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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억 분의 1 (미리니름多)

작성자
Lv.50 퇴근빌런
작성
11.03.23 16:27
조회
2,640

작가명 : 백승후

작품명 : 60억 분의 1

출판사 : 도서출판 동아

일단 재밌다. 그리고 정말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참신하다. 그리고 아쉽고 부족한 점도 많다.

우연히 힘을 얻은 주인공은 선행을 하는 데 그 힘을 쓴다. 아픈 이들을 치료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주인공은 열심히 살려 하나 사사건건 방해를 받는다. 주인공의 반대쪽에있는 이들이 갖가지 방법으로 훼방을 놓는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게 눈에 확 보인다. 함께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방해하는 개인. 작중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정말 소소하고 사람 냄새를 풀풀 풍긴다.

주인공에게 '실패'를 이렇게 여러 번 안겨주는 현대 판타지가 있던가?

주인공은 실패한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허세를 부린다. 실패하고 배신을 당해도 호기롭게 다시 일어설 의지를 보인다. 실패해도 대리만족에 악영향이 없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연출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장면 하나하나의 섬세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중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장면에 대해 독자가 구분을 지을 수가 없다.

연인이 미국으로 떠날 때 정작 그것을 권한 주인공이 실망했다 말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권했을 때의 감정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나, 가든의 사장으로 향락을 즐길 때의 실망스런 모습을 장제목인 '실수'에 미루어 짐작해야 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최소한의 서술로 글을 전개하려는 노력이 글 전체에 드러나나 하한선 밑으로 내려갈 때가 잦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다른 하나는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건 치명적이다. 이 소설을 계속 읽어도 되는지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

100년의 노력 끝에 간신히 이계의 사람과 통신할 수 있게 된 현자는 고작 일주일밖에 없는 시간 동안 자신의 지식욕을 채우기는커녕 챠크라의 수련법만 알려주고 끝났다. 수련법을 널리 퍼트리라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정작 100년의 노력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 마법을 다시 사용할 수도 없다 하니, 처음부터 주인공에게 힘을 주기 위한 저자의 손길이 너무 심하게 드러난다.

챠크라의 수련을 통해 암환자를 호전시킨 점은 어떠한가? 전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이고도 하산한 이후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럴 수 있는가? 전세계의 암환자들이 다 몰려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리 더는 소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언급이 없을 수 있나? 나와야 할 이야기가 안 나오니 개연성에 문제가 있다 할 수밖에. 사실 암세포를 그렇게까지 줄여놓으면 그다음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할 정도지만 이 점 역시 작중에는 언급이 없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과일가게를 하다 접었지만 역시 그 이후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납치당한 여대생을 구출했지만 그 역시 거기서 끝났다. 고깃집은 그렇게까지 거창하게 일을 벌여놓고는 역시 아무런 미련 없이 접은 뒤 조폭이 찾아와 동업하자고 했다가 쫓겨난 게 전부다. 후원금을 전해주며 키다리 아저씨 노릇을 했지만, 고깃집 망하고 나서 그 일을 못하게 됐는데도 역시 언급이 없다.

나와야 할 이야기가 안 나온다. 주인공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지만, 새로운 장사를 시작할 뿐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몇 개월씩 없어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지만 주위에서는 그저 믿는다고만 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도왔지만, 돕는 주인공은 사람의 모습을하고 있되 도움을 받는 사람은 마네킹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도왔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면 그걸로는 독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다이어트가 너무 심했다. 사건과 사건 사이에 뭐가 있어야 하는데 치워버렸다. 암시와 복선마저 잘라버렸다. 현대라는 복잡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면서 절차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을 없애버린 건 생략 기법이라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나와야 할 사람과 나와야 할 내용이 안 나오는 건 생략이 아니라 누락으로밖에 안 보인다.

재미는 있다. 소소한 감동도 있다. 그러나 저자가 미숙하다. 이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아니면 극복하지 못하고 휩쓸릴 것인지, 그 귀추를 주목해야겠다.


Comment ' 8

  • 작성자
    Lv.29 광명로
    작성일
    11.03.23 16:42
    No. 1

    다른 건 다 모르겠습니다. 저는 연재분 밖이 안봐서...



    챠크라의 수련을 통해 암환자를 호전시킨 점은 어떠한가? 전세계가 깜짝 놀랄 일을 벌이고도 하산한 이후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럴 수 있는가? 전세계의 암환자들이 다 몰려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아무리 더는 소문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는 하나 이렇게까지 언급이 없을 수 있나? 나와야 할 이야기가 안 나오니 개연성에 문제가 있다 할 수밖에.



    문제 없습니다.

    만약 원래 세계가 어떤 작가분의 초인동맹이나, 세계 전면에 그런 이상한 힘을 쓰는 단체가 있다든지 그런 존재들이 있어서 처음부터 활발하게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으면 모를까 고작 한 명이서 암 말기 몇명 치료했다고 전세계가 깜짝 놀란다는 게 더 말이 안되죠.



