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린
작품명 : 마법지존
출판사 : 파피루스
'마법지존'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이 책은 제목만 보자면 조금 위화감이 들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판타지의 대표적인 특성인 '마법'이라는 단어에 무협에서나 나올 법한 '지존'이라는 단어가 붙었으니 말입니다.
제목에 대한 위화감은 머리 저편에 던져두고 우선 기본적인 스토리를 훑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클리드 라파엘', 내세울 것이라고는 남들보다 조금 뛰어난 상재(商才)뿐 별반 내세울 것 없는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그런 상재를 통해 벌어들인 자신의 모든 것도 귀족과 기사들에게 뺏겨버린 상태입니다.
귀족과 기사에게 도망치듯 쫓겨나와 산속을 전전하던 어느 날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운명적인 기연이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기연을 맞은 주인공을 노리는 두 생물체가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악마와 드래곤...
주인공은 기연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거듭나고 악마와 드래곤은 점점 손길을 뻗쳐옵니다.
일단 스토리상으로만 보자면 요즘 트렌드를 정확히 겨냥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평범한 주인공에 괴롭힘과 도피 그리고 기연까지..
거기다가 다가오는 음모의 사슬..
주인공의 행보를 궁금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거기다가 마법에 대한 획기적인 아이디어까지 더하여 새로움과 참신함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훌륭한 스토리 구조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 사건의 우연적인 전개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갑작스런 기연은 주인공이기도 하고 사건 전개의 시발점이 되는 부분이라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중간 중간에 보이는 우연적인 전개, 예를 들자면 버나드와의 갑작스런 만남이라던지 전개 부분이 없이 갑작스럽게 느끼는 여주인공(?)과의 애정관계 등등이 그것 입니다.
우연적인 전개는 가능한 쓰지 말던지 아니면 앞에 전반적인 복선이나 상황묘사 등으로 충분히 바탕을 깔아줘야 합니다.
아니면 글의 구조가 짜임새가 없어지고 뭔가 오밀조밀한 맛이 없어집니다.
두 번째.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오는 작가의 일방적 전개
전지적 작가 시점의 약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서술자가 작중 인물의 사상, 심리, 감정 등을 분석하여 서술하고 작품에 광범위하게 관여하기 때문에 독자의 상상적 참여가 제한될 우려가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인하여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좋은 점도 있었으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 뒤에, '이 사람은 원래 이런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럴 수 밖에 없었다.' 라는 식으로 작가가 설명해 버리면, 독자는 그 인물에 대해서 상상할 여지도 없어지는 한편 작가가 스토리를 억지로 짜 맞추고 변명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글의 전반적인 전개가 이러했기 때문입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은 좋으나(실제로 다른 여러 소설에도 두루 쓰이고 있는 방법입니다.) 후에 부연 설명을 하기보다는 앞에 복선이나 상황 묘사 등으로 독자가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고 스스로 추측하거나 납득 할 수 있게 했었다면 더 좋았을 거 같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의 시련이 없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감상의 불만입니다.
주인공이 귀족과 기사에게 전 재산을 빼앗기고 몰락했다고 하지만 자세한 설명은 없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니 '아 그런가 보다.' 라고 넘어가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주인공의 슬픔과 복수의 마음을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후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이나 마법에 대한 열망 등을 깊게 이해하기가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기연의 이득을 너무 많이 보는 면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상재만 뛰어났던 주인공이 기연을 통해 전지전능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모든 것은 기연으로 해결이 됩니다.
다량의 마나보유, 마법을 느끼고 마음껏 쓸 수 있는 능력 등등..
저는(대다수의 독자들도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인물이였으면 좀 더 주인공에게 정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슬램덩크' 얘기를 잠시 꺼내볼까 합니다.
'슬램덩크'란 만화가 여러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사실은 알고 계실런지 모르겠습니다.
'슬램덩크'의 원래 주인공은 '서태웅'이였습니다.
'서태웅'은 어땠습니까?
중학교 mvp에 잘생긴 외모에 싸움도 잘하고 농구도 발군이였습니다.
슬램덩크를 퇴짜놓은 편집자 중 한사람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독자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모자란 부분도 있고 시련을 겪으면서 점차 완성되어 가는 인물을 원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강백호'입니다. '강백호'는 조금 띨띨하면서도 농구는 해본 적이 없습니다.그리고 불량학생에 공부도 못하죠. 하지만 시련을 극복하고 노력을 통해 전국대회에서 통하는 농구선수가 됩니다.
우리는 그런 강백호에게 열광했던 것이죠.
'마법지존'에 나오는 주인공도 이런 시련 속에서 점차 성장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이런저런 불만인 사항도 있지만, 결론적으로 보자면 '마법지존'은 참 재밌는 작품입니다.
가볍고 유쾌한 주인공의 행보에 절로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책의 내용에 따라 저는 보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중한 내용을 원할 때, 슬픈 내용을 원할 때, 가볍게 즐기고 싶고 유쾌한 기분이 들고 싶을 때 등등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린'님의 '마법지존'은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거칠 것 없는 주인공의 걸음걸음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따라가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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