... 그럼에도 최고 수준의 판타지를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는 이 작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86 당쇠
    작성일
    04.07.22 14:16
    No. 1

    오래전에 2부까지 보았는데....
    상당히 괜찮더군요..
    그러나 3부 소식이 감감하길래...
    기다림에 지쳐 포기한 글입니다..
    이글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마치 살아있는듯한
    치밀한 구성이었습니다..
    최고 수준의 판타지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감동 감동....감동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유성(有星)
    작성일
    04.07.22 14:51
    No. 2

    이거이거이거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정말정말 멋지던데- 돈이 없어서 질러버리지는 못했지만, 곧 질러버릴 듯(먼 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그라츠트
    작성일
    04.07.22 16:31
    No. 3

    우리집 옆 대여점에 있던데...
    근데 번역이 그렇게 안좋나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二拳不要
    작성일
    04.07.22 18:08
    No. 4

    최고의 판타지 소설이죠.
    저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입니다.
    얼음과 불에서 좋았던 점은 개연성있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의 리얼한 모습.
    그리고 다양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물론 마법을 정해진 모습으로 놓은것이 아니라 어떤 영적인 신비로운 힘으로 표현한것도 좋았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너리스 타르가르엔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天山飛劍
    작성일
    04.07.22 18:52
    No. 5

    집에 있기는 하지만 한번 보고 책장에 고히 모셔 두고 있죠....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지나가는2
    작성일
    04.07.22 20:56
    No. 6

    당쇠님 - 다음(Daum)의 얼음과 불의 노래 카페에 개인이 번역한 3부가 전부 올라와 있다는 소문이...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山本大俠
    작성일
    04.07.22 21:26
    No. 7

    3부를 전부 번역했나요? 3부 (storm of swords) 는 거의 천페이지에 달하는데 정말 대단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뫼비우스
    작성일
    04.07.22 23:18
    No. 8

    역시 영어는 잘 하고 봐야... -_-;;
    한번 봐야겠군요오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당쇠
    작성일
    04.07.22 23:44
    No. 9

    당금 달려가 보았는데 3부 1,2권 번역본 있더군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4310 무협 하드고어무협의 정점 [독보건곤] +4 Lv.1 감여가 04.07.23 1,608 0
4309 무협 검신9권을읽고 Lv.1 이현지♡ 04.07.23 1,265 0
4308 무협 무협의 미래를 제시한 작품- 한상운의 비정... +13 坐照 04.07.23 2,063 0
4307 무협 괴선 +6 Lv.4 풍신저 04.07.23 1,134 0
4306 무협 여혼님의 '단천혈룡' 1-2권을 읽고 +1 Lv.11 향수(向秀) 04.07.23 1,158 0
4305 무협 여혼-단천혈룡. +2 Lv.17 억우 04.07.23 1,235 0
4304 판타지 달밤에 춤추기, 웃흥♡ (윤민혁) +7 쥐펜(仁) 04.07.23 1,713 0
4303 무협 추천~~ 흑풍백풍 +1 Lv.12 무책임함장 04.07.23 891 0
4302 판타지 라르센 대륙기????????? 정녕 이렇게 까지 ... +9 Lv.2 일도(一道) 04.07.23 2,757 0
4301 판타지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 +10 Lv.1 빛의 검성 04.07.23 1,198 0
4300 판타지 혹시 이계인이란 소설을 보셨나요? +7 Lv.68 아군 04.07.23 2,508 0
4299 판타지 극강주인공에 질리셨나요? 정말 새로운 형... +14 Lv.1 아싸좋구나 04.07.23 2,117 0
4298 기타장르 장경님의 마군자를 읽고 +1 Lv.67 라다 04.07.23 909 0
4297 무협 동천.. +23 Lv.7 武俠紙 04.07.22 1,377 0
4296 판타지 뭔가를 뛰어 넘는 판타지. <자유인> +8 하현 04.07.22 2,986 0
4295 무협 무한한 찜통속에 들어가 있는 존재.. 무한존재 +7 Lv.13 은검객 04.07.22 3,427 0
4294 판타지 소우주 여행기..실망 그리고 실망.. +5 Lv.13 은검객 04.07.22 1,876 0
4293 판타지 판타지 추천!! +11 Lv.32 무협폐인 04.07.22 2,017 0
4292 무협 [촌검무인] 지루한 이야기.. +35 파천검선 04.07.22 2,083 0
4291 무협 무법자~ 원츄! +6 둔저 04.07.22 1,093 0
4290 판타지 던전탐험대 +3 Lv.58 식객(食客) 04.07.22 1,037 0
4289 무협 비뢰도 인물들의 대화속에 개성이 없다. +11 Lv.31 李正吉 04.07.22 1,250 0
4288 기타장르 [추천]쥐의왕 +2 가죽구렁이 04.07.22 1,217 0
» 판타지 얼음과 불의 노래 (A Song of Ice and Fire) +9 Lv.92 지나가는2 04.07.22 1,554 0
4286 판타지 이영도 작가 신작 "피를 마시는 새" +16 Lv.51 책과가을 04.07.22 2,143 0
4285 무협 무림경영을 읽고~ +3 Lv.13 은검객 04.07.22 1,556 0
4284 판타지 하다드 +5 Lv.97 괴도x 04.07.22 1,095 0
4283 판타지 쿠베린 +3 Lv.97 괴도x 04.07.22 1,215 0
4282 판타지 오트슨님의 "갑각나비"추천합니다. +3 Lv.99 기타왕 04.07.22 2,117 1
4281 무협 가인님의 <무정십삼월>을 읽고. +6 Personacon 검우(劒友) 04.07.22 1,340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