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비평란

읽은 글에 대한 비평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오홍련 실망했다

작성자
Lv.39 규염객
작성
09.11.18 15:22
조회
5,841

작가명 : 조동재

작품명 : 오홍련

출판사 : 파피루스

오홍련은 문피아에서 초반연재 중 매우 호평을 받았다. 베고 자면 공부와 무공 수련을 꿈 속에서 가능하게 하는 총명침이란 엠씨스퀘어 비슷한 아이템을 얻게 된 아이가 천재가 되는 초반 이야기는 이 소설을 읽게 만들기에 충분한 흥미를 느끼게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이런 보물을 얻게 되는 상상을 했기 마련이다. 베고 자기만 하면 저절로 똑똑해지고 공부가 되며 몸이 좋아지고 천하제일의 무공을 수련하게 되니. 기존의 절벽이나 무덤 기연에 비하면 신선한 소재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이다. 초반에 다른 판타지나 무협에선 쓰지 않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가 이야기를 끌어나갈수록 흔한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이야기구조를 따라가 독자를 실망시키는 소설은 이미 하나둘이 아니다. 이 오홍련도 그것과 마찬가지로 1권은 총명침이란 소재의 힘으로 흥미를 끌었지만 2권에 들어서 실망하게 되었다.

오홍련에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구조와 진행방식이 황규영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황규영 작가는 천재 주인공과 주위의 바보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예상치 못한 활약에 주위의 인물들 하나하나가 놀라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계속 반복시켜서 많은 원성을 사고 있는데 이 오홍련이 바로 그렇다. 주인공 단선풍은 서원에서 공부하여 과거를 보고 조정에 출사를 하게 되는데, 향시, 회시, 전시의 과정마다 1등을 하고 사람들이 이에 놀라워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선 같이 시험을 친 학사들이 어린아이가 장원이라고 놀라면서 대단해한다. 그리고 선생인 정진봉이 좋아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기뻐한다. 마지막으로 주변사람들이 단선풍을 사위삼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고 단선풍은 이를 곤란해하면 피한다. 이 재미없는 이야기가 무려 3번에 걸쳐 똑같이 반복해서 나온다.

두번째로 실망한 이유는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고 간략해서 마치 시놉시스나 줄거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왕 과거이야기를 할 것이면 공부 중이나 과거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를 에피소드 삼아 썼으면  훨씬 좋은 소설이 되었을텐데, 이 책은 그냥 공부를 했다, 과거를 쳤다, 1등을 했다, 주변에서 놀란다가 전부다. 향시, 회시, 전시, 해원, 회원, 삼원급제, 경림연등의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그냥 나열해 놓았을뿐이니 다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가령 강연 중 선생과의 파자나 대구찾기와 같은 문학적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의 명석함을 드러내고, 과거도 시험지 유출이나 주인공을 질투한 남사인의 방해등 사건을 일으켰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과거가 끝나버리면서 2등 남사인은 질투의 한마디만 남기고 없어진 캐릭터가 되어버렸는데 차라리 위의 시험방해나 공부방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모를까 전혀 쓰잘데기없는 인물을 넣어 쓸데없이 양만 늘인 꼴이 되었다.

정왕의 북방정벌 건도 그렇다. 오랑캐가 쳐들어왔다. 정왕이 나갔다. 정왕이 졌다. 비밀무기를 얻어 이겼다 등등을 굳이 3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써 놓았는데, 읽어보면 이게 소설의 본문인지 소설책 뒷면에 광고하기 위해 쓴 줄거리인지 의심이 든다. 나중에 무성천서의 복선에 정왕의 전쟁이 필요하지만 너무 자세하게 쓸 수 없다면 황제가 편전에서 칭찬한다던가, 한림원학사들이 소문으로 들었다던가 해서 간단한 풍문으로 처리했다면 훨씬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고 보기 좋았을 것이다.

단선풍이 황제의 신임을 얻는 과정도 너무 간략하다. 황제가 물어보았다. 단선풍이 대답했다. 이게 전부이니 읽다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좀 자세하게 쓰면 안되나?  경연 중에 솔로몬의 아이 판결과 같은 사건을 화제로 황제가 문제를 내면 다른 이들이 아무런 말도 못할 때 주인공이 떡하니 나서서 고전의 문장이나 사건등을 하나 둘 정도 직접적으로 인용해 사건을 명석하게 해결하여 주위의 학사들과 황제에게 인정받는 그런 이야기 쓰면 안되나? 그냥 황제가 너무너무 대단하다라고만 하니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단선풍의 외가와 화해하는 것도 간단히 처리했다. 그냥 외손자가 과거합격했으니 다 용서하마하고 외가화해 에피소드가 끝나버렸다. 외가를 만나는 것도 그냥 아버지가 올라와서 찾아간 게 전부다. 이왕지사 외가에피소드가 나오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러브스토리를 비롯해서 눈물 좀 나는 이야기 쓰면 안되는 건가? 외할아버지가 사위나 외손자에게 느끼는 애증을 그냥 눈물 흘리고 말았다라고 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아끼던 물건같은 것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감동을 주는 그런 소설을 바라는 것이 잘못인건가?

