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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군(武軍) 1권을 읽었습니다.

작성자
다크식스
작성
10.12.04 17:35
조회
4,053

작가명 :

작품명 : 무군(武軍)

출판사 :

아, 어째선지 자칭 명문고인 우리학교 도서관에 퓨전 판타지가 떡하니 있었습니다. 심심해서 1권만 빌려보았습니다. 사실 초반에는 이게 시대상이 언제야? 해도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중반 넘어가보니 88 올림픽 전인, 즉 노태우 군사정권 당시더군요. 꽤나 신선하다 싶었지요. 자료라든지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지 않음 힘든 배경이니까요.

이 책은 처음부터 무공들이 난무하는 게 아니라, 한 학자가 고서를 발견하고 그걸 기반으로 무공의 흔적을 쫓아 그걸 증명한 뒤, 그 기연으로 학자 자신과 그 지인 지인의 자식들이 무공을 익히게 된 후, 그들이 군인 눈에 띄어 육사에 들어가 군사정권을 위해 일하게 된다는 게 1권의 주 스토리였습니다. 게다가 무공은 소림의 절세무공이었고, 또한 400년 동안 부패하지도 않은 소환단을 복용했습니다.

지인 자식들 중엔 신비주의처럼 싸여있는 놈도 있고, 홍일점을 담당하는 딸도 있고, 독해서 지기 싫어하고 형제들의 위에 서 있고 싶은 녀석도 있고, 그 아버지는 이기적인 하지만 매우 현실적인 심리상태와 행동을 보여줘서 꽤 마음에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바로 무공, 무림의 증명방법이었죠.

미리 여담을 말해보자면, 전 요즘 다빈치코드, 천사와악마 같은 논픽션삘 나는 소설들을 읽고 있었습니다. 그에 해당되는 자료들과 참고문헌, 분석문헌 같은 것도 다 알아보고 비교도 해 봤죠. 그런 과정 덕에 그 두 책의 크고 큰 헛점들과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을 발견 한 뒤 만족하면서 그냥 읽는 것보다 2,3배 더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이 책의 주인공 박흥일은 한 대학교의 교수입니다. 전 책 뒷면을 보고, 아 이거 꽤나 괜찮겠구나. 판타지 소설 주제에 무공에 대해 개연성을 넣겠다고? 1권 하나쯤은 감탄하며 보겠구나, 흐흐 웃으면서 빌렸죠. 적어도 위의 두 책 급은 아니더라도 조금 전문적인 과정이라든가 문헌이라든가, 어릴 적의 경험 같은 걸 기대하면서 책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

주인공인 박흥일은 한 고서를 발견합니다. '무림멸망기'

소림사의 한 대사가 소림무공과 대환단과 소환단들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얘기입니다. 보통 학자들은 이런 걸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헛소리다." 적어도 이럴 겁니다. 하지만 그럼 소설의 전제가 성립이 안 됩니다. 그러니까 개연성이 더 필요했죠. 그 중 하나가 교수 자신이 무협영화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거고, 그 다음 것이 약간의 역사성이었습니다. 청나라는 위험물질인 무림을 말살시켰고, 그것에서 겨우 도망친 소림의 대사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에 쳐들어와 병자호란을 일으켰었다.

주인공은 이걸 보며 고개를 아주 많이 끄덕이고 무공까지 존재하는 걸로 확신합니다. 그리고 당시 우리나라로 피난올 때 태풍을 타고 왔으며, 해당되는 섬 흑산도는 지금도 태풍이 휘몰아치는 곳이며, 경로를 따져보면 이렇다. 같다! 오오, 이거 말이 되는데? 이런 식으로 생각해 갑니다. 그것도 여러번 '태풍이다! 태풍이야...'를 강조하면서요.

박씨전과 임경업전 같은 책에 역사성이 끼워져있다고 그 책을 통째로 인정하는 것 같더군요. 교수의 생각이라기엔 너무 식견이 좁고 안이했습니다. 무려, '하늘을 날아다니는 급 이상'의 무공인데, 그 역사성 하나의 서술과 태풍을 타고 떠내려온 것, 이 두 가지로 무공의 존재라는 걸 완전히 인정하고 맨몸으로 그것들을 찾아 나섭니다. 전 이게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마치 다빈치코드 주인공에게 '짐승이 지키고 있는 무덤' 쪽지 하나 던져주고 사건 해결! 같은 느낌? 차라리 인생 자포자기한 왕따 학생이나 강함에 환상을 갖는 청소년의 생각이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죠.

(스포일러 : 666은 박물관의 피라미드 갯수 <사실 이것도 실제론 거짓인데요. 어쨌든 소설상으론 666개입니다.> 이며(+짐승이란 뜻), 그 아래에는 막달라 마리아의 무덤이 있죠. 이게 위 책의 가장 큰 줄거리입니다.)

