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영원한 무협의 사랑받는 테마가 아닐 수 없다...
철처하게 강한 주인공을 표출해 내는 방법 중 가장 독자의 입맛(사실은 나의 입맛)을 당기는 방법 중에 ‘복수’를 다루는 방법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작가 용대운님은 책의 서문에서부터 복수라는 테마를 묵직하게 내밀었다.
지금이야 초출의 신인작가들도 짧게는 8권에서 많게는 십여권까지 내지만, 예전에만 하더라도 4권이면 족한 것이요, 그 이상을 넘어가면 상당한 량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에, 나는 6권 완결로 되어 있는 책을 보면서 강한 의문을 품었다.
과연, 6권이라는 많은 분량을 ‘복수’라는 주제만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까?
복수라는 것은 어찌보면 단순한 문제일수 있다.
그 복수의 원인과 결과가 어찌되었건간에 주인공은 절세의 무공을 배워, 자신의 원수인 악당을 처치한다는 매우 간단한(?)스토리 라인을 가진 것 또한 복수라는 테마의 성질이었기에 나는 한편으로는 궁금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려했다.
복수라는 테마의 또 다른 성질이 바로 무게감이었기에...
복수를 테마로 삼고 있는 무협소설은 그 특성상 가벼울 수가 없다. 애시당초 주인공의 성격이 말 없고, 무겁고, 살인을 무자비하게 하는 등으로 설정이 되어있기에 가벼울래야 가벼울 수가 없는 것이다.
요즘은 흔한 유머 한자락조차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침중하고, 가라앉는 분위기의 책 6권을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가려면 대단한 인내심을 지녀야 겠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펴는 순간 그런 걱정들이 기우가 되었다.
시종일관 긴장감으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단순하리라 생각했던 스토리 라인은 방대했으며 치밀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독자로 하여금 ‘아~’ 하는 소리가 나오도록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도 훌륭했다.
거기다가 처음 접하는 무공류.
'무쌍류‘라는 무공은 나로 하여금 작가 용대운의 한계가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킬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1961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무협이 도입된 이래 40여년동안 대체 어느 주인공이, 어깨와 무릎을 이용한 무공을 펼쳤던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그 상상력에 준하는 노력이 책에 절실히 담겨져 있었다.
거기다가 무협의 빠질 수 없는 감미료이자, 때론 주가 되기도 하는 사랑과 애증 또한 나의 상상력을 뛰어 넘었다.
세상에, 친구의 부인이라니! 그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대체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주인공의 사랑은 그의 삶만큼이나 처절했다.
남의 부인인 것은 알았으나, 그 사랑을 막을 수가 없었다. 평생을 같이 하려 했으나, 그녀는 자신의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의 부인이었으니...
그 친구 또한 자신의 아내에 대한 사랑이 절절 넘쳐 흘렀다.
주인공은 자연스레 물러났다.
‘친구의 아내는 안지 않아’
주인공 노독행의 말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결국 그녀 또한 마음의 정리를 하고, 그의 곁을 떠나 남편과 먼 곳으로 향한다.
노독행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본다.
무공으로는 천하를 재패했으나, 사랑에선 쓰라린 맛을 봐야 했던 노독행.
결국 그의 사랑의 끝은 책에선 보여지지 않는다.
자신의 원수, 동방유아와의 혈투에 지면을 할애했음인가?
무쌍류의 숙적, 장록번과의 비무는 결과만을 보여주고, 이야기는 거기서 완결이 된다...
냉혈무정 노독행...
그의 이름은 한동안 나의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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