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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인공의 무공발전과 탄탄한 무공설정
무협소설의 가장 큰 재미 중의 하나는 주인공의 성장이다. 그런데 일반소설과는 다르게 무협소설에서, 주인공의 성장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간적인 성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공의 성장이다. 이 중에서 산동악가는 주인공의 성장, 즉 악삼의 무공발전을 자세히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정말 흥미진진하다. (이것은 1세대 무협의 주소재이자 내용이기도 하다.)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무공이 주어진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것을 무공창안자가 주인공과 가까운 인물, 무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 무조건 강한 전설적인 무공이 아닌 미완성의 무공, 이것을 주인공이 자신에게 맞게 익힌다는 내용을 통해서 기연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기연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어 주인공의 무공의 발전과정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무공의 발전'을 통해서 무협소설만이 줄 수 있는 재미를 독자에게 주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익히게 되는 무공뿐만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의 무공과 그 특성들도 비중있고 자세하게 다루고 있고, '천장별부의 무공', '칠대금지무공', '주인공의 무공발전', '십대고수' 등 '무공' 자체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하고 있다. 즉 무공에 대한 설정이 탄탄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내용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2세대 무협소설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2세대 초기는 주인공의 무공에 대한 설정만 자세하고, 다른 등장인물의 무공은 박투장면의 자세한 묘사를 통해서만 독자에게 제시된다. 2세대 초기의 비정무협의 틀을 벗어난 2세대 중기 이후의 무협소설은 '무공' 그 자체보다는 '강호인'들의 모습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비해 산동악가는 작품내에 수많은 무공을 등장시키고, 무공의 특성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제시한다. 격투장면은 자세히 묘사하기는 하지만, 비정무협이나 실전무협보다는 자세하지 않다. 다양한 무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1세대 무협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강호인들의 모습은 다양한 인간군상이라기 보다는 음모와 힘에 집착하는 일률적인 모습들을 보여준다.
결국 산동악가의 가장 큰 중심적인 소재와 내용은 '무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방대한 스케일
산동악가의 또 다른 특징은 방대한 스케일에 있다. 많은 등장인물과, 많은 문파, 많은 무공이 등장하고, 그 하나하나를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물고 물리는 관계를 자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산동악가에서 가장 중심적으로 다루어 지고 있는 '악삼의 무공발전'과 함께 스토리에서 또 다른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재밌는 것은 많은 등장인물, 문파들에 대한 내용과 사건들이 주인공과 무관하게 진행된다는 것이다. 보통의 무협들이 주인공 혹은 몇몇 중심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반해, 산동악가는 주인공과 무관하게 각각의 등장인물이 싸우고, 문파들은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자신을 둘러싼 몇가지 음모를 맞이하며, 무공의 성장을 해가지만, 결정적인 강호세력의 판도변화와는 전혀 무관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먼저 주인공 외의 등장인물에 대한 설정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적인 모습이 아닌 음모와 싸움에 의한 세력판도의 변화였기 때문에 진행도 빠를수 있었고, 내용자체도 긴박함을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연들의 무공에 대해서도 탄탄한 설정을 했기 때문에, 적당한 박투장면을 통해서 독자에게 지루함을 느끼지않게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주인공의 중심의 틀을 벗어난 방대한 스케일의 내용을 다루면서도 지루해지지 않은 것은 산동악가의 크나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3. 소결 - 산동악가의 특징
앞의 내용을 정리하자면, 산동악가의 특징은 주인공의 무공발전, 많은 무공, 등장인물, 문파에 대한 자세한 설정과 주인공의 틀을 넘어서는 방대한 스케일의 내용, 음모중심의 빠른 내용진행 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무공발전이라는 한 축과 주인공의 틀을 넘어서 '천장별부' 둘러싼 세력갈등과 음모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4.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
1) 절반의 성공
산동악가는 스토리진행의 두개의 축 중, 주인공의 무공발전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무공을 얻고, 익히고, 발전시켜나가는 장면은 정말 재미있었다. 태을궁에서 수련, 태을궁 지하에서의 기연, 연화와의 결투, 북경으로 가는 배와 이원에서의 발전 등등 정말 체계적으로 설득력있게 주인공이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몇 가지 모순된 점은 있다.) 주인공의 무공발전이 주는 재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라는 느낌을 가질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한 축인 강호전체를 둘러싼 세력갈등과 음모를 그려내는 모습은 실패 혹은 중도포기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2) 절반의 실패
산동악가는 주인공 이외에도 많은 등장인물과 문파에 대해서 자세한 설정을 제시하였고, 그런만큼 방대한 스케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등장인물과 세력들은 서로 물고 물리는 음모를 펼쳐지고 있었다. 꽤 흥미진진 했었다. 그런데 펼쳐지고 있던 수많은 갈등과 음모, 사건이 천장별부 안과 밖에서 모두 죽어버리는 것으로 완결을 보는 순간 얼마나 허탈했었던지... ㅠ.ㅠ (조금 길고 자세하게 쓰여졌어도 덜 허탈했을 텐데...ㅡ.ㅡ;;)
순정만화가 중에 강경옥이라는 만화가가 있다. 작품 후반에 만화로 그려진 재밌는 후기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는데, '17세의 나레이션'이라는 만화 뒤에 자신의 동생에 대한 에피소드가 실린적이 있었다. 자신의 동생도 어렸을때 만화를 그렸는데, 주위사람은 동생의 만화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 내용은 연애내용인데, 처음에 2각관계가 3각관계로 그리고 4각관계로 발전하고, 더욱 복잡한 관계로 꼬이고, 등장인물도 너무 많아 처치곤란해지자, 화재가 일어나 모두 타죽어버리는 식으로 완결을 내어버렸다는 에피소드였다. 이 이야기가 다시 떠오른 것은 산동악가의 완결을 보는 순간이었다. ^^;;;
물론 천장별부에 대한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온만큼, 처치곤란해서 다 죽였다고 하기 보다는, 작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결과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의도된 것이든 의도되지 않은 것이든 모두 죽어버리는 내용을 보고 받게되는 허탈함은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용상 갈운영 이전에 오독대법을 통해 음시조 5단계를 터득한 인물이 있을 확률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임백령이나, 혁무강이 오독향에 대해 안다는 것은 정말 이상했고, 어색했다.)
5. 결론
산동악가는 꽤 특색있는 작품이다. 탄탄한 무공설정을 바탕으로 주인공의 무공성장과 무공중심의 스토리 전개, 방대한 스케일의 내용 등 최근의 2세대 무협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개성적인 작품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1세대의 스타일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무공에 대한 자세한 설명, 주인공의 무공 발전, 강호를 둘러싼 세력들의 음모. 전형적인 1세대 무협의 소재이다. 이것을 탄탄한 설정을 통해서 단점이 아닌 재미로 승화시키고 있다. 완전히 다른점이 있다면 주인공의 역할 축소를 통해서 완전한 주인공상은 포기했다는 점이다.
산동악가는 1세대무협 스타일에서 나타나는 단점을 어떻게 장점으로 만들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용두사미'의 한계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운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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