오홍련은 1권에 비해 2권이 너무 재미없다. 솔직히 말하면 문피아에서 연재분을 제외하고는 읽을 만한 가치를 못 느끼겠다. 2권의 끝에 갈수록 소설이 네이버영화소개의 시놉시스화 되어간다. 물론 무협이니 얼른 주인공을 강호에 내보내고 싶은 그 마음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냥 줄거리를 나열하듯이 건너가버리면, 강호에 나가기 전 일련의 사건을 이렇게 설렁설렁해 버릴 거면 무엇하러 이 부분을 썼는가? 그냥 총명침을 얻고 무공을 익혀 강호에 나가 천하제일인이 되어버리지.

한마디로 오홍련은 책이 무언가 엉성하고 부족하다. 이야기의 줄거리만 있고 가지와 잎이 없다. 집으로 치면 기둥과 지붕만 있는 집이다. 그런 집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이런 책은 독자에게 재미를 줄 수 없는 법이다.


Comment ' 16

  • 작성자
    Lv.43 히키코모리
    작성일
    09.11.18 15:33
    No. 1

    저는 재밌게 읽었지만.. 2권보다 1권이 재밌다는거엔 공감합니다 -ㅇ-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독행(獨行)
    작성일
    09.11.18 15:58
    No. 2

    저도 연재당시에 지적을 했던 사항입니다. 구체적인 것을 제시해야 할 장면에서 간략하게 설명으로 끝내는 패턴이 문제였죠. 나중에는 그것이 더 심해졌나 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면 그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할텐데, 그러한 자료가 없었겠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서비㈜
    작성일
    09.11.18 16:41
    No. 3

    작가분이 부여섭 작가님처럼 노력하는 부분의 반만 투자하셨어도.. 많은 이야기거리가 간략설명으로 끝나진 않았겠지요.. 그저 아쉬울뿐이네요..용두사미라...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2 5년간
    작성일
    09.11.18 18:12
    No. 4

    2권보다 1권이 재밌고 1권에서도 후반부보다 전반부가 재밌는
    전형적인 소재가 좋아서 처음엔 재밌지만 작가의 필력이 뒷받침 못해주는 소설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기대해볼 여지는 좀 있는듯합니다.
    2권이 기대이하이긴했지만.
    현 장르소설시장의 수준에 비하면 중간이상은 가는편입니다.
    1권부분이 상당히 재미있었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망감을 안겨주었을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幻首
    작성일
    09.11.18 18:30
    No. 5

    저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기는 했으나 빨리 무림 편을 쓰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나 합니다. 사조도 찾아가야하고 정왕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군주랑도 어찌 어찌 엮여야하고....
    무림편에 가서도 그런 수준이라면 문제가 있겠으나, 초반부의 과감한 생략을 위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솔직히 2권까지의 내용을 급급 늘여서 4~5권 정도의 분량이 된다면 요즘 추세상 그것도 하염없이 답답하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고추장국
    작성일
    09.11.18 19:20
    No. 6

    출간 된지는 몰랐지만 연재 당시에 공주(옹주?) 등장 하는 장면부터 놔버렸습니다. 완전 사족이라고 느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09.11.18 22:11
    No. 7

    과감히 생략하려면, 위의 예들처럼 누군가의 간단한 대화나, 회상등으로 처리하는게 훨 낳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키라라라
    작성일
    09.11.19 00:31
    No. 8

    전 재밌게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OtsukaAi
    작성일
    09.11.19 01:24
    No. 9

    꾸준히 댓글 달면서 기대했었는데 책 나온거보고 저 또한 실망이 무척 컸네요. 일단 3권까지는 지켜보려고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주운(Jun)
    작성일
    09.11.19 18:52
    No. 10

    너무 술술넘어가서..
    재미는있었지만
    나에게는 킬링타임밖에 되지 않은 '오홍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아나룬
    작성일
    09.11.23 23:16
    No. 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킬링타임일 뿐인 소설이죸ㅋ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1 소슬비가
    작성일
    09.12.01 00:06
    No. 12

    2권은 과거합격, 정왕의 병이 주인데, 전장에 나가 병을 얻었다로 충분하고, 화해 부분도 어색하진 않았습니다. 이것저것 에피소드를 집어넣었다면 아직 2권의 반 분량도 못 넣었을 듯합니다. 무공 수련부분을 생략하는 것 보다 에피소드 생략하고, 빠르게 무림 출두 하는 게 나아 보이는데 왜 이런 혹평을 해 놓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비평란에서 이 글을 읽고 2권이 엉망인가 하는 생각에 포기하려다 읽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재밌게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이레이저
    작성일
    09.12.04 20:24
    No. 13

    다들 그런생각을 하셧네요 저도 재미있게 읽엇지만 전개가 너무 단순하고 빨랏어요 왠지 2권 후반부터는 그냥 3년뒤 이렇게 쓰는게 더 낳았을수도 술술~ 넘어가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야옹선생
    작성일
    09.12.24 18:36
    No. 14

    아직 3권까지 밖에 안나와서 모르겠지만 뭔가 극적인...그런게 없음.

