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설야
작품명 : 일인문 & 화산소장로
출판사 : 마루 마야
얼마 전 볼만한 무협소설이 없나 추천글을 찾아보던 중, 설야 작가님의 일인문에 대한 괜찮은 감상 및 추천글을 봤습니다. 흥미가 동해 일인문을 봤고, 레미제라블 급으로 사설이 많다는걸 빼면 꽤 취향에 맞는 글이었습니다. 이건 꽤 재미있었어요.
이 작가님 작품이 또 뭐가 있나 하고 찾아보니 화산소장로와 천무대제 두 작품이 있는데 둘 중 소장로를 선택. 출판순서만 보면 일인문 → 천무대제 → 소장로 순이더군요.
근데 보는 내내 뭔가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이런 느낌이 드는게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보니까 전작 중 일인문의 일부와 내용이 똑같았습니다. 비슷한게 아니라 똑같다는게 포인트입니다. 전작의 스토리 플룻만 따오는게 아니라 대사를 그대로 따오다시피 하셨더군요. 읽다보니 이게 한 두 군데가 아닙니다.
좀 더 정확한 비교를 위해 제일 먼저 기시감이 든 한 장면을 그대로 타이핑해서 옮겨봤습니다. 두 건 다 주인공이 연장자 고수에게 일방적인 비무신청을 받고, 내기 대가로 그 고수가 애지중지하는 검을 요구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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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싫습니다."
조운학은 한마디로 잘라 거절했다.
"싫다니…."
팽 장로의 인상이 구겨졌다. 설마 저렇게 매몰차게 거절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자네! 정말 예의라는 걸 모르는군. 아무리 같은 장로라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도 자네보다 배는 먹었을 것인데 이토록 무시하다니. "
조운학은 조용히 대답했다.
"하기 싫은 걸 하기 싫다고 한 건데, 하기 싫어도 나이가 많은 노친네가 하자고 하면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예의인지요?"
조운학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던 팽 장로는 결국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대답이라 다시 버럭 고함을 질렀다.
《 일인문 》
"싫습니다."
이소연은 한마디로 잘라 거절했다.
"싫다니…."
곡성의 인상이 구겨졌다. 무림의 대선배가 한 수 가르쳐 주겠다는데 저렇게 매몰차게 거절하다니. 아무리 자신이 넉살 좋고 털털한 성격이라도 이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자네! 정말 예의라는 걸 모르는군. 내가 나이를 먹어도 자네보다 배는 먹었을 것인데 이토록 무시하다니. "
이소연은 조용히 대답했다.
"하기 싫은 걸 하기 싫다고 한 건데, 하기 싫어도 무림의 대선배가 시키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예의인지요?"
순간 이소연의 대답을 곰곰이 생각하던 곡성은 결국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겠다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대답이라 다시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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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그래도 잘했다고 싸가지 없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다니!"
"어찌 말투가 점점 상스러워지는군요."
《 일인문 》
"그래도 잘했다고 싸가지 없게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다니! 도대체 부모가 너를 어떻게 키웠기에 이렇게 버릇없이 어른에게 대드는 것이냐."
순간 이소연의 눈빛이 묘하게 번뜩였다.
"어찌 말투가 점점 상스러워지는군요. 거기서 왜 제 부모님이 나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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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현송은 은근히 말했다.
"길게 끌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단번에 끝내시면 되잖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장로님 같은 진정한 고수가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겠습니까?"
"으음…."
《 일인문 》
이런 이소연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이 독고령이 은근히 말했다.
"길게 끌 게 뭐가 있어요. 그냥 단번에 끝내면 되잖아요."
"그럴까요…."
"그래요. 소연 오라버니 같은 진정한 고수가 많은 움직임이 필요하겠어요?"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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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현송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은 채 내심 바랐다.
'이왕이면 저 팽 장로를 혼내주십시오.'
《 일인문 》
"소연 오라버니, 꼭 이기세요."
'그래요. 저 할아버지는 조금 혼내주셔도 돼요.'
그녀는 차마 진정한 속마음을 내보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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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저, 저놈들이'
팽 장로의 얼굴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현기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참으면서도 조운학과 현송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
또다시 노발대발 울분을 터뜨리자니 오십줄이 넘어가는 나이에 체통이 없어 보이고, 꾹 참자니 울화통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 일인문 》
곡성의 얼굴 표정은 한껏 일그러져 있었다.
수광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소연과 독고령의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노발대발 울분을 터뜨리자니 오십줄이 넘어가는 나이에 체통이 없어 보이고, 꾹 참자니 울화통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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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그렇게까지 원하시니 들어 드리도록 하지요.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가지 내기를 하는게 어떻습니까?"
"내기라니?"
"비무에서 진 쪽이 이긴 쪽의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 겁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소원이나 법도에 어긋나는 부탁은 제외하며. 부탁을 들어줄 상대는 저와 팽 장로님으로 하고 말입니다."
"흠…."
