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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29 스톤부르크
작성
11.12.03 11:39
조회
2,840

작가명 : 이루마 히토마

작품명 : 거짓말쟁이 미 군과 고장난 마짱 8권 : 일상의 가치는 비범

출판사 : 학산문화사 EX노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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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의 등장인물입니다. 녹색 모자를 쓴 탐정(로리콤). 로리콤을 싫어하는 소녀. 이상한 아저씨. 자살한 언니를 둔 사람. 초심자 커플. 고양이 마니아 작가. 금발에 푸른 의상을 입은 사람. 예쁘고 무서운 여자.

바캉스로 놀러 온, 바다에 가까운 호텔에서.

누가 죽고, 누가 안 죽을 것인가?

나와 마짱은 모른다.

…이런 게임이 있다면 참 재미있을 텐데. 절대로 참가하고 싶진 않지만.

거짓말 아니야.

-------------------------

일단 어마어마한 두께에 놀라고. 무려 568페이지. 이야 신난다! 이루마의 맛 간 문장이 568페이지나 꽉꽉 들어차 있다니! 게다가 가격은 6,800원!

하지만, 정작 이번 8권은 다중시점의 군상극 스타일이기 때문에 주인공(이제 슬슬 여기에 그냥 이름 써도 되지 않을려나 이거...)의 맛 간 서술은 그다지 안 나옵니다. 그야 다른 사람의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그 사람들 하나하나 전부 맛 갔을 리는 없으니까요. 주인공 이상으로 맛 간 사람이 딱 한사람 있긴 한데...

하여간 다짜고짜 연휴를 맞아 바다가 보이는 호텔에 놀러 간 미군마짱 커플. 뭔가 이상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호텔에 여러명 돌아다니기도 하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사건의 단서 이것저것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는 방법으로 아무런 일도 없이 즐거운 데이트 여행 첫 날을 보내게 되고,

본편은 무시되었던 첫 날에 그 호텔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다양한 투숙객들의 시점을 넘나들며 보여주는 이야기. 어찌보면 9권의 마지막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의 숨고르기 서비스로도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여러모로 의미심장합니다. 까메오로 등장하는 전파녀와 청춘남 메메&에리오 모녀도 있고(생각해보면 전파청춘 단편집에서도 어릴 적의 에리오가 '바다에 놀러갔다 왔다'는 언급을 합니다), 평범하게 보였던 대학생 타네시마 히가키는 막판에 뭔가 엄청나게 기묘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 나오길레 찾아보니, 마찬가지로 8권의 언뜻 평범해보였던 중년남 시이나 코지와 함께 '나의 소규모 기적'이라는 같은 작가의 단편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하고.

거기에 8권의 주역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로리콤 탐정 하나사키 타로와 인간의 본질을 알아채는 소녀 토우키 커플은, '탐정 하나사키 타로'라고 따로 시리즈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들. 그 외에 하나사키가 소속된 탐정 사무소에는 에리오의 부친 엘리엇이 '자칭 외계인이라 주장하는 외국인'으로서 사무소의 미남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하고.

이 무슨 크로스오버 투성이... 전파녀와 청춘남에도 작가의 다른 소설인 '타마코 씨와 카시와 군'의 주인공 바보커플이 조연으로 등장한 적이 있지만요.

**

사실 인터넷으로 찾아본 8권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안좋았습니다. 한국 라노베 평론계의 전설인 크로이츠('원고지 위의 마왕'의 작가입니다)도 당시 별로 안좋은 평을 남겼다는 언급도 있고.

아니 일단 '미군마짱' 시리즈인데 정작 '미군마짱'의 비중이 거의 없으니까요. 초반과 후반에 살짝 등장하고, 사건 전개의 열쇠가 될 행동 몇 개를 해 놓긴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거 그냥 '하나사키 타로' 시리즈의 일부로 봐도 될 정도. 우선 군상극이니까.

그 외에 자살지원자 야마나 미사토의 경우야 외전인 'i'에서 등장한 모 인물과의 관계 등으로 미군과 간접적인 인연이 있지만...

이렇게 보니까 진짜 왜 'i'를 절판시켰는지 이해가 안가네... i를 읽지 않는다면 당장 8권 내용 이해에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

사건 자체의 시작은 호텔의 한 방에 '시체'와 '돈이 든 가방'과 함께 갇혀 있는 중년남 시이나 코지. 어찌할 바 모르고 발을 구르다가 17층 높이에서 창문을 열고 난간을 밟아 옆 방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컬러 일러스트에서 길길이 날뛰며 화내는 모습으로 등장했고, 생긴 것 자체도 '삶에 찌든 중년아저씨'의 모습이라 처음에는 전혀 호감이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진짜 생고생하면서도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노력한, 인간미 넘치는 아저씨라 감동을 받을 정도. 아저씨... ㅠㅠ 어쩌다 미군마짱에 등장해서 이딴 정시나간 사건에 휘말려들었나요. 그래도 마지막이 훈훈해서 다행... 일 리가 없잖아!

