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올해 여름부터였는 것 같다. 내가 '사공운' 이라는 인물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매료되기 시작했던 때가 말이다. 무협 소설... 보통은 남자들의 진한 우정이나 검, 도가 난무하고 의와 협, 그리고 미지의 암흑 단체를 주인공이 멋들어지게 꺾어버리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 사이의 남녀 간의 사랑은 무협 소설을 조금 더 감칠맛나게 하는 하나의 '무대장치' 라고나 할까... 그런데 '초우' 님의 '호위무사' 는 뭔가 색달랐다. 물론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무협 소설도 꽤 있지만 '사내의 사랑' 을 이렇게까지 애절하게 표현한 작품은 드문 듯하다. 그리고 중간중간의 호쾌한 액션 씬과 유령신공을 이용한 깔끔하고 조용한 살수의 움직임들은 당연 빼놓을 수 없는 '호위무사' 의 매력이다.
용부의 내택 호위무사,,, 어찌보면 영광스러울지도 모르나 남성의 15년 굴욕이라는 조건 때문에 모두 꺼려하는 그 자리를 사공운은 용설아의 호위무사가 되기 위해 자원한다. 용설아를 지키기 위해선 그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는, 그녀가 자신을 기억 못 하더라도 강요하지 않고 바라지 않으며 그녀를 위해 묵묵히 슬픔을 가슴에 묻어두며 그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봉성으로의 길에서 용설아에게 닥친 위험을 자신의 몸을 던져 구해내는, 용설아가 무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감내하는 사내가 바로 사공운이다.
사공운의 사랑이 이러하기에, 이렇듯 간절하고 모든 것을 주는 사랑이기에, 기억을 잃은 상태의 용설아도 사공운에게 끌리는 것이고, 기억을 되찾은 후에는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사공운과 함께 봉성에서의 탈출을 감행하는 것이다.
이 때는 '담황' 의 도움이 매우 컸다. 담황 역시 사공운처럼 무엇보다 고귀한 사내의 사랑을 보여준다. 용설아를 사랑하는 자신의 행복보다는 사공울을 사랑하는 용설아의 행복을 위해 봉성으로부터 완전한 탈출을 시키려고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담황과 마찬가지로 다른 여러 주변 인물들 또한 '호위무사' 를 사공운만의 독불장군식 소설이 아닌 때로는 동료들과 신명나는 칼바람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힘을 모으기도 하며 적대 세력에 대항해 가는 사공운을 비롯한 여럿이서 이끌어 나가는 소설로 만들었다. 특히, 사공운과 절로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유쾌한 비무 아닌 비무를 벌였던 풍백, 그리고 봉성에서 만난 사공운의 충실한 수하인 '무사는 모욕을 참지 않는다.' 는 사공운의 말을 언제나 가슴 속에 새기고 사는 진충, 또 호령곡에서 만난 두 자루의 도끼를 쓰며 거칠지만 누구보다도 솔직한 관패, 그리고 사공운의 사제와 사매 등,,, 모두 개성 만점의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기억에 남는 인물들이었다.
아직 완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그래서 더욱 기다리는 재미와 나오기를 바라는 동안의 설레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소설인 '호위무사',,, 어찌보면 정말 천편일률적인 사랑을 중간 중간의 액션 씬까지 가미시켜 너무나도 멋들어지게 묘사하고 풀어내어 한 편의 아름답고 장황하며 통쾌한 무협 소설로 승화시키신 '초우' 님께서 힘을 내셔서 남은 내용도 더 멋지게 써내시길 바라며 책을 읽으면서 나의 기억 속에 가장 선명히 남아버린 사공운의 말 한 마디를 마무리로 펜을 놓는다.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 있는 자는 쉽게 죽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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