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찬
작품명 : 강철마법사
출판사 : 파피루스
(편의상 반말체를 씁니다. 양해해 주세요.)
오랜만에 책방에 들렀다.
책방 아주머니는 내가 중고딩때부터 알던 분이라 그야말로 척하면 착하고 알아들으시는 분이다.
아주머니, 요즘엔 뭐가 재미있어요? 하고 묻자 (꼭 재밌는걸 물어봐야 한다. 잘나가는 거 물으면 피보는 경우가 많다)강철마법사를 추천해 주셨다.
강철마법사1,2권을 들고 집에 와서 침대에서 뒹굴며 읽었다.
재밌게는 읽었지만...
내 입장에서는 조금 갸우뚱하는 부분이 있어 비평란에 졸렬한 필체나마 써보려고 한다.
첫번째로는 생생하지 않은 캐릭터다.
강철 마법사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지 못하고 작가가 움직이는대로만 움직이는 듯 하다.
이건 살아움직이는 인물들을 구별하는 나만의 개똥철학 비슷한 방법인데...
먼저 눈을 감고, 등장 인물을 본래의 설정과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으로 보내버리는 거다.
그러면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한 등장인물이라면 어떻게든 그 속에서 꾸물대며 살아 움직인다. 작가의 세계관과는 전혀 동 떨어진 곳에 있어도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후치나 샌슨이 현대에 떨어진다고 해도, 현암이나 박신부가 중세에 떨어진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만의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다.
내 머릿속엔 그들의 모험이 생생히 그려진다. 심지어 흥미롭기까지 하다.
내가 생각하는 생생한 캐릭터라는 건 이런거다.
그런데 강철마법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할까.
작품 내에서 어떤 행동을 함으로서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직접적으로 이 캐릭터는 성격이 어떻고 과거는 어떻고 하면서 개입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더욱 그렇다.
작가가 의도한 곳에 있지 않으면, 혹은 계획한 시간이 아니면 그들은 존재감을 잃고 죽어버린다. 스스로 살아있다고 외치지 못하고 작가의 손가락 안에서만 잠깐 생명을 얻는 것 같다.
마이런이 생생하게 살아있는가? 아니면 산도적 해럴드가? 파우린이? 막스가? 세릴이?
이들이 과연 확고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굳혔는가?
나는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두번째는 허술한 설정이다.
특히 하센!
이 친구에 대해 읆어볼까.
이 인물은 본래 아바 공화국이 카르디아 제국을 염탐하기 위해 어렸을 때 부터 침투시킨 스파이다.
그러다 아주 중요한 기밀과 물건들을 빼돌리다 제국에게 잡혔다.
그러나 투철한 스파이였던 그는 잡히기 전 자신의 머리에 마력을 가해 스스로 백치가 되어버린다.
좋다. 아주 좋다.
아주 좋은데.... 여기서 미션브레이커 세릴이 등장한다.
하센은 백치가 되기전 제국에서 빼돌린 물건들을 주인공이 있는 오를렌 공국에 숨긴다. 이를 알아챈 아바 공화국은 미션브레이커라는 세릴을 보내 조사시킨다.
그리고 세릴은 주인공이 일하는 공장에서 열심히(?) 염탐을 시작한다.
"저 이곳에서 고물 기간트를 사오는 분은 누구신가요?"
"혹시 마법사 분들 중에 무슨 비밀 같은거 갖고 계신 분은 없나요?"
"마이스터님은 자꾸 어디로 자꾸 출타하시는거죠?"
아주 대놓고 물어보니 세릴을 의심하던 파우린조차 설마 이런 첩자가 있으려구 하면서 의심을 푼다.
................아.... 이건 아니다...
내가 하센이었으면 제국보다 세릴이 더 미웠을꺼다.
장난하나 아바공화국!
예전에 키드갱이라는 만화에서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 조직에서도 바보같기로 소문난 홍구라는 인물이 다른 조직을 염탐하겠답시고 들어가서 대놓고 이것저것 물어보자 그 조직의 윗사람이 저놈은 그냥 바보다 하고 결정짓고 다 가르켜준다는 내용이었다.
만화로 볼때는 참 웃겼는데 소설로 비슷한 부분을 읽으니까 어이가 없다.
물론 아바 공화국에서도 왜 저런 골통밖에 없어 하며 화내는 모습을 보여주긴 한다.
그런데 카르디아 제국에 온 힘을 집중하는 바람에 남은 스파이가 없다고 하며 세릴의 존재를 용납한다.
내가 아바 공화국 정보부면 먼저 세릴부터 죽인다.
앤 없는게 도와주는 거다.
파우린의 대응도 상식적이진 않았다.
마이런, 파우린, 해럴드는 이미 한번 제국에 공격당해 멸망당한 마탐의 생존자들이다.
이들은 몰래 기간트를 만들면서도 언제 제국에게 걸릴지 몰라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런데 날좀 보소 나 첩자요 하며 깨춤추고 있는 세릴을 진지하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왜냐? 설마 이런 첩자가 있을것이란 생각을 못했다고 하고 싶은거냐.
생명이 걸린 일인데?
나중에 그나마 상식적인 해럴드가 파이런에게 말을 해주어서 제대로 대응하니 다행이었다.
이런저런 불평을 해대긴 했지만 강철 마법사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소설이다.
강찬 작가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충분히 수작이나 더 나아가 명작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내가 한 말 역시 취향에 따라 찬반이 갈릴수도 있는 부분이니 직접 읽어볼 것을 권한다.
그럼 졸렬한 비평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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