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보표무적 1권 분량을 읽고, 집탐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영춘객잔이라는 인간적인 공간과 무림이라는 비정한 공간의 대비에 주목 했었습니다. 주인공 우이가 비정한 무림을 떠나 영춘객잔이라는 인간적 공간 속에서 무림에서 얻을 수 없었던 평안함을 얻는 모습과, 무림 특히 무림맹은 음모로 가득찬 공간과 그 속에서 계속되는 갈등을 보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라고 하는 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풍자성이 너무 약해서 공감할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은 과제로 남겨두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몇 가지, 저의 취향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읽기를 그만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여유가 있어 읽어보았는데, 나머지 부분을 읽은 지금은 1권분량을 읽었을 때보다 더 큰 혼란 속에 빠져 들고 말았습니다. 오늘 읽은 내용 속에는 너무나 상이한 요소들이 불균형하게, 그리고 조화되지 못한 상태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림맹과 마교, 무림맹주와 보수세력간의 세력갈등, 우이의 방황과 새삶찾기, 영춘객잔에 모여든 조연들의 고뇌와 새삶 찾기, 영춘객잔 속의 유머, 소향으로 대표되는 신입호위무사들의 성장, 소향과 위지천의 사랑, 태호주위의 문파들의 갈등이 펼쳐지고 있는데, 이것들이 한줄기로 흐름으로 모아지기 보다는 따로따로 흩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기 보다는,각각의 등장인물의 개인적인 면모에 많은 내용을 할애해서, 개인의 내면적 갈등부분이 너무 적나라하게 자주 표출되어 지나치게 감상적인 면을 보이다가, 웃기는 이야기가 나오고, 갑자기 심각한 연애이야기가 나오고,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적 갈등을 하나하나 자세히 묘사하고, 다른 갈등세력들의 전체적인 모습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개인의 내면적 갈등이 조금씩 자연스럽게 배치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야기의 진행없이 반복전인 개인의 내면적인 갈등묘사나 대화장면만 계속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극에서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이야기만 계속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혼란에 빠져 버렸습니다. 처음의 음모적 분위기와 세력갈등의 내용은 사라지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고뇌와 감정, 거기에 완전히 상반되는 유머를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대되었던 우이가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도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다람쥐 쳇바퀴 돌든 똑같은 고뇌를 반복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일단 1차적으로 요약하자면, 제 취향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저는 지나치게 감정이 표출되는 감상적인 글은 좋아하지 않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 취향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보건데, 보표무적에서는 인간적인 고뇌와 유머, 사랑, 음모, 세력갈등을 한꺼번에 다루고자 하는 것 같은데, 너무 불균형하고 조화롭지 못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적 고뇌와 유머만이 두드러지고, 나머지는 부차적인 것 같습니다.(사랑은 곧 부각될 것 같습니다.) 이것은 상당히 기형적 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의 무협소설에서는 무를 중심으로 나머지 부분이 조금씩 드러나는 형태였는데, 보표무적은 인간적인 고뇌와 감상, 유머에 무가 종속되어버린 형태가 된 것 같습니다.
댓글이나 조회수를 보니 의외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저의 개인적 감상을 이렇게 올려봅니다. 취향의 차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좋아하시는 분은 보표무적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좋은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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