또한 흑산도 주위를 헤매면서 무공을 찾기 시작하죠. 사실 주인공이 발견한 고서에서는 '흑산도 주위 어딘가에 무공서적을 놔두었다'란 말은 한 마디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소림의 대사가 흑산도 쪽으로 떠내려왔단 이유만으로 그 주변을 뒤지러 갑니다. 이건 정말 일반인의 생각으로도 말이 안 되는 '미친 짓'이라 단언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그 고서는 쫓기는 중 속기로 적은 것도 아니고, 태풍 타고 물속에서 어푸어푸 호흡해가며 적은 것도 아니거든요. 즉, 적어도 한국 땅에 발을 디뎠으며 당연히 그랬으니까 그 고서가 한국 땅에서 발견됬겠죠. 헌데 그가 떠내려온 곳에 무공들과 대환단을 숨겨두고 몸만 달랑 한국으로 와서 책을 썼다?

개연성이 '제로'입니다. 청나라의 군사들이 자길 찾을 것을 염려했다면 흑산도 주변에 숨겼더라도 누가 찾아올지 모르니 그 사실을 적은 고서 따위는 적지도 않았을거고, 설령 적었다해도 누군가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무공비급들 옆에 사정설명을 위해 놔두겠지, 왜 다른 데서 발견되게 하나요? 대사라고 불릴 만한 이가 그렇게나 생각이 없었을까요?

주인공의 행동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흑산도 주변을 샅샅이 뒤지다가, 한 안내원이 '대나무가 거꾸로 자라는 동굴'이라 하니 지인들과 돌격 앞으로! (...도대체 대나무가 거꾸로 자라든지 말든지, 왜 그것과 무공이 연관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설명 따윈 없었습니다. 어쩌면 오랜 수색 과정 중 약간 미쳐버려서 아무 생각 없이 그랬다, 그걸 노렸을수도)

동굴에 들어가보니, 함정? 그런 거 없었습니다. 우왁! 빠지고 안으로 더 들어가보니 떡하니 진법이 쳐져있고, 그 안에는 무공들과 환약들이...우와, 드디어 찾았다! 이러는 거 보고 잠시 머리가 아파 책을 덮었습니다.

마치 독자들을 최대 초등학생 한정으로 잡아놓은 듯한 개연성 쥐뿔의 설정을 보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게 정말 한 대학교의 교수가 할 법한 생각과 행동인걸까. (하긴, 노태우의 군사정권인데도 분명 '지식인'에 속할 주인공이 정권에 대해 한 마디 암시조차 없다는 걸 보고 이미 예상은 했습니다만...) 소림이 지닌 불교면은 어디다 갖다버리고 살생용으로 쓰자고 하는 주인공 친구의 썩은 택견정신은 그렇다쳐도, 1권 스토리의 절반 가량이 무공의 존재증명인데 이럴바에는 아예 없애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은, 판타지에선 개연성을 찾지 않는 게 좋겠단 거죠. (개인적으로 매우 슬프지만요.) 이런 거 보며 오그라드는 건 저뿐일지도 모르겠네요.


Comment ' 8

  • 작성자
    Lv.69 유골
    작성일
    10.12.04 22:19
    No. 1

    88올림픽은 전두환때 입니다.
    그전이 박정희구요.
    전두환 뒤에 노태우가 대통령이 됩니다.
    결국 소설의 초반 배경은 노태우때가 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다크식스
    작성일
    10.12.05 01:13
    No. 2

    유골 님 // 어이쿠, 죄송합니다. 88 올림픽 쳐보니까 노태우 관련, 뭐 그런 것만 떠서 착각을...(ㅎㅎ)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 맘의침묵
    작성일
    10.12.05 04:34
    No. 3

    88년 올림픽 노태우 맞습니다.
    87년 6.29선언으로 전두환이 직선제를 수용 그해 말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가 당선되었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 saintluc..
    작성일
    10.12.05 17:04
    No. 4

    흑산도 조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그 무공서가 흑산도에 있던 없던간에 마지막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서 또 다른 단서를 발견 할 가능성이 있으니깐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다크식스
    작성일
    10.12.06 23:20
    No. 5

    맘의침묵 님 // ...(맞았는데 왠지 뻘쭘. OTL!!)

    saintlucia 님 // 우선 마지막으로 있었다고 추정되는 장소는 흑산도가 아니라 근처 서해안의 마을이겠죠. 우선 고서는 대한민국 내륙에서 발견되었으니까요. 뭐, 단서를 위해 간 것은 좋았지만, '대나무가 거꾸로 자라는 곳'과 무공이 전혀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조금 울컥했었던 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6 好講者
    작성일
    10.12.08 14:13
    No. 6

    고등학생의 식견으로도 발견할 수 있는 헛점을 내포한 책들이 출판되는 세태... 붕괴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0 녹림투왕
    작성일
    10.12.24 12:33
    No. 7

    대나무가 꺼꾸로 자란다는것은 반청을 의미하는겁니다.
    청나라에게 쫒겨서 한반도까지 오게 되었으니
    반청의 의미가 있는 꺼꾸로 자라는 대나무숲에 숨겼거나
    아니면 숨기고 어떤 진법이나 영약의 영향으로 반청의 기운을 내포하게 된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ajax
    작성일
    12.03.18 15:09
    No. 8

    홍타이지가 병자호란일으키고 홍타이지 죽고 순치제때 도르곤이 북경에 입성하는데 그런 기본도 모르는 설정이군요 작가의 수준이 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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