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두껍고 빡빡채운 글자에 전통무협을 표방하는 듯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두권을 한꺼번에 빌렸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을 후회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죠.
거두절미하고,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글의 진행이 쓸데없는 부분에
걸려 너무 느립니다.
그 많은 활자에도 불구하고 겨우 구대마인의 수하 2명을 처리하고,
신검산장에 진입하는데 2권씩이나 걸려야 했던가하는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활의 명수라는 2명의 부하를 상대하는 장면에서 백과사전에서 뽑아온 듯한,
활에 대한 설명으로 독자를 지루하게 한 점은 크게 반성해야할 듯 싶네요.
또한, 전체적으로 성격의 개연성이 너무 부족합니다.
악소연의 성격은 너무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녀가 억지를 부리는 장면은
꼭 작가가 이 사람은 그런 성격이다..하는 점을 독자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
반복적으로 묘사하는 듯합니다.
독고인에게 악소연이 시비를 걸고, 주변 형제들이 말리고, 좀더 지켜보자는 등..
제 기억으로는 시비거는 악소연에게 형제들이 좀더 두고보자고 하는 장면만 3번
이상 반복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독고인이 주인공인 것 같은데, 초반부터 성격 이상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쓰러져서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하는데, 그뿐이고 나중에 전혀
심리묘사가 없어서, 작가는 왜 정체성 타령을 집어넣었을까..하는 심각한 의문이 들고,
난데없이 악소연과 혼인을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하는 등, 마찬가지로 느닷없는 성격입니다.
더구나 독고인이 죽을 고비를 맞으며, 모멸감을 느껴가면서, 왜 형제들을 따라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두줄 정도로 돈때문이다..라는 장면이 잠깐 나오지만,
나중에는 그 돈도 자신이 따라다니는 사람을 위해서 써버립니다.
4부까지 생각중이라는 서문을 봐서는 작가의 구상이 아주 원대해서 2권까지 보는 것으로는 파악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2권까지도 독자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면, 뒤의 부분이 소용이 있을까요?
차라리 인터넷 연재라도 해서 독자의 의견을 살펴보고, 도입부가 너무 길지나 않은지,
쓸데없는 군더더기 설명이 너무 많지 않은지..하는 점들을 살펴보고 가지치기를 한 뒤에 출판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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