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감상

추천에 관련된 감상을 쓰는 곳입니다.



작성자
Lv.15 노레이션
작성
03.07.19 20:03
조회
1,667

1. 본 비평문의 한계

  저는 체계적인 문학수업을 받지도 못하였고, 관점의 보편성 또한 부족한 편입니다.

  또한, 저 역시 습작에 몰두해 있는 까닭에, 소설에의 취향이 다분히 저 자신이 쓰는 글 쪽

으로 편향되어 있기가 쉽습니다. 더욱이 순수한 독자였을 때부터, 제 소설적 취향은 대단히

완고한 편이었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편협한 저만의 관점에서만 작품의 호불호를 평

가하곤 했지요.

  이런 상태에서 다른 누군가의 글을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저에게는 대단히 두렵고도

제대로 해낼 자신이 없는 작업일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하나의 단락을 따로 구분지면서 까지 저 자신의 입장을 밝혀두는 것은, 변명의 의미

인 동시에, 작가분이나 독자 모두에게도 이 비평문이 '불사전기'의 전체적인 수준을 정확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2. '불사전기'에 대한 개괄

  '불사전기'에서 드러나는 문장력과 화술(話術), 이야기의 흐름 등은 일정 부분 습작의 단계

를 벗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적어도 근래에 출판되는 일부 신인작가들의 작품과 견주어도 전혀 처지지 않을 뿐더러,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뛰어난 부분도 발견됩니다.

  세심한 교정을 거쳐(퇴고가 아닌) 한 권의 책으로 만든다면, 현재의 무협코드인 '쉽고 편

하게 읽히는' 작품으로서의 평균적인 수준은 충분히 달성해낼 것으로 판단됩니다.

  문제는 그 '평균적인 수준'을 뛰어넘을 수 있느냐에 집중됩니다.

3. '불사전기'의 요소별 분석

a. 문장

  소설은 문장으로 시작되어 문장으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최초에 구상했던 이야기와 이미지를 구체화시키는 수단도 문장이고, 그 이야기와 이미지

들로부터 작가 자신이 진정으로 도출해내고 싶었던 이미지, 감정들이 독자들의 내면에 각인

되는 형태도 문장입니다.

  따라서 소설를 쓰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마땅히 소설가다운 문장력을 구비하기 위해 노력

해야 할 것입니다.

  '불사전기'의 작가분은 적어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 만큼의 문장력을 갖춘 듯 합니다.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만큼의 전부를 전달할 수 있

다면 더욱 좋고, 그 이상을 전달하는 문장이라면 가히 대가(大家)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

개의 사람들은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기울여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전하기가 힘들게 마련입니다.

  소설의 문장이란, 마치 구현동화의 목소리와 같아서, 독자들로 하여금 힘들여 읽으며 그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그 문장 속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

다. 이 점에서 '불사전기'의 문장은 매우 훌륭합니다.

  문장의 호흡은 너무 성급하거나 너무 느리지 않은,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휘

의 선택과 운용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다만, 작가분의 의도인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때문인지 드물게나마 매우 잘못된 문장이

등장하곤 합니다.

  특히 주인공인 '장불사'가 수련하는 '외공십팔형'을 설명하는 부분이 그러합니다.

  - 지금의 링 체조와 비슷한 것으로..

  - 현재의 마루체조와 비슷한..

  - V 자 모양이 되게..

  

  소설의 문장은 단순히 주어와 서술어의 상관관계라거나 시제의 일치 같은 문법을 의미하

지 않습니다. 소설에 쓰인 문장은 소설 나름의 질서에 따라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소설

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때는 말이지..'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할머

니의 옛날 이야기라면 간간이 화자인 할머니가 이야기 속에 직접 뛰어들어 그 이야기를 설

명할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전혀 다릅니다.

  검도에서 말하는 일검장신(一劍藏身)의 비유처럼, 작가는 문장 뒤에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독자 스스로가 소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도록 의도해야 할 것입니다. 독자들은 본능적으

로 소설과 '직접' 대면하기를 원합니다. 설령, 설명하고 묘사하는 모든 문장들이 작가의 것이

라고는 해도, 독자는 그 문장들을 작가의 목소리가 아닌 소설의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싶어

합니다. 독자들은 '작가'를 읽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자(작가)가 소설과 독자 사이에 끼어 들어서, 그 자신의 육성으로 설명해주는

형태는 바람직하지가 않습니다. 더구나 소설이 진행되는 시대적 배경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까지 사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단어들은 소설 속의 시대에 몰입해 있던 독자를

한순간에 현실로 쫓아버립니다. 진가장에서 장불사가 혼자 수련하는 장면에서는 '덤블링' 이

라는 단어까지 나오더군요.

