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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서태수
작성
03.10.05 20:05
조회
1,521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예전에 "노호관일", "쌍룡쟁투" 등으로 '춘야연'의 글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춘야연이라는 작가에 대해 크게 특징적인(인상적인) 면을 찾을 수 없었다.

비슷한 시기의 장경, 좌백 혹은 설봉이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글을 선보인 데 반해 춘야연의 글에서는 특별한 색깔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정통무협에 비해 좀더 절제되고, 완성도 높은, 그리고 힘있는 남성적인 필체를 구사한다는 등의 당시 신무협 작가들 대부분이 지닌 특징 정도...

가끔 '냉죽생'과 헷갈리기도 했으니....

그렇게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내가 '춘야연' 이라는 이름을 잊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필명이 인상적이기는 하다. '봄날 밤의 연회'라...

그리고 "십팔나한", "망자의 검"을 통해 춘야연은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십팔나한", "망자의 검"

처음 "십팔나한"을 접한 때는 작년 초 '무림향'에서다.

90년대 중반 좋아하던 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지 않아 아쉽던 차에 '십팔나한'을 발견하고 무척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죄를 짓고 소림사에서 도망 나온 십팔나한과 그들의 후예가 펼치는 욕망과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로 압축할 수 있겠다.

글의 시작과 더불어 독자들은 당혹스런 기분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바로 주인공 '비조문'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성격 때문이다.

이제껏 우리가 보아왔던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영웅의 이미지가 아닌 악랄하고 잔인하며 이기적인 주인공을 보면서, "어 왜 이러나, 얘가 주인공 맞나?" 하는 당혹감을 가지게 된다.

하성민의 "악인지로"의 주인공 장두이도 비조문의 독랄한 성격에는 견줄 바가 못된다.

이러한 효웅 이미지의 주인공은 "망자의 검'의 단유생에게로 이어진다.

단유생 역시 협의를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의 안위와 안락 만을 추구한다.

대개의 무협소설에서 평면적이고 무표정한 주인공의 성격(몰개성적) 부여로 금방 전개가 무디어 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글은 주인공의 성격(입체적이고 개성적인)을 종잡을 수 없는 관계로 앞으로의 전개 역시 쉽게 점치기 힘들다.

분명 국내 무협에서는 보기 드문 시도이지만 처음의 당혹스런 기분도 점점 이들의 악랄함과 야비함에 조금씩 동화되어 가는 것들 볼 때 춘야연의 용감한 시도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러한 글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우려스런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드는 것은 한국 무협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든 이 작품은 요즘의 유행코드인 가볍고 장난스런 글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탐욕스럽고 통속적인 세상을 무협에 담았다고 하면 너무 거창한 평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속고 속이는 인물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 감춰 어진 이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3권이 출판되고도 1년이 지났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당분간 출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은 어쩌면 '고무림'에 연재될지도 모르겠다 라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망자의 검"을 처음 접할 때 역시 "십팔나한"만큼이나 당혹스러웠다.

아니 이 양반이 갑자기 술법무협을 들고 나오다니....

솔직히 1, 2권을 읽으면서 힘들었다. 눈을 감아도 책에서 말해주는 영상이 떠오르지를 않으니, 쉽게 몰입이 되질 않았다.

그러다 3권을 집어 들고서야 조금씩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타인에 의해서 기구한 운명을 살았던 단유생이 조금씩 힘을 가지면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면서, 배화교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가벼운 무협소설들로 굳어진 어깨를 풀어주고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보다 진중한 무협소설로 생활에 자극을 받고 싶어질 때도 있다. 만약, 여러분이 그러한 자극을 필요로 한다면, 나는 십팔나한의 아픔과 단유생의 야비한 미소가 살아있는 "십팔나한", "망자의 검"을 찾아보길 권한다.


Comment ' 2

  • 작성자
    Lv.34 풍우뇌협
    작성일
    03.10.06 01:25
    No. 1

    춘야연님 하면은 소항유사가 생각난다는...
    소항유사도 한번 읽어보시길
    참 감칠맛 납니다.
    개인적으로 춘야연님 필명 느낌을 가장 잘 살린것 같은 작품
    이라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lo*****
    작성일
    03.10.06 01:37
    No. 2

    저도 춘야연님 하면 소항유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망자의 검은 그 독특함이 참 반가운 작품입니다.고전소설 읽는 듯한 느낌도 들구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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