    만약 제가 지금 뉴스에서 [계룡산 도인 말기암 환자 치료!] 이렇게 기사나 뉴스 올라와도 전 못 믿겠습니다.

    제가 주인공처럼 차크라를 배우는 사람이라던가, 아니면 말기 암 환자라면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 말을 믿겠지만 저는 건강하며, 차크라를 배우지 못했기에 그냥 "또 사이비 나타났겠구나,' 싶을 겁니다.


    정말 그렇게 세계에 인정 받고 싶으면 몰래 십여명이 아니라 전셰게 암환자 전부 다~~~ 고치지 않는 이상 저는 그저 어느 사이비 도인이라고 생각하지 도저히 못믿겠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소봉
    작성일
    11.03.23 16:55
    No. 2

    보통사람 입장에서는 그렇겠지만 실제로 난치병 같은거 앓고있는 사람은 보통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디 누구 한의사가 용하더라 무슨 약(민간요법같은거)이 잘듣더라 하면 사람들 몰립니다.
    실제 경험이고요.(제가 암이었던건 아니고 몸계속 안좋으셨던 이모님 이야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퇴근빌런
    작성일
    11.03.23 16:55
    No. 3

    기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까지 받았습니다. 의사들이 놀라서 난리가 났다는 서술도 있고요. 그런데도 그 뒤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암환자도 의사도, 심지어는 그들을 알선해주던 여자도 더 이상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걸 이상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는 건... 글쎄요, 주관의 영역인 걸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호랭이담배
    작성일
    11.03.23 19:03
    No. 4

    전체의 일부분일 뿐이라지만 개연성 부분에서 와닿지 않으면 몰입감이 팍팍 떨어지죠. 킬링타임용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읽는다면야 모르겟지만. 글쓴이가 개연성부분에서 더 보충할 필요를 못느꼇거나, 부족한 부분을 느끼지 못했거나. 전자의 경우라면 독자의 수준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어 앞으로의 장래가 기대되는 글쓴이겟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금원
    작성일
    11.03.23 22:45
    No. 5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주위도 도와가면서 살려고 했죠. 실제로 고깃집은 대성공을 하면서 많은 어려운 분들을 도왔죠. 그리고 직원들도 사는것이 힘들었던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단지 친구 2명때문에 그 사람들을 그냥 포기한다는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여자친구도 그래요. 갑자기 사귀고 갑자기 분위기 이상해지고 말이죠. 작가로서의 시야나 표현력, 총체적으로 많이 발전할 점이 보이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宿客
    작성일
    11.03.23 22:49
    No. 6

    전 이 책을 재밌게 읽었습니다. 후아유와 닮은 꼴이라고도 보여져서죠. 둘다 이계문명을 통해 협행에 나서지만 스케일의 차이랄까 그런 것도 있겠구요. 후아유의 작가는 아무래도 그동안 낸 책이 있으니까 문장이 부드러운 점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과는 별개로요. 그러나 이 책은 신인의 솜씨로 문장 자체는 부족하겠지만 어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는데 있어서는 오히려 후아유 보다 솔직하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루 게릭을 앓은 환자가 죽는 에피소드에서 후아유에 없는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곤 생각했죠. 제가 조작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지만 초능력을 가지고 남을 돕는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조작가는 절대 저런 식의 서민적인 액션은 보여주지 못할 것 같다고요. 그의 전작들이 보여주듯이 말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殺玄拳
    작성일
    11.03.25 21:28
    No. 7

    읽을까말까 하는데 스포 별로없는데[ ㅋ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82 인감도장
    작성일
    11.04.26 08:55
    No. 8

    /하마와 악마 "만약 제가 지금 뉴스에서 [계룡산 도인 말기암 환자 치료!] 이렇게 기사나 뉴스 올라와도 전 못 믿겠습니다"
    그렇죠 일반인은 못믿죠 하지만 암환자들에게 이 뉴스는 뒤집어질 뉴스입니다. 내용에도 소문듣고왔다는 분들도 있구 경찰어머님처럼 직접가서 치료도해주죠
    그분들이 병원한번안가셧겠어요? 암치료받으러가면 환자들 많습니다.
    그분들은 죽음을향해 달려가기때문에 같은 환자들에게 모든걸 오픈하는 성향이 있습니다(인척의 경험입니다)내가 어디침맞으러 갔다왔는데 좋더라
    어느약국약이 좋더라 하다못해 어느약수터물이 좋더라등의 아주조금의 효과라도 있다는 말만들어도 주위에 공유할정도로 목숨거십니다.
    그런데 수술만하면 낳을정도로 암세포를 줄여주는 치료사가 나타났는데
    조용할수있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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