  수백년 전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위와 같은 단어/문장이 쓰이는 것은 분명한

오류입니다.

  다행히 '불사전기'의 문장은 뒤로 갈수록 나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가장 앞에 쓰인 서문은 문법적으로도 오류가 적지 않고, 전달되는 내용들도 정리되지 않

았지만, 1권의 중반부에 이르면 거의 모든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위에 언급된 종류의

오류도 사라집니다. 이후로 더욱 향상되리라 생각합니다.

b. 화술(話術)

  소설가는 문장을 다듬는 기술자인 동시에, 좋은 이야기꾼이어야 합니다.

  좋은 이야기꾼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겠고, 다음으로는 그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화술이란, 소설가는 가능한 자신의 목소리는 감추고, 각 장면마

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과 시선으로 이야기를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소설가는 마치 다중인격자인 것처럼 등장하는 인물 모두가 될 수 있어야 하고, 그들 각각

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불사전기'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목소리와 바라보는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는 느낌

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각각의 장면을 설명해주는 인물들은 서로 다릅니다. 도입부에

서는 정 의원이, 이후로는 주인공인 장불사, 남궁화, 소삼인 등등의 인물들의 생각과 시선을

빌어 이야기를 끌어나가고는 있지만, 그들 모두의 목소리는 어딘지 비슷하기만 합니다.

  이를테면, 이야기를 하나의 대상으로 보았을 때, 그들 모두와 이야기 사이의 거리와 바라

보는 각도가 유사한 것입니다. 때문에 독자들은 지금 들리는 목소리가 등장인물의 것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목소리라고 느끼기가 쉽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제 생각에, 소설가는 가능한 소설과 독자 사이에 끼어 들지 않아

야 합니다. 독자들은 소설과 직접 맞닿을수록 더욱 잘 몰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사전기'의 작가분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이야기를 별다른 거리낌

없이 듣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침착한 어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서둘거나,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가 독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몇 개의 다른 목소리를 더할 수만 있다면, 대개의 독자들을 '불사전기'에 흠뻑 빠져버리게

만들 수도 있을 역량이라고 짐작됩니다.

c. 이야기 구조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몹시 망설였습니다.

  제 관점에서는 분명히 납득할 수 없는 형태지만, '불사전기'는 물론이고 요 근래에 출판되

는 신인작가들의 공통된 경향이기에, '불사전기'와 같은 이야기 구조야말로 현 무협장르의

코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서문에 밝혔듯이 본 비평문은 저 자신의 관점으로 바라본 모양을 제 생각에 따라

분석하는 것이기에, '비판'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불사전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인물과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서만 엮여진다는 것입

니다.

  (1) 난무하는 우연

  대략의 전개를 살펴보겠습니다.

  - 해산관을 떠난 장불사는 금릉삼협과 만나고, 그들중 하나인 소삼인에게 수박(手搏)을

전수받는다. 그들과 동행하던 중 남궁수와 만나서 진가장으로 간다. 진소백의 회갑연을 축하

하는 행사로 벌어진 비무대회에서 강호초출이었던 장불사는 수박권이라는 명호를 얻는다.

비무대회 중에 홀로 진가장을 떠나 낙양길을 재촉하는 장불사를 남궁화가 따른다. 그 도중

에 길가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고 보혜원으로 데려간다. 보혜원의 의원은 독왕 심자앙이었

고, 그 쓰러진 노인은 도왕 추일풍이었다. 장불사가 그들과 다툴 때를 맞춰서 소림사의 승려

들이 도착한다. 일을 매듭짓고 떠나는 장불사와 남궁화를 현광대사가 동행한다. 셋이 식사하

던 주루에 용설공주가 병사들과 함께 나타난다. 주루에는 다시 이후로도 계속 등장할 모용

현민도 머물고 있었다. 잠시 뒤 또다시 길을 재촉하던 그들은 홍기단과 싸우는 용설공주 일

행을 다시 만난다. 마침내 낙양에 도착한 장불사는 가족들과 조우하고, 잠시 후에 낙양성주

의 딸 위소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는다. (장불사의 아버지인 장삼은 낙양성주의 딸의 병을

