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전민철
작품명 : 아렌시아:하얀제왕
출판사 : 로크미디어
반말체로 씁니다. 양해해주시기를^^;;;
문피아 연재될때부터 그럭저럭 괜찮게 보던 작품이었다. 작가님의 극악의 절단마공과 연재주기로 인해 작가님 본인도 "5편 전부터 보고 오세요^^"라는 멘트를 때리던 무자비한 소설이었으나, 그래도 연재작중에는 그만큼 볼만한 소설이 별로 없었고, 꽤나 재미있는 편이었기에 1권도 빌려보았다.
잠깐 딴 길로 새는 것 같지만 "소설에서 작가의 의미"라는 것이 뭘까? 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내 답은 바로 "작가= 자신이 쓰는 소설의 신神"이다.
즉, 작가가 쓰는 소설에는 자신이 생각한 세계관과 그 인물상, 그리고 그 소설 속 시대의 상식을 반영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작가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를 읽는 것이 작가가 창조한 세계 속에 사는 사람이 아닌, 작가가 살고 있는 세계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세계관은 어떤지 모르더라도 그 인간군상이라던가 시대의 상식 등은 결국 현실세계를 상당히 따라올 수밖에 없다.
'전민철'이라는 작가는 뛰어나다. 거장이라고까지는 말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수작을 써내는 정도는 된다. 연재 속도는 극악이지만, 주기가 늘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그 자질은 뛰어나다고밖에 평할 수 없다. 아쉽게도, 나는 이 작가의 전작이 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내가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이 작가에 대해서 전작과의 비교를 하는 방식은 쓰지 않는다. 다만, 어디까지나 나의 잣대에 비추어, 이 소설의 장점과 단점을 말할 뿐이다.
먼저, 아렌시아:하얀제왕을 보며 느낀 장점들을 열거해보겠다.
첫째로, 이 소설은 꽤나 재미있다. '아렌시아'라는 한 천재 소년의 행동과, 그 주변 인물들이 바보같이 덤비고 깨지는 장면을 우스꽝스럽지 않게 처리한다. 결국 아렌시아의 카리스마만이 남으며, 이 작품을 평가할 때 '격이 높다'라고 착각할만한 소지를 꽤 남긴다.
둘째로,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차용하여 블루오션을 확보하며, 그 소재를 클리셰에 접목하여 잘 살렸다. 까놓고 말해서, 보통 기사 아카데미가 아닌 성기사 아카데미, 그리고 그 선발 방식 등은 상당히 참신한 편이다. 이런 소재는 블루오션급이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보여주는 구도 등은 어쩌면 식상하기 그지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클리셰를 포장하여 활용하는 능력으로 그걸 재미로 바꾸어버린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셋째로, 오타가 거의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작품들은 오타가 너무 심해서 글의 몰입도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끔 보이는 오타는 신경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에는 오타가 거의 없다. 존경할만하다.
여기까지는 칭찬이었지만,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첫째로, 아렌시아의 나이는 몇 살인가? 읽다보면 의구심이 들 것이다. 이튼, 카라엔, 빌리언 등은 자기 나이에 맞게 대화하는 것 같은데 아렌시아 이녀석은 아무리 천재라도 나이를 넘나드는 대화를 한다. 천재성과 관련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다. 분명히 설정상 10살인 것 같은데 사는 모습을 보자면 10살짜리 꼬맹이를 보는건지 환골탈태하고 신선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노강호를 보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렌시아는 소설 내에서 일관적으로 사람이라는 종족의 위에 존재하는 느낌을 준다. "너희들이 아무리 잘나봤자 나의 우월성에는 발끝만큼도 따라오지 못해." "난 평민으로 태어났지만 귀족인 너희들은 내 발톱의 때만도 못해." "너희들이 몇년간 노력했다고? 난 한 번만 보면 그 오의까지 터득할 수 있어. 나에겐 관통뇌안이 있거든. 정말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아도 1달 안에는 깨친단다. 아 힘들어. 하지만 너희는 평생 수련해봐야 이 경지의 반절까지 오지도 못하겠지."
그래, 작가가 짜낸 세계가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아렌시아가 평범하지는 않은 세계이다. 하지만 저런 행동들은 경위야 어떻든 비상식적이다. 그걸 등장인물들의 행동으로 교묘하게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아렌시아가 똑똑하고 애늙은이라도 저 음험한 언행을 하기에는 나이가 많이 어리다. 그런 말투 들어봤자 실제에서는 '허허허, 귀여운 꼬마녀석'하고 넘어갈 일이다. 그런데 아렌시아가 나이에 맞게 대화하는게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 포장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로, 아렌시아 외의 등장인물들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하다. 빌리언은 초반에 찌질하게 나오더니 갑자기 주인공의 편이 되고나서부터는 간식/외식 담당으로 전락한다. 얘도 천재란다. 근데 아무리 봐도 레기날쪽이 더 천재같다. 왜냐고? 이튼과 빌리언은 그냥 아렌시아 레벨업용 제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임무를 완수한 두 명이 더이상 존재할 이유는 없는데 기왕 주인공의 친구이기 때문에 죽이지는 못하고 있는 작가의 고뇌가 보이는 듯 하다.
얘들은 아무리 쎄봐야 별거 없다. 습격당했을 때, 선생 두명과 아렌시아패거리 3명이 개고생을 하지만 아렌시아 한명은 별로 고생한거같지도 않게 전세를 역전시킨다. 굳이 비유하자면 진삼국무쌍에서 플레이어의 캐릭터=아렌시아 라고 생각하면 된다. 혼자서 모든 걸 할 수 있다. 오죽하면 다 고만고만한 나이의 녀석들이 같은 상황에서 "아렌시아만 오면 다죽었어!" 이러고 있는가. 또한 중고딩 나이의 엉아들이 사고를 핑계로 초딩을 살해할 수도 있는 무서운 대회에 사부라는 작자가 초딩 3학년 데려다놓고 "훗훗훗, 주인공이니까 중고딩따위는 바르겠지" 이러고 있는게 다른 등장인물들을 들러리로 만들고 있는건 정상도 아니고, 아렌시아 위주의 소설이라지만 너무나 편파적이어서 불편한 설정이며 묘사이다.
쓸 말이 더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졸립기도 하고 기억도 흐릿해서 이쯤에서 그친다. 물론 이 소설이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소설이고, 계속 볼 생각도 있지만, 신경쓰이는 부분이 너무 걸린다는 것이다. 이런 점 보완해서 3권이 나온다면 좋겠다.
제목을 위해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렌시아:하얀제왕은 대작까지는 아니고 그냥 잘 포장한 볼만한 작품이다. 다만 앞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명작까지는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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