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시하
작품명 : 윤극사전기
출판사 : 청어람
윤극사 전기가 시하님의 처녀작인가요?
대충 그런 것 같은 데, 처녀작이라면 상당히 놀라운
질을 보여 준 것 같습니다.
8권 정도나 되는 장편이면서도 용두사미도 아니구요.
무엇보다 1권에서 제세원 생활을 할 때
의원들의 생활묘사가 참 맘에 들었습니다.
대장금이나 허준보다 더 재밌는 듯ㅡ_ㅡ;;
상당한 공부와 내공이 느껴지네요.
개인적으로 많이 조사하고 공부하시지 않았다면
그렇게 감탄할만한 장면이 나올 수 없는 법이죠.
나름 의원물이라 생각했는 데요.
1권 중반쯤에 의원 생활 파탄날 줄이야ㅡ_ㅡ;;
의원으로서의 배움 과정을 좀 더 길게 이어갔다면
어땠을까요? 물론 그랬다면 윤극사전기가 아니었겠지만요.
윤극사전기는 윤극사라는 '난' 인물의 행적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의원이었지만 본의 아니게 의원이
천직이라는 신념을 꺾고 세상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기인의 행보를 묘사했죠.
의원으로서 이미 신의지만, 거기에 대해서 능력이
너무 엄청난 인물이죠. 성품자체가 성인 수준인데다
나중엔 신과도 한 판 뜰 정도니... 정말 대단한 인물입니다.
스케일이 나름 커서 그런지 현학적인 대화와 묘사가
제법 많이 등장합니다. 특히 정신적인 면을 많이
강조하네요.
(밑에 미리니름 유의하세요)
단점이라면 중반까지만 읽어도 알 수 있는 것...
벌려놓고 수습 안하기의 교과서라고 할까요ㅡ_ㅡ;;
천심원, 마등곡, 백초곡, 마교, 주인공의 부모, 오황신침을
비롯한 조사의 유물 등등...
거론만 되고 끝까지 수습안된 아이템이 너무도 많아서
어이가 없을 정도죠.
특히 백초곡 관련해서는... 제세의원의 혈채가 있음에도
흐지부지 된 복수는 좀 심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게 메인 스토리고, 백초곡이 오악으로 확장됐으며
그들이 황권까지 움직일 정도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가
됐어야 하죠. 단순히 의원이 아니라 무림으로 귀속됐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건 누구라도 납득하기
힘든 처사였습니다. 아마 초반부터 윤극사의 어정쩡한
선택에 책 덮으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윤극사 정도의 기인이... 고작 부인 때문에
그 많은 일을 저질렀다는 것도 그렇네요.
무엇보다 그 부인이 윤극사를 떠나게 된 이유가
석연치 않습니다. 황제와 황후 운운할 게 아니죠.
부인은 윤극사를 선택했고 부모도 허락한 판국에
다른 남자가 하는 말을 100% 믿는다는 건 이해가 안됩니다.
뭐, 윤극사 성격에 부인 찾아 삼만리... 라는 걸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허나 정신의 경지가 높은 인물들이
정을 경계하는 게 보통 아닙니까? 높은 경지일수록
절정을 쉽게 하죠. 스님들이 출가해서 부모자식 간의
인연을 왜 끊겠습니까?
그것까진 윤극사의 심마로 이해한다 쳐도...
결말은 좀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제가 볼 땐 현실도피로 밖에 안보였거든요.
태어날때부터 그런 엄청난 서포트와 기연중첩을 받은
인간이 백도 식의 결말을 낼 줄이야...
게다가 범상치 않게 살해된 게 분명한 부모에 대한
원수는 아예 생각조차 없다는 것ㅡ_ㅡ;;
마지막권에 분명 비리가 있다는 언급이 있거든요.
이 모든 게 제 불만사항이지만, 그래도 저는
작가님을 존경합니다. 다소간의 불만이 객관적
흠이 될 정도로 만만한 건 아니거든요.
몇몇 부분 말고는 딱히 개연성에 대해선 불만거리가
없었고 결말도 작가님의 사상이 잘 드러났다고 봅니다.
다만 작가님의 경향이 조금 사색적, 현학적이라는
생각은 들더군요.
아무튼 간만에 운치있게 잘 읽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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