고쳐준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돌연 행패를 부리는 위청수를 만나고, 얼마 뒤 그와 친구가 된다. 그리고, 검왕

서문취설과 걸왕 연재진이 장불사를 찾아온다. (2권까지의 전개) -

  다분히 억지스런 요약이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 이후로 2권까지 전개된 사건들과

등장한 인물들이 대부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불사전기'를 읽는 내내, 주인공인 장불사가 어째서 그 모든 사건들과 인물들을 만나

야 했는지를 알 수가 없었습니다.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은 길 가던 중 '우연히', 주루에서 식

사하던 중 '우연히' 만났고, 남궁화가 낯선 사내인 장불사를 부득불 쫓아가야 할만한 이유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생겼으니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명문의 딸인

남궁화가 무명소졸일 뿐인 장불사에게 이끌릴만한 아무런 근거가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길 가던 도중 발견한 노인은 데리고 간 곳이, 하필이면 그 노인과 관계가 있는 보혜원이

라는 점도 의아합니다.

  소설은 현실보다 더욱 현실적이어야 하지만, 동시에 현실과는 달라야 합니다.

  현실에서는 우연이 필연보다 많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소설은 거의 모든 사건들이 필연에

의해서만 벌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건들을 하나로 꿰뚫고 있는 줄기가 있어야 합니

다. 하지만, 불사전기의 거의 모든 사건은 우발적이고, 대개의 인물들은 우연히 조우합니다.

  

  (2) 불사지체의 수련과 장불사의 능력

  장불사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불사지체가 되기 위한 안배를 받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자마

자 부모로부터 떨어져 정 의원에게 불사지체의 수련을 받고 자랍니다. 이십 삼 년간이나 꾸

준히 수련을 하지요.

  이상의 설정으로만 본다면, 장불사가 해산관을 떠나 강호행을 시작한 직후부터 굉장한 능

력을 선보인 다는 게 그럴 듯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장불사가 이십 삼 년간 수련했던, 그 불사지체가 되기 위한 방법을 보면 언

뜻 납득하기 힘듭니다.

  그가 익힌 호흡법은 평범한 토납(吐納)에 다름 아닙니다. 진기의 운행을 설명하기 위한 기

혈(氣穴) 부분은 상당히 사실적이지만, 그 내용은 단전호흡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기초적인 이치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선천진기를 일구기 위한, 그래서 장

차 불사지체를 이루기 위한 호흡법이라면 반드시 특별한 뭔가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

습니다.

  외공수련을 위한 십팔형에 이르면 더욱 고개가 갸웃거립니다.

  마보(馬步), 팔 굽혀 펴기, 턱걸이, 오리걸음, 윗몸 일으키기, 쪼그려 뛰기...

  물론 고사(故事)를 보면, 과거의 무예수련자들이 신체를 단련하기 위해 행하던 방법들이

현재의 군대체조와 그리 다르지 않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불사지체를 이룰

수 있을까요? 모든 것은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납득하기 힘

듭니다. (구구단을 외울 수만 있다면, 기하학 문제도 풀 수 있는 걸까요?)

  그리고, 장불사는 한 번 듣고 본 수박(手搏)을 이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합니다. 무공은 전

혀 익혀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말이지요. 약간의 상념을 통해 검기를 발현하게도 됩니다. 무

림 5왕이라는 절정고수 두 명을 한꺼번에 상대해서 이겨버리기도 합니다. 그가 아는 건 여

전히 수박뿐이었지요.

  여기서 이런 논리가 떠오릅니다.

  '내공만 심후하면 된다. 무공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무협소설의 특성상 무공에 대한 설정은 상당부분 작가 임의에 따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

로 통용되고 있는 상식만은 가급적 지켜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갓 무공을 익히기 시작한 장불사가 수십 년간 수련해온 현광대사에게 오히

려 무공의 이치를 가르치는 장면이나, 남궁화의 어설픈 설명만을 듣고 금새 완벽한 검기를

이루어내는 장면은, 자칫 장불사 이외의 모든 무림인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게 됩니다. 그렇

게 쉬운데, 한평생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도 해내지 못하다니, 바보일 수밖에 없지요.

