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음 쓰는 글이네요 ^^
'소림의 서'를 오늘 3권까지 독파하면서 든 생각은, 역시 무협소설은 한 권씩 읽어봐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1권에서 2권 중반정도 까지는 산뜻했습니다.
주인공인 당우는 비교적 특별한 계기로 소림에 들어왔는데, 그 재질과 근골이 평범한,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 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무협상의 가장 이상적인 인물상은 태어나자마자 벌모세수를 받고, 스물 살 정도에 일갑자, 이갑자 이렇게 초절정 상승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기울여서 고수가 되는 것입니다. 당우가 딱 그런 예였죠. 심법을 배우는데도 동기들보다 느리고 육합권을 배우는데 제대로 못 배워서 동기들의 육합권을 따라하는데에서는 빙그레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친구인 당혜가 비겁한 동기의 공격에 부상을 당했을때 물불을 안가리고 달려드는데서도 웃음이 지어졌구요.
또한, 봉술이라는 무공을 새롭게 도입했다는 것에 대해서 인상적였습니다.
우리 나라의 무협에서는 소림을 하면 주로 소림 장법이나 권법 혹은 소림에 있는지도 모르고 일인구전으로 전해진다고 일컬어 지는 달마삼검이나 달마십삼식 등 신비막측한 무공을 주로 그려내죠. 그러나 제가 알기로는 소림 무공의 기본은 권법과 봉법에 있다고 알고 있는데, 우리 나라 무협은 소림 봉법은 커녕 봉술의 달인도 거의 안나오더군요. 제가 기억하는한 천하십대고수 급 인물중 봉법의 달인이 나온 경우는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수준이었습니다. 이러한 봉법을 작가가 수련과정과 그 구결등을 생각해서 수련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줬는데, 그 과정들은 정말 인상적였습니다.
아울러 공유사부의 입담도 재미있었죠.
그러나, 마교의 이야기가 나올 때, 저는 내심 실망했습니다. 설마 봉술로 마교를 무찌르고 달마 이후 가장 강한 무승이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물론, 작가는 이러한 비교적 전통적이고 천편일률적인 이야기를 독특하게 풀어내려고 노력을 합니다.
바로 당우가 우연히 본 흡혈마공을 마교교주인 웅패의 장남인 마오에게 사용해서 마오의 내공을 모두 흡수하고, 그를 죽이고, 내공의 수위를 극성으로 끓어올린다는 이야기였죠. 한편 이 결과로 당우는 그의 기억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구결도 아닌 그냥 혈도를 집고있는, 시전 모습을 그린 그림만 보고 한순간에, 그것도 무의식적으로 마교의 거의 최고배분이라 할 수 있는 마오의 내공을 빨아들일수 있을까요? 이는 무재가 아닌건가요?
또한 백황으로 완전 늙은 이후에는 제가 나름대로 웃음을 짓고 관심깊게 보던 당우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어 아쉬웠습니다.
또한 3권 정도에 가면 백황(당우의 다른 이름)은 독으로 의해 두 다리가 마비되는데, 물론 봉법은 절대방어라는 점에서 신법이 필요 없다고는 하나, 두 다리가 마비된(소생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상태에서 어떻게 무공을 상승시켜 마교를 상대할런지...
그리고 3권 마지막에 백황의 다리가 마비된 이후에는 시점이 백황을 중심으로 한 시점에서 그의 주변 상황과, 강호 상황을 포괄적으로 '안내'하는 시점으로 변화하는데, 이러한 시점의 변화가 소설에 대한 집중을 방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소림의 서가 그 나름대로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신인이신(아닌가요?)임종헌 작가님이 이러한 수작을 써냈다는 점에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특히 봉법의 수련과정은 상상력을 많이 쓰셨겠더군요.
또한, 소림 봉법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다룸으로써 무협소설 팬이라면 읽어봄직한 소설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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