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 생략하겠습니다.-
쟁선계와 보표무적...
두 작품 모두 요즘 내가 흥미를 갔고, 읽는 책들이다.
읽다보니 두 작품에는 비슷하면서도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꼈다.
비슷한 점을 들자면, 일단 두 작품 모두 어떤 한 사건을 위해 중심인물들이 그 뒤를 쫓는 다는 것. 물론 이렇지 않은 무협이야 어디 있겠냐만은, 요즘 소위 말하는 신무협에서는 찾아보기 그리 쉽지는 않은 스토리 전개방향이다.
쟁선계는 비각의 강호재패를 막기 위한 주인공과 그 주위 인물들의 이야기. 보표무적은 남북으로 연상되는 마교와 무림맹의 비무대회를 둘러싼 공방.
그렇게 두 작품을 흥미 있게 읽던 중, 결국 두 작품 사이에는 무엇인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몰입감이다.
좋은 책,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책에 푹 빠진 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쟁선계를 보면서, 그러한 점에 깜짝 놀랐다. 쟁선계는 주인공의 시점이 아닌 장면이 너무나 많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나온 5권에서는 초반 몇장에서만 주인공 석대원이 잠깐 나와 얼굴을 비추었을 뿐, 그 외의 장면에서는 전부 여타의 인물들이 벌이는 사건이요, 전개이다.
보통은 주인공이 나오지 않으면, '뭐 이래, 이거? 빨리 주인공 불러내!' 하면서 책장을 낙엽 쓸듯이 우수수 넘기던 나였지만, 쟁선계의 그 안정감 있는 유장한 문장과 흐름에는 넋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반면에 보표무적은 어떠한가? 물론 아직 출판되지는 않았지만, 연재분 1편 분량에서도 자주 바뀌는 장면 전환. 뭔가 할만하다 싶으면 툭 튀어나오는 다른 사건.
여기서 일이 터지면 그것을 대충 수습을 하고 넘어가야 할텐데, 보표무적에서는 시장의 노점상의 그것마냥 이것저것 다 벌려 놓는다. 그리고 해가 저물면 거두어 들이듯이, 나중에 가서 한꺼번에 다 정리하려는 듯한 움직임이 보인다.
나중에 가선 머리가 지끈거리고, 종래엔 흥미가 식어 버린다.
한창 재밌있는 유머가 나오다가, 몇줄안가 은밀히 음모를 꾸미고...
인물들 간의 내면의 상념과 고통이 흐르다가 그것이 채 어떻게 되기도 전에 바뀌어 버리는 장면...
물론 세월면에서 10여년이 걸린 쟁선계와 이제 막 시작한 보표무적을 동일한 선 위에 놓고 평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보표무적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크다고 나는 생각한다.
보표무적, 회가 늘고, 권이 늘수록 낳아지고 더 발전해 가는 모습을 기대하겠다.
(아, 물론 쟁선계는 여기서 더 기대할 것이 없어보인다. 그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완성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좌백님의 말씀대로 '한국무협사상에 손꼽히는 작품'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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