  (3) 목적 없는 이야기

  이는 우연에 의해서만 발생되는 사건들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불사전기'는 장불사가 불사지체를 성취해나가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태어난 이후로 오로지 수련만 받고 자라는 동안에 장불사는 별다른 저항기를 거치지 않습

니다. 강호로 나선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 사건들도 장불사에게는 도움만 되지요. 한결같이

장불사의 불사지체를 위해서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본인은 물론 주변의 모든 사건과

인물들이 오로지 장불사를 위해서만 존재합니다.

  그럼, 장불사는 그 모든 사건과 인물들을 끌어안고 어디를 가는 것일까요?

  아직까지 '불사전기'라는 이야기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제 겨우 2권 분량밖에 되지 않았으니 이 의문은 잠시 미뤄도 좋을 듯 싶습니다.

4. '불사전기'의 주목할만한 장점

  최소한을 넘어선 수준의 문장구사능력과 침착한 화술이 소설가의 기교적인 면이라면, '불

사전기'에 사용되는 내공심법과 무공의 설정등에서 보이는 치밀한 사전구성은 작가분이 소

설가로서의 자세가 매우 훌륭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자료조사와 치밀한 구상은 소설가로서 마땅히 선행되어야 할 작업이니, 그게 어찌 칭찬할

대상일수 있을까마는, 요 근래 출판되는 작품을 보면 사전에 거의 아무런 준비도 없이 즉흥

적으로 만들어내는 설정만으로 내용을 이끌어나는 신인작가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불사

전기'는 상대적으로 칭찬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진기도인의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든지, 달마의 일화와 곁들여진 불가의 초월적 능력

이 제시되는 장면을 읽다보면, 아..정말로 그럴 듯 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위

에 살짝 덧입힌 작가의 상상력은 참으로 자연스러워서, 그 설정을 구상하기 위해 작가분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지를 느끼게 됩니다.

  비평문을 쓰는 입장이 아닌, 저 역시도 습작을 하는 입장에서, 작가분의 그러한 성실함은

매우 본받아야 하리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다지 적지 않은 분량인 2권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짜임새가 풀어지

지 않는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처음으로 장편을 쓰는 사람의 대부분은, 시작한 한동안은 강렬한 집중력으로, 그리고 전후

좌우를 꼼꼼히 살펴가면서 작품을 조이다가도 어느 분량 이상이 되면서부터는 그 집중력이

풀어지면서 소설에 대한 제어력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채 1권 분량이 가기도 전에, 작품

스스로가 내부로부터 붕괴될 조짐을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불사전기'는 적어도 2권이 끝나는 부분까지는 도입부와 같은 정도의 짜임새와 흐

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지금 쓰고자 하는 글이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인식하

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이 역시, 작품을 시작하기 전의 작업이 충실했기 때

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5. 결론

  아는 게 적은 까닭에, 이런 부분은 이렇게 고치는 게 좋겠다, 라는 대안제시보다는 '이런

부분은 이래서 안 좋다' 일 뿐인 단순한 비판밖에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비판한 부분이 어떤 독자에게는 오히려 호감이 갈 수도 있고, 제가 칭찬한

부분이 반대로 독자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분이야 더더욱

그러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이 작가분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불사전기'에 대한 제 나름의 소견을 마칩니다.

  그리고......

  이 결론의 항목을 빌어 저는, 지극히 순수한 독자로서의 몇 가지 바램을 보태고자 합니다.

(비평문의 고압적인 어조가 아닌,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식의 어조이기에 굳이 결론 이

후의 지면을 비는 것입니다.^^)

  인물들마다 각각의 색과 질감을 입혀 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본 대개의 인물들은 서로 비슷하거나 기존의 무협소설에서 흔히 묘사되어 온 전형적

인물인 듯 합니다.

  주인공인 장불사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사부격인 정 의원에게는 언제나 다소곳한 제자이면서, 부모에게는 효자이고, 동생들

에게는 자상한 형, 오빠인 장불사의 모습과, 보혜원에서 보여진 장불사의 모습은 너무 상이

합니다. 약육강식이라..때리고 위협하는 방법으로(아비가 보는 앞에서 아들의 다리를 부러뜨

리는 것도 서슴지 않고) 상대에게 자신의 말에 수긍할 것을 강요하는 행동은 천박한 모리배

의 그것일 뿐입니다. 스물 세 살이 된 청년이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는 점도 주인

공을 평면적 인간형으로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굴곡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전의 국어시간에 보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면서 불룩한 그래프 모양의 선이

그려졌었지요. 사건의 긴장정도, 속도, 감정의 높낮이 등등이 언제나 평평한 듯한 느낌을 받

았습니다. 주인공이 너무 강해져서 웬만한 수단으로는 위험에 처할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

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보다는 사건들을 전개해 나가는 어조가 항상 일정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꾸준히 건필해 주시길 바랍니다.^^

  2권까지의 글을 읽어본 제 생각으로는, 이미 작가가 되기 위한 기초가 충분히 다져 있다

고 여겨집니다. 필요한 건, 그 기초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일이겠지요. 다른 사람들

이 피우는 꽃과는 다른, 나 자신만의 독특한 향기와 빛깔의 꽃을...


