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다 읽고 든 느낌을 말씀드리자면,
너무 추천들을 많이 하셔서 제가 큰 기대를 가지고 봐서 인지는
몰라도, 그렇게까지 기대에는 못 미치더군요.
아아, 그렇다고 뛰어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_-; 단지, 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들이 보였다는 것이지요.
작가의 학력만 봐도, 녹록하지 않은 내용, 녹록하지 않은 필력,
녹록하지 않은 구성력 등을 지닌 작품일 것임을 쉬이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읽으면서도 그랬었지만서도.
뭐...장점이야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익히 대다수의 다른 분들
께서 공감하실 테니, 소설을 읽으면서 제 눈에 거슬렸던 부분만
간략히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가장 큰 문제는, 개연성이었습니다. 도대체 저렇게까지 오버를
하면서까지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 구성이 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소설의 초기에 보면, 욱이 원철에게 그 의원 살해당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보여주는 부분이 나옵니다. 그 동영상을 보고 원
철은, 살인범의 동작이 마치 상위계열의 엘프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동작임을 발견하게 되죠. 그리고 나중에 가면, 그 때 그 살
인범이 살인시 외친 두 마디 단어, "벨랴" "바로크" 이 단어들의
수수께끼도 각각, '벨리아' '발록' 를 뜻하는 것으로 밝혀집니다.
(뭐, 저야 3인칭인 글을 읽는 독자라서 - 다시 말해, 전지전능한
입장에서 -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1권을 대충 다 읽을
즈음되서는 거의 대부분의 소설 플롯이 예상이 되더군요. 물론,
제 예상대로 줄거리는 흘러갔고- 다만 예상하지 못한 부분은,
김혜란 (실바누스) 이 사건의 원흉이었다는 것인데...뭐, 아무튼
간에-)
소설의 중반부분에는 결정적으로, 원철에게 최면을 거는 부분이
나오죠. 거기서 결정적으로, 보로미르가 튀어나옵니다.
이걸로, 소설의 내용은 다 밝혀진거나 다름없죠. 저 같은 경우에
는 이미 위에서 원철이 살인범의 몸동작이 엘프같다고 말한 것,
그리고 벨리아 와 발록 이라고 밝혀진 두 마디, 이 두 단서로 충
분히, 박현철이 게임 내에서 모종의 인물에 의해 무의식에 송 의
원을 벨리아 또는 발록이란 악마로 인식하여 죽이게끔 만드는 최
면에 당했을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제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책을 차근차근 자세히 읽었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셨던(;;) 독
자라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답안이죠. -_-;
아무튼, 박사급의 지식을 가진 혜란, 원래는 정신, 심리학쪽에 무
지했지만 나름대로 공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을 쌓았고, 김혜란의
표현을 빌자면, 수사부문에서는 나름대로 천재적인 감각을 가진
욱, 마지막으로 직접 팔란티어를 플레이하면서 느낄 수 있고 갈
무리 파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원철. (물론, 혜란의 경우는 지
가 범인이니까 사건의 실마리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 세 명이 소설에서 보여준 대로의 지적 능력, 추리력, 직감력
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면, 원철이 최면에 들어간 상태에서 무의
식의 또 다른 원철의 인격중 하나인, 보로미르가 튀어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딱 보면,
팔란티어를 이용해 무의식에 최면을 유도하고 그것을 현실세계
에서도 유지되게 만든 다음에, 암살할 대상을 의식에 주입을 시
켜 놓는다. 답은 이것이죠. 그리고, 결론적으로 박현철이 송 의
원을 살해하게 만드는 최면을 주입받은 과정도 딱 저 과정이었
고요.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는 조금 더 내용을 스펙타클하고 긴장
감을 주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뻔히 보이는 결말과 내용
을 가지고 계속 말 그대로 <오바>를 해가면서 내용을 전개해
가더군요. 대체 왜 저렇게 일을 어렵게, 꼬아가면서 풀어아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말입니다. 마치, 예전에 <인어공주>라는 드
라마가 시청률 의식해서 내용을 지지부진 끌었듯 말입니다 (조
악한 비유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점에서- 저는 그런 <오바>가 눈에 거슬리더군요.
사건 전개의 플롯면에서는 상당히 괜찮았지만, 이러했으므로
이런 결과가 나와야 한다는 인과율의 법칙을 말해주는 부분인,
<개연성>에서는 조금 아쉽더군요.
뭐, 그래도. 상당한 수작임에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ㅎㅎ 다만,
제가 글을 읽으면서 단순과격한 보로미르라는 캐릭터에 전이가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이해가 가지 않게 질질 사건을 꼬아가며
풀어가는 과정이 읽으면서 꽤나 답답했던 것이지요.
음...암튼, 강추 라는 표현에는 이의가 없으니, 안 읽어보신 분
들은 한 번 보시길. 재미뿐만 아니라 작가가 고심한 흔적이 녹
아있는 부분들과 이런저런 생각할 화두들도 던져주는, 그런 괜
찮은 작품이니까요.
p.s: 개인적으로는, '팔란티어'를 이용해 국가 지도층에 방해가
되는 암세포들을 암살로 제거하는, <음모론>이 결론으로 튀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습니다만, 아니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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