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조동재
작품명 : 오홍련
출판사 : 파피루스
오홍련은 문피아에서 초반연재 중 매우 호평을 받았다. 베고 자면 공부와 무공 수련을 꿈 속에서 가능하게 하는 총명침이란 엠씨스퀘어 비슷한 아이템을 얻게 된 아이가 천재가 되는 초반 이야기는 이 소설을 읽게 만들기에 충분한 흥미를 느끼게 하였다.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창시절 이런 보물을 얻게 되는 상상을 했기 마련이다. 베고 자기만 하면 저절로 똑똑해지고 공부가 되며 몸이 좋아지고 천하제일의 무공을 수련하게 되니. 기존의 절벽이나 무덤 기연에 비하면 신선한 소재다.
그러나 문제는 이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이다. 초반에 다른 판타지나 무협에선 쓰지 않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가 이야기를 끌어나갈수록 흔한 판타지 소설의 전형적인 이야기구조를 따라가 독자를 실망시키는 소설은 이미 하나둘이 아니다. 이 오홍련도 그것과 마찬가지로 1권은 총명침이란 소재의 힘으로 흥미를 끌었지만 2권에 들어서 실망하게 되었다.
오홍련에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 구조와 진행방식이 황규영의 그것과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황규영 작가는 천재 주인공과 주위의 바보들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예상치 못한 활약에 주위의 인물들 하나하나가 놀라는 이야기를 시종일관 계속 반복시켜서 많은 원성을 사고 있는데 이 오홍련이 바로 그렇다. 주인공 단선풍은 서원에서 공부하여 과거를 보고 조정에 출사를 하게 되는데, 향시, 회시, 전시의 과정마다 1등을 하고 사람들이 이에 놀라워하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 우선 같이 시험을 친 학사들이 어린아이가 장원이라고 놀라면서 대단해한다. 그리고 선생인 정진봉이 좋아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아내를 생각하며 기뻐한다. 마지막으로 주변사람들이 단선풍을 사위삼기 위해 집으로 찾아가고 단선풍은 이를 곤란해하면 피한다. 이 재미없는 이야기가 무려 3번에 걸쳐 똑같이 반복해서 나온다.
두번째로 실망한 이유는 이야기가 너무 단순하고 간략해서 마치 시놉시스나 줄거리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왕 과거이야기를 할 것이면 공부 중이나 과거장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사고를 에피소드 삼아 썼으면 훨씬 좋은 소설이 되었을텐데, 이 책은 그냥 공부를 했다, 과거를 쳤다, 1등을 했다, 주변에서 놀란다가 전부다. 향시, 회시, 전시, 해원, 회원, 삼원급제, 경림연등의 훌륭한 소재를 가지고 그냥 나열해 놓았을뿐이니 다 쓸모없게 되어 버렸다. 가령 강연 중 선생과의 파자나 대구찾기와 같은 문학적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의 명석함을 드러내고, 과거도 시험지 유출이나 주인공을 질투한 남사인의 방해등 사건을 일으켰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과거가 끝나버리면서 2등 남사인은 질투의 한마디만 남기고 없어진 캐릭터가 되어버렸는데 차라리 위의 시험방해나 공부방해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모를까 전혀 쓰잘데기없는 인물을 넣어 쓸데없이 양만 늘인 꼴이 되었다.
정왕의 북방정벌 건도 그렇다. 오랑캐가 쳐들어왔다. 정왕이 나갔다. 정왕이 졌다. 비밀무기를 얻어 이겼다 등등을 굳이 3페이지에 걸쳐 간략하게 써 놓았는데, 읽어보면 이게 소설의 본문인지 소설책 뒷면에 광고하기 위해 쓴 줄거리인지 의심이 든다. 나중에 무성천서의 복선에 정왕의 전쟁이 필요하지만 너무 자세하게 쓸 수 없다면 황제가 편전에서 칭찬한다던가, 한림원학사들이 소문으로 들었다던가 해서 간단한 풍문으로 처리했다면 훨씬 이야기가 짜임새가 있고 보기 좋았을 것이다.
단선풍이 황제의 신임을 얻는 과정도 너무 간략하다. 황제가 물어보았다. 단선풍이 대답했다. 이게 전부이니 읽다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를 정도다. 좀 자세하게 쓰면 안되나? 경연 중에 솔로몬의 아이 판결과 같은 사건을 화제로 황제가 문제를 내면 다른 이들이 아무런 말도 못할 때 주인공이 떡하니 나서서 고전의 문장이나 사건등을 하나 둘 정도 직접적으로 인용해 사건을 명석하게 해결하여 주위의 학사들과 황제에게 인정받는 그런 이야기 쓰면 안되나? 그냥 황제가 너무너무 대단하다라고만 하니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단선풍의 외가와 화해하는 것도 간단히 처리했다. 그냥 외손자가 과거합격했으니 다 용서하마하고 외가화해 에피소드가 끝나버렸다. 외가를 만나는 것도 그냥 아버지가 올라와서 찾아간 게 전부다. 이왕지사 외가에피소드가 나오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러브스토리를 비롯해서 눈물 좀 나는 이야기 쓰면 안되는 건가? 외할아버지가 사위나 외손자에게 느끼는 애증을 그냥 눈물 흘리고 말았다라고 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아끼던 물건같은 것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고 감동을 주는 그런 소설을 바라는 것이 잘못인건가?
오홍련은 1권에 비해 2권이 너무 재미없다. 솔직히 말하면 문피아에서 연재분을 제외하고는 읽을 만한 가치를 못 느끼겠다. 2권의 끝에 갈수록 소설이 네이버영화소개의 시놉시스화 되어간다. 물론 무협이니 얼른 주인공을 강호에 내보내고 싶은 그 마음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냥 줄거리를 나열하듯이 건너가버리면, 강호에 나가기 전 일련의 사건을 이렇게 설렁설렁해 버릴 거면 무엇하러 이 부분을 썼는가? 그냥 총명침을 얻고 무공을 익혀 강호에 나가 천하제일인이 되어버리지.
한마디로 오홍련은 책이 무언가 엉성하고 부족하다. 이야기의 줄거리만 있고 가지와 잎이 없다. 집으로 치면 기둥과 지붕만 있는 집이다. 그런 집에서는 사람이 살 수 없듯이 이런 책은 독자에게 재미를 줄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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