Comment ' 2

  • 작성자
    Lv.85 백우
    작성일
    03.07.20 13:27
    No. 1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風雲我
    작성일
    03.07.21 10:17
    No. 2

    가인님 수고하셨숩니다.
    가인님의 비평문은 저의 단점을 너무나도 잘 짚어 내셨군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그런것들이었는데....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설광 풍운아 배상 -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감상란 게시판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237 기타장르 [감상] 너무 좌백다운 소설. 무협을 담은 ... +8 Lv.33 로르샤흐 03.07.22 3,786 0
1236 기타장르 [비평]무적렵부 +1 용마 03.07.22 984 0
1235 기타장르 [추천]유가삼웅전 +1 용마 03.07.22 1,333 0
1234 기타장르 [추천]태극문 +3 용마 03.07.21 1,230 0
1233 기타장르 [감상]군림천하 +15 Lv.1 미달이 03.07.21 2,118 0
1232 기타장르 [추천]:강호기행록&무예 +5 Lv.56 치우천왕 03.07.21 2,837 0
1231 기타장르 [감상] 사라전종횡기.. 기뻤다.. +9 Lv.1 illusion 03.07.20 1,837 0
1230 기타장르 [비평]'나한'님의 광풍가(狂風歌).. Lv.1 [탈퇴계정] 03.07.20 1,578 0
1229 기타장르 [감상or비평]정상수님의 자연검로 +5 용마 03.07.20 1,905 0
1228 기타장르 [감상]청룡맹(내용약간 및 정리) +2 Lv.1 설악 03.07.20 2,917 0
1227 기타장르 [추천]혈리표 +2 Lv.6 롤플레잉 03.07.20 1,422 0
» 기타장르 [비평모임] 설광풍운아 님의 '불사전기'(자... +2 Lv.15 노레이션 03.07.19 1,667 0
1225 기타장르 [추천] 기억에 남는 다시 읽고 싶은 소설들... +5 Lv.1 박정현 03.07.19 2,547 0
1224 기타장르 [감상] 궁귀검신... +17 Lv.1 박정현 03.07.19 6,374 0
1223 기타장르 [추천]천산검로 +5 Lv.1 북문 03.07.19 1,458 0
1222 기타장르 [추천] 빙하탄(氷下灘) +7 Lv.1 그냥살란다 03.07.19 2,863 0
1221 기타장르 [추천] 자유연재란의 유운지천하... +3 Lv.99 곽일산 03.07.19 1,001 0
1220 기타장르 [감상]아요기 +3 Lv.1 봉달님 03.07.19 2,228 0
1219 기타장르 [추천]Asiet님의 권협 +2 Lv.1 흑운 03.07.19 1,190 0
1218 기타장르 [추천]산타 +10 Lv.1 북문 03.07.19 1,742 0
1217 기타장르 [감상]용대운님의 독보건곤... +8 최민호 03.07.18 2,568 0
1216 기타장르 [추천.감상] 한상운 - 독비객 +6 03.07.18 1,804 0
1215 기타장르 [감상] 상검 +7 Personacon 금강 03.07.18 3,029 0
1214 기타장르 [참고]고룡의 영향 +1 Lv.1 북문 03.07.18 1,571 0
1213 기타장르 [감상]천강천하-완벽한 실망 +3 상사병 03.07.18 2,844 1
1212 기타장르 [감상]두령 +2 Lv.11 하늘바람 03.07.18 1,062 0
1211 기타장르 [추천]비류도검-최무웅 +1 柳韓 03.07.18 1,226 0
1210 기타장르 [감상] 몽환유가 정상무 03.07.18 936 0
1209 기타장르 [비평] 나한님의 광풍가 +5 건곤무한 03.07.18 1,683 0
1208 기타장르 [감상]이나원 작가의 천하무적을읽고 Lv.1 미마모 03.07.18 980 0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