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의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 ***
*** 무디 많은 지적 바랍니다. ***
하나의 글이 있다. 그게 어떠한 제목을 지닌 글이든, 어떠한 내용을 가진 글이든 상관치 않는다. 이번에 한번 내키는대로 주절거릴 것은 '자유'니까.
여러 글들을 읽다보면, 아주 천편일률적인 주인공에서부터 과연 이놈이 주인공인가? 싶은 주인공까지 여러 인간군상들을 만날 수 있다. 아주 고지식한 놈, 호색한 놈, 건방진 놈, 비밀이 많은 놈, 호쾌한 놈, 쪼잔한 놈, 싸가지 없는 놈 등등…
요새 글들을 읽다 보면, 어째 주인공들의 성격이 한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제법 많다.
대충 그림을 그려보자.
젊다.
성격 더럽고 받은 건 꼭 돌려주는, 그것도 이자까지 꼭꼭 쳐서 돌려준다.
도대체가 장유유서라곤 털끝만치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힘만을 추구한다.
대충 종합하자면…
싸가지가 없다, 이 하나로 종결될 것이다.
일례로 궁귀검신의 주인공 을지소문을 보자. 궁귀검신을 중후반쯤 보다보면 이 자식의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좋게 말하자면 한없이 좋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무대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그의 머리통은 장식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도저히 생각이란 걸 하는지 궁금할 정도니까. 그에게 있어 이성은 그저 감정의 졸개일 뿐이다.
강대한 무력이 있지만, 그 무력을 사용하는 몸뚱아리와 머리통은 그걸 조절할 그릇이 되지 않는다.
그에게 복수심, 원한 따위는 있지만 관용은 없다. 절제가 없다. 그가 과연 조선의 후예가 맞는가? 난 도저히 그런 폭급한 성격이 을지소문을 한없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조선의 후예로 인정할 수 없다. 옛날엔 그런 그도 매우 좋아했었다. 그의 그 절제가 없음이, 폭급함이, 남자다운 호쾌함으로 보였다. 관용과 절제가 없는 그 차가움이 냉철함으로 보였다(그저 차가운 것과 냉철은 다르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폭급하고 차가운지 깨달을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 그 이외의 것은 실상 생각하지도 않는다. 과연 그가 당가의 딸년에게 한 짓은 단순히 애완응의 복수인가? 아니, 애완응의 복수란 허울로 가리고 있는, 당가의 딸년이 자신에게 한 짓을 그대로 갚아주는 것 뿐이다. 이기심과 복수심의 망령에 사로잡힌 그에게, 관용과 아량을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내가 가장 최고의 주인공상이라 생각하는 건 사마쌍협의 사협, 자운엽이다.
그 또한 최고의 가치는 자신이다. 아니, 자신과 관계된 것이라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가장 이상적인 주인공상이라 하는 것은, 그에겐 요즈음 주인공에게 없는 냉철함과 절제가 있었다. 한없이 냉철하지만, 또 한없이 따스하기도 하다. 또한 절제가 있다. 그에게 있어 맺고 끊음은 매우 분명하다. 더불어, 그는 그에게 있는 무력을 함부로 남용하는 법이 없다. 절제의 미덕이 돋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그런 그가 이해타산이 빠른, 그저 계산적인 인물로 비춰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운엽, 그가 그저 계산적인 인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그가 지닌 가슴 속 한 구석의 따스함, 그리고 관용과 절제의 도리 때문일런지도 모른다.
어쩌다보니 궁귀검신과 사마쌍협의 주인공들을 비교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궁귀검신에 무슨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궁귀검신 또한 흥행작이었으며, 잘 쓴 글임에 분명하다. 다만 이번 감상글의 초점이 '주인공'에 있기에 그토록 험한 혹평을 내렸을 뿐…
이상 나름대로 주절거려본 감상글을 마친다.
---한반도 虎尾의 도시에서,
김현(金賢)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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