《 일인문 》
"이보게, 그래도 이왕이면 우리 내기를 하는게 어떤가?"
"내기라고요?"
이소연은 뭔가 음모를 꾸미는 것 같은 저 미소와 그에 상응하는 물음에 잠시 생각했다. 곡성은 미소를 싹 걷으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비무를 해서 진 쪽이 이긴 쪽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는 걸세. 물론! 말도 안 되는 소원이나 법도에 어긋나는 소원은 제외하고 말이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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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그런데… 지금 부탁을 말해도 됩니까?"
"지금?"
이건 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놈은 자신이 이기는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 일인문 》
"한데, 지금 소원을 말해도 됩니까?"
"지금?"
이건 또 기가 찰 노릇이었다. 이놈은 자신이 이기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별 상관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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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이번 비무에서 이기면 그 검을 주십시오."
"이…것?"
팽 장로는 조운학이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자 잠시 당황했다. 지금 조운학이 가리킨 검은 십 년 전 우연히 구한 것으로, 팽 장로가 직접 벽송검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그 후로 벽송검은 그와 한 몸과도 다름없었다. 너무나 아껴 잘 때도 곁에서 떨어뜨려 놓지 않을 정도였다.
'지금 저놈이 이 소중한 검을 노린단 말인가? 혹시 현송이가….'
그의 시선이 현송에게 향했다. 처음부터 이걸 노린 게 아니냐는 의미였다. 그러자 현송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팽 장로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왜… 이 검을 선택한 것인가?"
"그냥… 현송이 검도 없고 해서 선물이나 주려고 합니다.."
"이… 이 벽송검이 그렇게 하찮은 것인줄 아는가!"
"그 검의 이름이 벽송검이군요. 이름은 마음에 듭니다."
《 일인문 》
"그 검을 주십시오."
"이…것?"
곡성은 이소연이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을 가리키자 잠시 당황했다. 지금 이소연이 가리킨 이 검은 일주문의 전대 문주가 죽을 때 물려준 태백신검이었다.
'그런데 이 소중한 검을 노리다니 혹시 수광이가….'
그의 시선이 요수광에게 향했다. 하지만 요수광은 자신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곡성은 다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왜… 이 검을 선택한 것인가?"
"그냥… 마땅한 소원도 없는데 눈에 띄어서요."
"이… 이 태백신검이 그렇게 하찮은 것인줄 아느냐!"
"아… 그 검의 이름이 태백신검이군요. 이름은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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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 소장로 》
'그냥 내기하지 말어?'
하지만 또다시 번복하자니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팽 장로는 문득 지금 자신 스스로가 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한차례 씩 웃었다.
'늙기는 정말 늙었나 보군…. 젊은 날의 패기와 정열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 인생무상이라.'
조운학이 넌지시 말했다.
"저기, 비무 안 하실 겁니까? 아, 혹시 내기를 해서 지실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흥! 얼토당토않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시작하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검 같군요, 그거…."
"걱정 말게나. 이 검의 다음 주인은 따로 있다네."
조운학이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주인이 안됐군요."
《 일인문 》
'그냥 내기하지 말어?'
하지만 또다시 번복하자니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그러다 곡성은 문득 지금 자신 스스로가 지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한차례 씩 웃었다.
'늙기는 정말 늙었나 보군…. 젊은 날의 패기와 정열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아, 인생무상이라.'
이소연이 넌지시 말했다.
"저기… 비무 안 하실 겁니까? 아, 혹시 내기를 해서 지실까 봐 걱정하시는 겁니까?"
"흥! 얼토당토않는 소리 그만하고 이제 시작하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거 좋은 검 같군요."
"걱정 말게나. 이 검의 다음 주인은 따로 있다네."
이소연은 안타까운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그 주인이 안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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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적습니다. 저도 타이핑하면서 생각보다 너무 똑같아서 놀랐습니다. 이건 얄짤없이 복붙이잖아요? 처음 기시감을 느낀 장면이 이 정도면 다른 장면들을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을 거 같군요.
일인문을 상당히 재미있게 봤고, 괜찮다고 평가했는데, 이러다보니 정작 소장로는 볼 엄두가 안 나더군요. 스토리에 맞춰 적절한 장면을 따오는게 아니라 복붙을 위해 스토리 라인을 억지로 틀어 맞추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니 전작과 흡사한 느낌이 나는 부분이 있는 경우는 종종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운한소회, 궁귀검신, 운룡쟁천을 쓰신 조돈형 작가님의 주인공 절벽 투신씬이 있겠네요. 물론 그 정돈 작가님 특색이겠거니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닙니다. 특색이고 뭐고 이건 복붙이잖아요. 이런 부분이 하도 많아 기시감이 너무 심해 중도하차합니다만은, 소장로란 작품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인거 같아 더욱 더 유감입니다. 차기작은 이런 부분이 부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장로를 읽어보려면 나중에 일인문 내용을 죄다 까먹었을 즈음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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