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협행마
작품명 : 전장의 금기
출판사 : 아직 출판되지 않았슴. 문피아 연재.
문피아에서 '전장의 금기' 를 읽다가 결국 중간쯤에서 포기해야 했죠. 지금부터 왜 포기했는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치킨은 무조건 싫다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납득할만한 전개를 보이면 받아들입니다. 실제로 먼치킨이면서 고평가를 받은 글들도 많지요. 그래도 먼치킨쪽이 완성도, 개연성에 문제있는 비율이 높은 편이긴 합니다.
'전장의 금기' 는 현재 연재분의 초반만 보면 먼치킨과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과연 먼치킨이 아니라고 좋은 소설일까요? 개연성은 충분히 갖추었다 할 수 있을까요?
일단 시작은 좀 뻔합니다. 위기시에 드래곤 만나 기연얻고, 집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과 가족이 몰살당한 것을 알게 됩니다. 몬스터인지 짐승인지랑 싸울 때까지도 그냥 그렇습니다.
문제는 경비병에 속아 훈련소에 가면서 부터입니다. 훈련소가 너무나 체계적이더군요. 과격하고 폭력적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군의 훈련체계가 떠오르는 한 십몇년 전쯤의 한국군 같았습니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없는 분야가 다른 분야에 비해 덜 발달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는 딱 그 사회의 수준을 따라가게 마련입니다.
소설의 배경은 기사가 칼들고 싸우고 드래곤과 몬스터가 설치는 전형적인 중세 환타지입니다. 그런데 정작 군대의 훈련체계는 20세기 수준이라니... 이게 매치가 됩니까?
한국군의 훈련체계가 별거 아닌거 같아도 인류의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문명이 발전하는 가운데 그 영향을 받으며 최소 백년 이상의 경험이 축적되어 완성된 겁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완전히 무시합니다. 국가가 통제 못하는 비등록 평민이 널린 후진적인 세계에서 군사 훈련 체계만 고도로 발전되는 것이 가능할까요?
제게는 그냥 작가님이 자기의 군대경험을 별 생각없이 소설에 써넣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군대경험이 있는 많은 남성독자들에겐 그게 남일 같지 않으니 보다 더 재밌게 느껴지고 흥미가 가겠지요. 그러나 그 때문에 오히려 저는 좋은 소설이라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전쟁장면은 더 가관입니다.
주인공이 부대에 도착하니 전투가 벌어집니다. 군대가 잔뜩 있는데 그 중 일부인 천명 정도씩만 나와서 서로 싸웁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병력을 짤끔짤끔 쪼개 차례로 투입해 소모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서양을 막론한 '전장의 금기' 아닐까요.
승리 가능성이 없으면 전쟁을 않합니다. 그런데도 전쟁을 해야만 한다면 동원가능한 최대의 병력을 동원해 단판에 끝장냅니다. 그래야 식량을 비롯한 지출을 최소화하겠죠.
적과 전력이 비슷해 승리가 어렵다면 전군을 몰아 싸웠다 물러섰다를 반복하는게 보통일 것입니다. 그게 아니면 차라리 마주보고 쳐다만 보면서 변화를 모색하거나 1대1 기사전을 줄창 하는 쪽이 보다 현실적이겠죠.
더 황당한 것은 전투 이후입니다. 전투를 하다가 부상병들만 남기고 퇴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부상병끼리만 전투를 하게 해 살아남는 놈만 복귀합니다. 이게 암묵적인 합의때문이랍니다. 정말 기가 찹니다.
