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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3 바둑
작성
08.08.06 01:02
조회
2,417

작가명 : 방수윤

작품명 : 용검전기

출판사 : 북박스

<용검전기>1부에 해당하는 무림편은 출간이 한창일 당시 신간이 나올때마다 구해다 읽었었다. 환타지로 넘어가는 2부에 이르러 당시의 나는 환타지소설에 대한 환멸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기에 더 이상 <용검전기>를 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5,6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다시금 <용검전기>를 읽게 되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요즘같이 무더운 여름, 시간보내기에는 무협/환타지 장르의 책만큼 좋은게 없으니까. 그리고 무심코 손에 집힌게 이 책이었기에.

<용검전기>는 말그대로 퓨전을 표방하고 있는 책이다. 환타지 편으로 넘어가며 주인공인 용일은 과거 찬란했던 제국의 영광을 다시 일으키고자 공국의 대공에서 시작하여 일국의 왕으로, 그리고 대륙의 강대국의 수장으로까지 성장하게 된다.

<용검전기>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무엇일까. 일전에 나는 무림편을 읽으며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가 소설<삼국지>와 사뭇 비슷하다고 느꼈다. 비장미라고 할까. 그것은 등장인물들간의 대화에서 절절이 느껴졌다. 여느 무협/환타지 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예(禮)를 갖춘 문어체는 글의 진지한 분위기를 한층 더해 주었다.

환타지 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나는 환타지 편을 읽으며 <용검전기>가 '삼국지'의 내용에서 상당부분을 빌려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아방개가 제닝거 후작에게 꾀를 빌려주는 대목(상대편 해군제독이 왕의 의심을 사서 자살하게끔 하는)은 <삼국지>에서 주유가 조조에게 펼친 계교, 그리고 조조가 마초와 한수를 이간질시킨 계교가 적절히 혼합되어 보였다. 그리고 '실프의 변덕'을 이용하여 공세를 펼치고자 하는 장면은 적벽대전의 동남풍을 바라는 장면과 흡사했다. 또한 뒷부분의 실버트 공작이 용일이 놓아준 포로들을 붉은기와 푸른기 두 부류로 나누어 학살하는 과정은 조조가 허도에서 경기와 위황이 성에 불을 지르는 등의 반란을 저지하고 나서 허도에 남아있던 신하들을 죽이는 장면과 흡사했다.

(이 외에도 몇몇 장면이라거나 스토리의 전개 상황-임협집단에 가까웠던 용일이 왕국을 건설하고, 뛰어난 책사(큐어스)를 모시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장면 등은 제갈량을 모시는 장면과 흡사했다-이 <삼국지>의 일부분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띄었다.)

(캐릭터 상에도 그런 점이 두드러졌는데, 제닝거 후작은 삼국지의 '주유'와, 트레퍼는 '장비' 등, 몇몇 캐릭터에 있어 상당부분 흡사하다고 느꼈다)

물론 이렇게 굳이 두 책 사이의 유사점이라 억지로 끼워맞추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점을 비방하기 위해 이런 언급을 하는 것이 아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다. 무엇보다 <용검전기>는 이러한 부분부분을 적절히 차용하여 글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했다. 결과적으로 <용검전기> 환타지편은 소설 속 환타지라는 장르의 특성을 배제한 채 보면 한편의 깔끔한 전쟁소설이라고 해도 좋을듯 싶다.(특히 먼치킨적인 요소를 주인공과 드래곤 등으로 최대한 절제하며, 국가간의 전쟁 씬에 있어서는 참모들간의 꾀가 난무하는 등 과거 중/근세간 전쟁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결론적으로 스토리상 용일-드래곤간의 관계를 제외하고는 최대한으로 먼치킨적 요소를 자제했다고 느꼈다. 물론 주인공 용일의 천재적인 두뇌는 빼야겠지만...)

또한 내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인물들간의 관계다. <용검전기>의 등장인물들간 관계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임협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피로 맺어진 주종관계가 그것이다. 소설을 전개함에 있어 이 부분은 자칫 캐릭터간의 개성과 생명력을 획일화시킬 수도 있는 점이다.(모두가 왕에게 충성하는 모습만을...) 하지만 아방개를 비롯해 트레퍼, 제닝거 후작 등등 각 주요 인물들간에 개성이 뚜렷이 살아있다. 이는 캐릭터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제시하며 개연성에 힘을 불어넣는다.

<용검전기>의 아쉬움이라면 뭐랄까. 사실 지금 완결권인 17권까지 모두 읽지 못했다. 15권까지 읽었는데, 모두 읽고 감상문을 썼으면 내용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사정상 그러지 못하니..

여튼, 환타지 편으로 넘어가며 카이젠 제국을 세우고자 하는 용일의 모습으로 인해 오히려 초반에 부각되었던 드래곤들의 음모라거나 레르넨과의 재회 등의 부분은 임팩트가 떨어져 보였다. 읽어보지 않은 부분이기에 함부로 단정지을 순 없지만, 남은 두 권의 분량에서 과연 부족했던 그 부분을 만족할만큼 채워넣었을지 의심이 간다. 용일이 제국을 세워나가는 과정의 전개와는 별개로, 용일과 드래곤들간의 대결은 '환타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책의 장르라 '환타지 소설'이라는 것의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경천동지의 무위를 가진 주인공과 이에 필적하는 상대간의 갈등, 대결... 주인공이 성장하는 것은 좋지만, 가로막는 적 하나없이 승승장구하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지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이를 메워줄 수 있는게 '악역'이다. 아즈난 왕국의 전쟁과 성장 부분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이에 대한 언급이 길어지는 것은 어쩔수 없다지만, 용일의 진정한 주적인 '드래곤'의 등장또한 그 전체적인 분량에 비하여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용검전기의 총 분량을 알기에 이렇게 느끼는 것이다. 만약 20권 이상에서 완결이 되었으면 지금과는 완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돌아가, 환타지 편의 주된 내용은 주인공 용일이 카이젠 제국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 속에 감추어진 드래곤들의 음모까지...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용일'이라는 캐릭터가 한 명의 '영웅'으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용검전기>가 (무협과 환타지 편을 모두 아울러) 한 편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협 편이 용일 개인의 단련과 성장을 의미했다면, 환타지 편은 용일이 깨달은 바를 세상에 펼치는 이야기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이야기,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가는 비장미 어린 전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용검전기>의 강점이다.


Comment ' 3

  • 작성자
    Lv.60 코끼리손
    작성일
    08.08.06 04:21
    No. 1

    판타지 편은 아쉬웠죠. 필력에 비해 설정이 약한 느낌이죠.
    설정이 더 풍부했다면 한 편의 판타지로 손색이 없었을텐 데,
    솔직히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방수윤님 무협의 특징이 정통무협의 옷에
    신무협의 감성을 담았다고 할까요?
    말씀하신 비장미는 공감합니다.
    최근작인 허부대공에서도 비슷하게 나가더군요.
    근래엔 보기드문 스타일의 작가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늘벗
    작성일
    08.08.07 23:21
    No. 2

    전 판타지를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용검전기, 명작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이씨네
    작성일
    08.08.08 15:03
    No. 3

    명작?? 동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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