    하지만 주인공이 커가는걸 보면서 흐뭇~(응?)해 하며 시간때우기로는 괜찮을지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앜칼리
    작성일
    10.01.15 22:36
    No. 15

    이건 용鬚髥(수염)사미죠, 시작은 용의 머리도 되지 못함, 유일하게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총명침 그것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청신(淸晨)
    작성일
    10.02.11 19:36
    No. 16

    꽤 재밌게 읽고 있는데...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그러게 아닐까요..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비평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찬/반
2492 무협 몽상가 : 동양무협 프레임의 현대적 확장이 가능한가? +1 Lv.1 가볼 10.06.26 2,529 9 / 1
2491 판타지 열왕대전기 18권 억지의 끝을 보여주는 듯 +416 Lv.2 헤이션 10.06.26 7,721 87 / 89
2490 비평요청 <드래곤 플레이어>비평 부탁드립니다. +7 레이언 10.06.26 1,744 0 / 6
2489 무협 신궁전설.. 도저히 못 읽겠다. +9 Lv.1 민동훈 10.06.25 10,388 14 / 0
2488 판타지 메카니스트.네이버 평만 믿고 봤는데... +21 Lv.9 슈자 10.06.24 3,499 8 / 0
2487 무협 난전무림기사. 소설가의 욕심과 현실 +15 Lv.1 僞王 10.06.24 4,171 37 / 0
2486 판타지 돌아가는 길 +3 Lv.8 목련과수련 10.06.24 1,665 4 / 1
2485 무협 무결도왕 초반 왜 이런가 +8 Lv.51 나라장터 10.06.23 2,440 15 / 3
2484 판타지 나이트 발록, 크게 모난구석은 없다. (미리니름존재) +1 Lv.99 금원 10.06.23 2,070 5 / 3
2483 판타지 게임판타지의 참을수 없는 공통점 +28 Lv.2 종연미 10.06.22 5,242 13 / 2
2482 무협 황규영작가님의 개천 +18 일리 10.06.21 6,268 10 / 5
2481 무협 무난함과 소소함의 재미?? 무당태극검 +6 Lv.3 파즈 10.06.21 2,659 3 / 3
2480 무협 [불패검선] +22 Lv.1 IN_old_m.. 10.06.21 4,215 6 / 4
2479 무협 질풍신뢰 재밌게봤어요 +28 Lv.1 클팡이 10.06.20 3,443 5 / 40
2478 판타지 캐릭터들의 정신연령에 대해서... +27 가시늑대 10.06.19 3,409 9 / 0
2477 판타지 트루베니아 연대기 - 다음권은 언제 나올라나요... +12 Lv.51 시한폭탄 10.06.18 3,288 4 / 0
2476 비평요청 시드랜드스토리 비평 +4 Personacon 묘로링 10.06.17 1,678 1 / 4
2475 기타장르 koko님에 대한 답변 +46 Lv.27 스카이넷 10.06.17 2,768 3 / 7
2474 무협 황규영작가님의 '금룡진천하' +22 Lv.9 캄파넬라 10.06.16 3,758 7 / 2
2473 판타지 전장의 금기에 대한 개인적 감상. +24 하늘눈물 10.06.16 3,893 6 / 5
2472 판타지 세라핌 . . 좀 답답하고 생각좀 하고 씁시다 +30 Lv.26 비류연윤 10.06.16 2,687 5 / 3
2471 기타장르 밑의 스카이넷님의 마검왕 관련 반론입니다 +11 Lv.73 ko** 10.06.15 3,104 11 / 5
2470 비평요청 얼마 연재하지는 않았지만 비평부탁드리겠습니다. +6 Lv.1 포로넬리 10.06.15 1,886 1 / 5
2469 기타장르 마검왕을 읽고 +17 Lv.27 스카이넷 10.06.15 3,225 9 / 16
2468 판타지 전장의 금기 : 작가님의 이의제기에 대한 반론... +77 Lv.22 낭마니 10.06.15 4,697 68 / 17
2467 비평요청 <전장의 금기> 비판에 대한 반론 +6 무협30년 10.06.14 2,964 10 / 46
2466 판타지 이계공명전 소드레전드 +6 일리 10.06.14 4,196 2 / 1
2465 기타장르 조선거상을 읽고 불만... +8 Lv.30 야놈 10.06.14 2,470 2 / 3
2464 판타지 낭마니님의 글에 대한 답입니다. +15 Lv.49 협행마 10.06.14 2,907 26 / 42
2463 무협 무협에서의 지명, 인문지식의 중요성(수정) +29 희겸 10.06.12 4,062 12 / 6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