자살지원자 야마나 아가씨도. i에 나왔던 그 야마나도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인물이었지만 등장 자체가 적다 보니. 인생 무기력의 나른하면서도 어딘가 초탈한 듯한 느낌. 거기에 자살지원이라는 우울함 곳곳에 쓸대없이 보여주는 천연 몸개그적인 귀여움(...). 마찬가지로 마지막이 훈훈해서, 그 무엇보다 다행인 캐릭터. 다른 애들과 달리 완전한 미군마짱 오리지널 캐릭이라 이 것이 끝일테니. 그것이 정말로 다행입니다.

타네시마 히가키. 초반에 등장해서 정신없이 행동할때는 '이놈 뭐야' 스러웠는데, 나중에 보여주는 '여자 앞에서 폼 잡기'가 너무 멋져서 마찬가지로 호감. 게다가 막판에 뭔가 쓸대없이 거대한 배경이 등장합니다만...

사쿠라야마 에코. 본격 얀데레. 어쩌면 미군마짱 시리즈 전체를 둘러봐도 압도적일 정도의 미치광이. 솔직히 이 아줌마 나올때마다 읽기가 고역일 정도로 문장이 맛 갔습니다. 이루마의 평상시처럼 '웃기게 맛 간 것'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욕설과 비하를 깔고가는 게...

킷카와 에이지. 작가. 본격 작가 자신의 자기 자신 페러디하기(...). 그런 것 치고는 조금 멋지게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찌질하게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카페에서 웨이트리스에게 건낸 말은 눈물겨웠습니다.

하나사키 타로&토우키. 아무리 봐도 나올 작품의 세계관이 완전히 다른 애들. 따로 시리즈도 가지고 있는 애들인데, 사실 이 미군마짱 8권이 첫 등장이고 이후에 시리즈가 나왔다네요. 그런 것 치고는 캐릭터가 확고하게 잡혀있는데... 아무래도 '탐정'이란 직업이 있으니만큼 별로 연관도 없는데 생고생 하는 입장.

**

'도입부가 지루하다', '결말이 허망하다'는 전체적인 평가에 대해서는 동감. 일단 미군마짱의 '아무 일 없이 평화로운 첫 날'이 제시됩니다만, 이 부분은 앞으로 등장할 인물들을 언급하며 호기심을 배가하는 장치로 작용하죠. 다만, 정말 평화롭고, 미군의 행동이 의미불명일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이 사건을 정말 이상하게 바라보게 하는 터라...

사건의 진상과 결말도, 끝에 가서여 숨겨져있던 인물을 투입한다는 편의주의적 장치를 사용 한 것은 상당히 감점 요소. 이왕 군상극을 했으면, 그 군상극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숨겨진 요소'가 어우러지며 '의외의 진상'이 들어나는 방도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숨겨진 요소를 가지고 있던 것은 중년남 시이나 코지 정도였고, 이 또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갈 증거는 못 되고, 사건의 최초 정보 정도였으니.

게다가 이것저것 시원하게 해결이 안 된 부분이 많죠. 에필로그에 좀 더 지면을 할애하라고요. 이왕 서비스 전개니까.

**

사건의 얼개 자체를 차치하고, 각 캐릭터간의 관계나 인물 내면의 흐름 자체는 매우 재밌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특히 시이나 코지 이 아저씨... ㅠㅠ 인물간의 관계가 꼬이면서 이리저리 얽히는 것도 좋았고.

다만 각 인물간의 분위기가 너무 차이가 나다보니, 이야기의 맥이 끊긴다는 군상극 특유의 단점은 좀 더 부각된 느낌. 시이나와 야마나 이야기를 하다가 사쿠라야마의 이야기가 튀어나오면 갑자기 읽기가 싫어질 정도였으니. 반대로 사쿠라야마의 이야기가 한창 흥이 오를 무렵, 하나사키의 이야기가 나온다던가 할 때도 마찬가지.

**

정말 여러가지를 보여준 끝에 사건 자체는 허망하게 끝났습니다만,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다양한 분위기로 보여준 이루마의 맛 간 문장은 괜찮았어요. 신캐릭터가 많다 보니 이루마의 인물 조형을 보는 맛도 좋았고. 다만, 이 캐릭터 대다수가 시리즈 전체와 전혀 상관 없는 단역이란 게 문제긴 한데...

미군 마짱 시리즈의 한 권이라기 보다는 이루마 히토마 월드의 일부, 혹은 연결점으로의 역할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읽는 것 자체도 그렇게 읽는게 더 좋은 방법 같고. 무엇보다 '거짓말이지만'이 등장하지 않는 정상적인 문장이 왜 이리도 반가운지...

**

9권의 충격적인 전개야 앞에서부터 익히 들었지만, 8권 막판에서부터 폭탄 던지듯 펑 던져버리더군요. 9권도 이미 다 읽었으니 최대한 빨리 감상문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 ' 1

  • 작성자
    Lv.32 한신0
    작성일
    11.12.03 14:21
    No. 1

    전 8권이 꽤 제 취향에 맞더군요. 역시나 마지막 문장은 엄청 깼지만;;

    빨리 10권 나오길...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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