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동선님의 대랑을 접하게 된 순간은 희열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첫 편에서 맞닥뜨린 조그만 계집아이. 아상!
엄한 할아버지의 훈계와 깊은 속정, 그러나 천진난만한 계집아이.
비록 역사적 정황에서 딱지란 표현처럼 몇몇 어색한 단어나 구대문파 제자들의
획일적인 오만, 갈등구조의 애매함이 조금 걸리기도 하지만,
그건, 능라에 묻은 보푸라기 한 올보다 못한 사소한 걸림일 뿐.
바로 대랑이라는 큰 바다에 묻혀버립니다.
다양한 사건들과 다양한 인연 속에 펼쳐지는 정통무협의 파노라마.
만약,
대랑에 아상과 지량의 설레는 만남이 없었으면 이토록 가슴 아픔도 없었을 겁니다.
지량이 조금 덜 순수하거나, 아상의 사연이 조금 덜 아팠다면 이토록 두 사람의
애정에 대한 절절한 기대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손에 땀이 흐르는 애절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대랑을 접한 건 모 사이트에서였습니다.
그것도 운 좋게 첫 회부터 건졌지요.
그때부터 사소하게는 초보 습작가 끼리의 인연으로,
의미를 부여하자면, 문우로서의 만남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같은 영호세가 카페의 회원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감.평이나 추천에 오히려 인색했었을 수도...
다행히, 영호세가 카페의 자체감평에 대랑이 선정되어 겸사 겸사 고무림에도
올립니다.
누구나 무협 매니아라면 무협소설을,
그것도 제대로 된 무협소설을 읽고 싶어 합니다.
멀리는 김용, 고룡, 와룡생, 소슬로부터 가깝게는 야설록, 금강, 좌백, 용대운을
거쳐 임준욱, 송진용, 설봉, 장경(이하 통칭 님)까지 두루 섭렵하고나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갈증이지요.
진정한 정이 있는 무협.
애절한 사랑과 모진 역경을 이겨내는 주인공.
탄탄한 스토리와 물 흐르듯 수려한 문장들...
얼토당토않은 초극강의 기연, 우연, 영물이 아니라
모진 세파 속을 헤매며 얻은 깨달음과 우직한 수련을 통한 무공의 발전들...
죽어있는, 스쳐가는 조연들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조연 캐릭터들.
드넓게 펼쳐진 반전과 복선과 암시들...
솔직히 샘이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대랑 전편에 흐르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의 생각들이...
처음엔 지루하다 싶더니만 어느새 흠뻑 젖어든 자신을 느끼곤 스스로 놀랐습니다.
대랑의 작가인 동선님은 섬세한 감수성과 질긴 고집의 소유자입니다.
주인공들의 고난에 안달난 무수한 독자들의 성화에도 꿋꿋이 자기만의 세계를
걸어가지요. 너무 전개가 느리다고 성화를 부려도 때가 있다며 버텨나갑니다.
지금,
대랑이 본격적인 사건들로 접어드네요.
오히려 여물대로 여물어서 격정이 치밉니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때 주인공들을 키워버렸으면 오히려 아쉬울 뻔 했다고
느낄 정도로...
개인적으로 그의 고민과 고뇌를 무수히 듣고, 읽고, 나눴습니다만,
솔직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습니다.
물론, 동선님은 날마다 힘들어하시고 버거워하시지만...
이제,
대랑의 절정 장면과 마지막 그림 같은 씬이 기대됩니다.
전율을 일으킨 서장.
과연 그 서장과 대미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무척 궁금합니다.
중간 스토리요?
이젠 작가님의 선처만 바랄 따름입니다.
항상 예상보다 더 좋고 아름답고 조바심을 일으켰으니까요...
마지막으로,
허접한 감평을 마무리하면서 사족의 첨언이라면
일회성 캐릭터들에게까지 성격을 부여하시는 철저함이,
문장에 심혈을 기울이다보니 조금씩 늘어지는 듯한 느낌들이,
오히려 과유불급마냥 몰입을 살짝 막아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기우일 뿐...
동선님의 첫 작품입니다.
그러나 이토록 정통무협의 향을 내뿜는 작품은 제 독자로서의 22년 경력으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기어코,
서장만큼 멋진 대미를 장식하여 주시길....
설마...아직도 안 읽어 보신건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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