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태규
작품명 : 천라신조
출판사 :
미리니름 있습니다.
1권의 핵심내용에 대한 것을 다루니 주의요망!
--------------------------------------
이 작품은 현대인에게 익숙한 인터넷 댓글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주제 또한 익숙한 내용인 사랑에 대한 조언이다.
그래서 술술 읽힌다.
흥미를 유발한다.
문피아의 정담란에서 오로라왕자님의 윤아이야기를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고민이라는 내용에 대해서, 정다머들은 열광적으로 조언등을 하며 댓글을 달았으니까...
그렇게 계속되었다면...
약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주인공은 전서구(傳書鳩: 서신을 전하는 비둘기)는 아니고 전서응(傳書鷹: 서신을 전하는 매)을 이용해서 여러명과 마치 채팅하듯이 서신을 주고 받는다.
소재가 사랑에 대한 조언이므로, 조언을 구하는 주인공의 물음에 답신을 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이 부분만으로도 흥미롭다.
그런데 조언을 참조하면서 연애를 하는 주인공의 행보를 지켜보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그러한 사랑이 결실을 맺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대리만족도 준다.
조언을 해봤던 적이 있던 필자로서는 조언자로서의 대리만족을 더욱 느낀 것 같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어봤던 독자라면, 가슴아픈 사랑의 속사정을 친구와 공유하던 베르테르가 떠오를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작가가 여기에서 모티브를 받고 인터넷 댓글문화와 결합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발랄한 내용으로 전개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권의 중반부에 이른다.
이 부분까지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1권 후반부에서부터 삐끄덕대는 것 같다.
장편으로 이끌어가면서 소재를 하나 더 늘렸기 때문이다.
우정!
사랑과 우정을 동시에 다루는 것은 어렵다.
김용선생의 신조협려에서 양과가 애정만큼이나 대협으로서의 역할을 소중히 했다면 어떻겠는가?
소용녀와 헤어졌던 양과가 16년 후에 자살하는 것에 공감이 가겠는가?
신조협려를 모르는 분을 위해서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다.
초우님의 호위무사에서 사공운이 애정에 치우친 인물이 아니었다면, 십대고수인 사공운이 기억을 잃은 용설아를 위해서 한낱 호위무사나 할 수 있었겠는가?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극중 인물을 다룸에 있어서 단순해야할 필요가 있다.
주가 되는 것을 드러내놓고 일관된 자세를 보이는 것이 공감가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는 말이다.
천라신조에서는 주인공의 과거를 조금씩 드러내다가, 1권 후반부에서는 과거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우정을 끌어낸다.
사랑은 어디로 가고 우정이란 말인가!
전서응으로 답신을 주던 고수들도 주인공의 간절한 사랑 때문에 호의적으로 대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전서응의 답신은 이제 우정에 관한 내용이다.
글쎄, 인터넷 게시물의 주제가 바뀌면 그만하고 싶지 않을까?
이는 정담에서 여자가 제목에 있으면 조회수와 댓글수가 많은 경향을 보이기에 당연하다 할 것이다.
전서구 답신놀이를 하던 고수들도 처음에는 침묵을 지키다가, 점점 주인공의 연애이야기에 빠져들어서 사람수가 불어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우정으로 넘어가도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참여하고 있다.
글세...
이에, 양자를 연결하기 위해서 사랑과 우정의 적을 동일하게 설정하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뒷골목 시정잡배들의 우정을 다룬 것이기에, 전혀 공감가지 않는다.
또다시 김용선생의 작품을 끌어오겠다.
김용선생의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는 우유부단한 인물이다.
그러나 장무기는 애정을 주로하고 신의를 부로 하기에 공감가는 인물이다.
장무기가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마교의 교주면서 원나라의 황족인 조민을 사랑하는 것이 공감가지 않았을 것이다.
사조영웅전의 곽정은 어떤가?
곽정은 신의를 주로하고 애정을 부로하기에 역시 공감가는 인물이다.
곽정이 어릴때 화쟁과의 약속 때문에, 사랑하는 황용을 두고도 신의를 지키려하는 장면은 그래서 아름답지 않던가!
그런데 천라신조의 주인공은 양념반, 후라이드반의 치킨같은 느낌이기에 애석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사랑과 우정 모두 중요하다는 설정같다.
양자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데... 말이다.
고작 1권만 읽고 논하지만, 글의 흐름이 무엇인지 알기에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아쉬움 때문에 평을 남긴이유다.
그렇다고 천라신조가 졸작이라고 평하고 싶지는 않다.
초중반부는 무척이나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볼 만한 작품이 없는 이 때에, 이 정도의 작품이면 찬사를 보내고 싶기도 할 정도이다.
그러나 2권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의 사랑을 다루지 못한다면, 무척이나 실망할 것 같다.
추가사항)
2권도 보기는 했는데... 사랑도 아니요, 우정도 주가 아닌 내용들로만 가득하군요.
세력싸움과 퍼주기를 통해서 고수만들기, 그리고 어떤 단체에 가입하는 내용이 주가 되는군요.
사랑의 주제에서 우정으로, 우정이 퍼주기를 통해서 고수만들기로 넘어가고, 이것이 세력싸움으로 번지면서, 종내에는 100명의 영재들이 모이는 단체에 가입하는 것으로 되는 군요.
이런 과정들은 사랑이든, 우정이든 주제를 위함이 아닌지...
그런데 주제보다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버리다뇨.
이는 서두에서 언급한 오로라왕자님이 정담에서 윤아이야기를 주제로 하다가, 갑자기 과거를 들먹이며 친구이야기를 주로 하고, 그 후로는 뒷골목 패싸움이야기 등으로 넘어간 것과 같은 겁니다.
만약 오로라왕자님이 그랬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단적으로 표현하면 글의 흐름이 먼산으로 계속 간다는 말입니다.
양념반, 후라이드반인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치킨이 아니더라가 되겠습니다.
유감입니다.
더구나, 전차남이라는 작품에서 이미 연애의 고민에 대한 인터넷 댓글조언의 소재가 사용되었다고 하니, 이 작품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점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전차남을 보지 않았기에 더 이상의 관여는 하지 않겠습니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