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8월새벽
작품명 : 이상기담
출판사 :
이번에 감초선사님 추천을 보고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보다가 말았던 작품이더군요.
그때는 선작하지 않고 보다가 잠들었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게되지는 않더군요.
일단, 동양적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낯설고 어려운 이름들이 이어지니 쉽게 눈이 가지 않는 것도 한 원인인 것 같습니다.
어려운 이름 대신 설정에서 차용한 영의정, 좌/우의정을 그냥 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설령 정식관직명이 그렇다고 하여도 최소한 대화중에는 사극에서 많이 봤던 호칭인 영상, 좌상 등을 쓰는 것이 좀 더 낫지 않을까요?
노복, 홍길동 등에서는 다음에 연재되었던 만화 “공길동전”의 냄새도 맡을 수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조선시대 전기의 체계를 따온 것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만, 조선시대의 체계로 광대한제국을 만들다보니 너무 허술합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이 교통/통신체계가 불분명하고, 군대조직이 허술합니다.
국가. 특히 광대한 영토를 가진 중앙집권적인 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전체를 통치할 수 있는 법령 및 조직. 그리고 교통/통신입니다.
먼저 국가 조직을 보면 수도 외 7개의 도, 211개의 대도시, 기타 중소도시로 구성되어 있는데,대략 1개도에 30개의 대도시가 있는 셈이 됩니다.
어느 규모의 도시를 대도시로 보았는 지는 몰라도, 대도시/중소도시가 병렬구조가 아니라 계층구조가 될 것입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있으면 주변에 고양, 성남, 안양 등의 중간규모 도시가 있고, 그 중간규모의 도시는 대도시의 영향권 안에 있고, 안양 주변에 군포, 의왕 등 보다 작은 도시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루는 것 처럼 그 중간규모 도시의 영향권 안에 있는 다른 도시들.
그렇게 볼 때 1개도에 30개 대도시는 너무 많은 듯 싶습니다.
대도시는 도의 중심이 되는 도시 하나나 많아야 두어개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에서 따온 말이라고 하더군요.
지금의 도시규모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그 이름을 붙일 때에는 도를 대표하는 대도시였다는 뜻이겠지요.
7개의 도와 211개의 대도시 사이에 중간 행정단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211개의 대도시가 지금의 1개 도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크기라고 보고, 각 대도시간의 크기가 같다고 가정하고, 211개의 대도시를 수도를 중심으로 배치하면서 최대 밀집을 볼 수 있는 육각형으로 수도 주변에 6개, 그 외곽에 12개, 그 외곽에 18개, 그 외곽에 24개, 30개, 이런식으로만 배치한다고 해도, 수도에서 국경까지는 8개의 대도시를 통과해야 합니다. 어디까지나 이론상이고, 도시의 발전이 도로망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때, 실제로는 인접하는 도시가 더 적을 수 밖에 없고, 제국은 더 큰 모양이겠지요.
바리, 연이 제국 수도로 이동하면서 오래걸린 것도 이렇게 보면 타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리가 쳐들어와서 국경에서 전쟁이 나고 이틀만에 패잔병이 수도에 와서 보고를 한다.
서울-목포 360km(서울, 경기, 충남, 전북, 전남), 서울-부산 400km (서울, 경기, 충북, 경북, 경남) 이렇게 볼 때, 8개 대도시를 통과한다면 약 700~800km정도 되겠네요.
참고로 우리나라의 파발마 속도는 산악지형으로 인하여 1주야(24시간)에 300리(1리=약 400m, 약 120km), 중국에서는 400리~500리(중국1리=500~576m, 약 230~250km) 정도였다고 하니,
국경에서 수도까지 일직선으로 길이 잘 닦여 있다고 해도 부상당한 패잔병이 이틀만에 직접 달려오기엔 무리가 많은 설정이네요.
패잔병이 달려와서 보고할 수 있는 건 그리스 같은 도시국가 형태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노복을 경비에까지 쓸 정도라면, 노복을 통신/운송에 이용하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을까요? 라인트레이서(줄 따라 움직이는 로봇)가 제일 간단한 로봇인데, 인체인식에 숨겨둔 호패까지 인식하면서(RF기술이겠죠) 운송 자동화가 이루어 지지 않는 건 이상하네요.
이렇게 보면 연이 초기에는 빙 돌아서 멀리 멀리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영랑과 만나고는 수도를 목표로 최단거리로 달립니다. 사막을 건너는 무리수를 써가며. 그래도 몇달 걸리는 군요.
누구는 이틀만에 오는 거리를 누구는 몇달을 걸려 옵니다. 뭐가 맞는 거죠?
이천년전의 로마제국에서도 교통/통신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지중해를 중심으로한 해운이 발달했을 뿐만 아니라 각지에서 로마로 통하는 포장도로들이 건설되었고,
중국의 경우도, 이미 춘추시대부터 전략적 이유로 운하를 파기 시작해서고,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면서도 운하를 통해 남쪽에 쉽게 병력을 투사할 수 있었던 것이 통일을 이룬 요인중의 하나입니다. 한나라 이후의 혼란상을 극복하고 300년만에 통일한 수나라의 경우도 제일먼저 한 것이 운하였습니다. (덕분에 국력을 쌓지 못해 망했지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봉화/파발 등을 통한 통신망은 진작에 갖추었습니다.
또 그렇게 죽어라 달려서 이틀만에 달려올 수 있는 거리를 정작 군대는 사방 흩어져 있어서 모을 수 없다니요. 로마나 중국이나 제국을 유지하기 위한 교통망을 군사력 투사의 수단으로 사용했었습니다.
군사부분에 있어서도 무리한 설정들이 보입니다.
어느 군사조직이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지휘체계를 지향합니다.
로마시대에는 중무장 보병이 밀집대형으로 진격했습니다. 그래서 한 단위가 100명으로 구성된 백인대였고, 그 대장이 백인대장, 6개의 백인대가 1개 대대를 이루고 대대가 모여 군단을 이룹니다.
수만명의 병사가 최고지휘관의 말 한마디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실제의 움직임은 지휘계통으로 움직입니다. 최고 지휘관이 막아라~ 쳐라~ 하는 것이 아니라, 최고 지휘관은 각 제대에 임무를 할당하고, 중간 지휘관들이 자신의 구역에서 하부제대를 통솔하고, 다시 하부 제대의 지휘관이 최소단위의 지휘자에게 지시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각통의 팽배수, 창수, 앞으로, 총통수, 궁수 장전.
위-부-통 / 여-대-오
이렇게 볼 때, 각 통에는 이미 팽배수, 창수, 총통수, 궁수로 이루어진 하부 단위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1오에 1통.이면, 지휘자-팽배수-창수-총통수-궁수. 이렇게 다섯명인가요?
조선시대 전기의 군조직을 보면 위-부-통인 것은 같으나, 각 부가 보주통, 보전통, 기주통, 기전통의 4개 통으로 이루어 집니다. 그리고 통을을 이루는 것이 여-대-오-졸 입니다.
조선시대의 설정을 따오는 시도는 좋았으나, 고려말~조선전기의 군사체계로 제국을 통치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겠지요.
대하소설들은 어느정도 역사적인 사실에서 따오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설정에서의 오류를 줄이는 것이지요. 아니면 아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데, 잘된 소설일수록 그 설정이 치밀합니다.
좀 더 치밀한 세계관 구성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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