고금을 통틀어 부상자는 그것도 전우라면 우선 보호대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제대로 싸울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싸우라고 하는 것은 정말 비효율적이고 무가치한 일이죠. 차라리 그들을 복귀시켜 치료해주는 쪽이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런 식이면 병사들은 열심히 싸우기 보다 죽어도 부상자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움츠러 들 것입니다. 이래서야 이길 싸움도 지겠죠. 그런데 치료는 고사하고 그들을 구하려하는 멀쩡한 병사마저 베어버린다? 그래서 퇴각도 못한 부상병끼리 싸워 결판을 낸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시츄에이션일까요? 이거야말로 '전장의 금기' 가 아닐까요? 오랜 소모전에 지쳐 암묵적 합의를 한다면 그 내용은 전투 후 부상병은 내버리고 그들끼리 데쓰매치를 한다가 아니라 부상병 구호 때는 싸우지 말자로 정하는게 정상일 겁니다.
또 적과 데스매치로 싸울 정도의 부상자라면 그냥 자력으로 복귀를 하면 될 일입니다. 왜 굳이 그들이 최후의 싸움을 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더 황당한 것은 주인공입니다. 그런 끔찍한 상황을 보고 흥분해서 한국식으로 하면 "우리 나라 만세! 짱이야!" 하고 외칩니다. 이게 반어법이 아니라 정말 흥분해서 내지른 소리입니다. 이 주인공이 제정신일까요? 규칙때문에 못돕는 것은 억지로 납득하더라도 멋지다고 발광하는 주인공은 제가 보기에 싸이코입니다.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최소한 "멋지다!" 라고 감동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작가님은 전쟁의 비참함, 끔찍함을 드러내고 싶어 그런 듯 하나 별로 좋은 결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전쟁신은 전장의 상식을 납득할 수 없는 형태로 파괴할 뿐이고 주인공은 제정신이 아닌 사이코가 되어버렸으니 말이죠.
거기다 분명 신병은 '최소' 일주일은 전투에 투입되지 않는다 했는데 바로 다음편에, 그것도 같은 날인데도 전투에 투입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황당한 것은 신병을 무조건 최선두에 세웁니다. 대열을 이루고 싸운다면 선두가 무엇보다 중요할테고 선두의 붕괴는 전열의 붕괴나 다름없을텐데도 그렇게 합니다.
선두에 서기 싫은 일부 고참이 협박으로 신병을 대신 보내는 거라면 가능하겠지요. 그런데 이것을 공식적으로 시행한다? 그래서 처음 배치된 신병의 70~80%가 첫 전투에 사망하게 놔둔다? 그러면서 소모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신병을 보충하고 부상병한테 데스매치를 시키는 암묵적 합의를 한다? 앞뒤가 전혀 안맞습니다.
거기다 검이야 말로 고참이나 겨우 가질만한 무기고 창은 별볼일 없는 것쯤으로 나오는 것도 이상합니다. 고참이 창이 찔렀다 안 빠진다면서 찌르기를 함부로 못 쓰는 위험한 기술쯤으로 말합니다. 찌르기가 위험하면 베기는요? 뼈나 갑옷에 창은 걸리고 검은 안걸릴까요? 멀리서 찌르는 기술이 가까이서 베는 것보다 왜 더 위험한지 전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전국시대 때 이름난 무사들의 주무기는 창이었고 칼은 전국시대가 끝난 이후에 보편화 되었죠. 중세 기사의 주무기는 기병창인 랜스였고 검보다는 워해머같은 둔기나 할버드같은 장창계열을 선호했다고 알고 있는 제가 틀렸나 싶을 정도입니다.
이 소설은 제 구분법대로면 "현실파" 계열입니다. 소드마스터는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현재 연재된 내용의 초반인 30회 전후까지는 그런 깽판캐릭없이 비슷비슷한 보통 사람들간의 치열하고 비참한 전쟁의 모습을 그리고자 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런만큼 개연성, 현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요. 마법이나 소드마스터가 나오는 비현실파라면 1클래스에 미티어를 떨어뜨리고 이제 갓 검을 잡은 놈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도 작가가 그럴듯한 논리만 내놓는다면 전 문제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현실" 을 지향하는데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설정이 잔뜩 보입니다. 저는 참고 끝까지 읽어보고자 했지만 그럴 수 없었지요. 참으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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