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예담
작품명 : 강철나비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정연)
반말체로 갑니다.. 양해해주시기를 ㅋ
연담란에 글 추천을 받으며 '자추하는 분께는 읽고나서 상큼히 비평을 쏴드리겠어요^^'라고 말은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신있는 분들만 가슴에 손을 얹고 자추를 하라.....라는 의미에서 썼건만
이렇게 매를 맞고싶어서 자추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약간은 황당해하며 검색해서 들어갔다. 스무 편 남짓 되는 소설을 읽고 난 어이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소설이 묻혀있는걸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퀄리티에 비해 조회수 및 댓글의 수가 너무 적었다. 퀄리티로 따진다면 이 글은 최소한 선호작 베스트에 등재되어야 정상인 글이었던 것이다.
'아, 자신만만할만 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 비평란에 글을 올리기보다 연재한담에 추천글이나 올려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걸리는게 남아있었다.
내가 연재한담란을 그렇게 자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소설이 그동안 몇 번의 추천을 받지 못했을리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면 너무 적은 분량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따져도 조회수 및 댓글의 수가 너무 적었다. 왜 그럴까?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나름대로 몇 개의 답을 찾아내었기에 비평란에 글을 끄적인다.
일단, 장점부터 들어간다.
첫째로, 작가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지만, 예담 작가는 필력이 좋다. 그 필력이라는 것은 글의 짜임새라던지 스토리의 개연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상당히 좋지만,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는 이 작가가 이미지를 엄청나게 잘 살려낸다는 점이다.
이미지를 살려낸다. 얼핏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지만, 까놓고 말하자면 글을 읽는데 머릿속에서는 영상이 흘러간다. 예담 작가의 묘사력은 근래 본 어떠한 소설보다 뚜렷하고, 청초하며, 단아하다. 아니, 단아하다기보다는 유려하다. 화려함이 지나치지 않고, 부드럽다. 작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다. 또한 어휘와 등장인물들의 어투 사용이 너무나 적절하다. 어투의 경우는 군데군데 약간씩 부자연스럽게 마무리된 부분이 있지만, 근래 잘 쓰이지 않는 어휘의 사용, 그 정확도, 그리고 문장의 우아함은 어떤 독자던지 매료시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작가님이 여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고백쪽지 보낼뻔할 정도였다. 만약 보냈더라면 대참사가 일어났겠지만, 다행히 한 조각 이성이 날 붙잡아주었다. 옛날에 시인들이 인기있었던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둘째로, 세계관이 참신하다.
동양권 판타지-라고 한다면 국내에서 쓰이는 90%이상의 소설이 무협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중국=동양이라고까지 생각될만 하다. 한국형 판타지의 시초로 이영도 작가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가 자주 언급되었으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 세계관은 '한국적인 문화'를 주 소재로 다룬 것은 아니다. 한국적인 요소가 적절히 배합된 새로운 세계관의 판타지였을 뿐이다. 말하자면 '동서양의 혼합'이라고 보는 편이 낫다.
하지만, 강철나비는 다르다. 철저하게 한국적인 세계관이다. 한국을 근본으로 한 세계관. 다른 작가들의 선례가 없다시피 한 그 미답지을 바탕으로 예담 작가는 글을 훌륭하게 풀어가고 있다.
셋째로, 등장인물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 아직 등장한 인물도 별로 없지만, 등장시키는 인물들이 생동감을 느끼게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이다. 적은 인물들을 움직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많은 인물들을 움직이는 것은 작품을 많이 다뤄봤다면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적은 인물이라도 생동감이 넘치게 하는 것은 이제까지 몇 질의 책을 낸 작가들도 잘 하지 못하는 일이다. 많은 작가들은 여러 인물들을 움직인다. 주인공까지는 어떻게 살려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나머지 인물들은 틀에 박힌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인물들의 행동양식은 눈에 보이며, 아무런 감흥이 없다.
하지만, 강철나비에서는 다르다. 물론 인물들의 다음 행동이 눈에 보이는 것은 같다. 하지만, 알면서도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가 보면 어느새 앞의 일따위는 생각하는 것도 잊은 채 그저 인물들의 '살아감'을 보고자 하는 자신이 있다. 몰입된다. 빨려들어간다. 그 손짓 대사 표정 행동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 풀사운드로 드라마가 펼쳐진다. 앞으로의 행동을 알면서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인물의 '생동감'이자, 생명이다.
이 소설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점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흥분을 잠시 접고 그 문제점들을 살펴본다.
내가 본 이 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 소설 자체가 비주류라는 점이다. 글의 맛은 극상이지만, 딱히 처음 접하는 사람이 찾아서 먹고 싶게 하는 글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이 글의 주인공이 여자이기 때문다.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은 장르문학계, 그리고 문피아라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여자인 대부분의 소설에서 몰입감이 심하게 떨어지고, 독자들도 여성인 주인공에 몰입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건 고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작가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덮힐 수도 있는 문제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관해서는 예담 작가의 필력을 보고 믿기에 더 이상 문제삼지 않는다.
다른 문제점은 글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잔잔하다는 것이다. 아니, 단조롭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것이다. 갈등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사건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분위기는 딱히 고조되거나 침체되는 것이 없다. 말하자면 글 전체적인 분위기가 통일되어 있다.
좋은 것이 아니다. 글의 플롯은 통일된 하나의 메인스트림이 있는 것이 좋지만, 강이 구불구불하듯이 사건에 따라서 그 분위기는 쉽게 바뀌어야 한다. 글을 읽는 중 위화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부분이고, 쉽게 눈치채지 못할 부분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여 다음 이야기를 써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섣부른 진단일지도 모르지만, 이 글을 써나가는 방식이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보통의 소설은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다면 복수를 꿈꾸며 무공을 수련하던지, 어쨌든 자기 본신의 힘을 길러 복수에 나서려 한다. 그 힘을 얻는 과정은 극기와 투쟁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주인공이 지나는 길은 피로 물들어있다. 끊임없이 아드레날린을 분출하게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주인공이 복수는 꿈꾸지만, 안전하게, 다른 힘에 기대어서 이루려 하며, 대체적으로 싸움을 피하려 한다. 긴장 자체를 일으키는 것을 작가가 두려워 하는지도 모른다. 글쎄, 최근 연재분을 본다면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 같으니 지켜보도록 한다. 어쨌든, 아직 연재분이 얼마 없는 작품이니 말이다.
난 강철나비를 보고 절망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던 작품이 한국형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고(엄밀히 말하자면 한국7+일본3형이지만) 내 문체가 예담 작가의 문체와 비슷하지만 격이 낮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명의 독자로서, 다음 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숨어있던 보석이 그 빛을 찬란히 비추기를 바란다.
2009. 12. 09
천월 류가 씀
덧// 어째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다 읽지 못할 시간에 비추가 2개나 들어왔습니다. 비추를 쓰신분들께 그 이유를 물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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